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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가 우는 밤 - 제1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선자은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청소년소설에 맛이 들렸다. 아니 정말 작가들의 놀라운 필력에 매번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출판사별로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무슨무슨 공모전이라고 하여 꽤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선택했을 당시 참 표지가 소녀스럽고, 성장소설이라 편하게 읽힐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생각이 틀린것은 아니지만,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건만 한번 책을 잡아들고, 난 쭈욱 다 완독을 하고 잠자리에 누울 정도였다. 일단 잡고 읽기 시작하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숨겨져 있었다.
어느집이든 부모의 부재는 자라는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자식에게까지 큰 빈자리로 존재한다. 그 부재가 가져다주는 뭔가 형언할수 없는 쓸쓸함과 허허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냐가 아마도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끼칠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16살의 은조는 아버지의 부재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또래 여자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고 재미있게 학창시절을 보내야 할때 그녀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에게 의지가지가 되었던 너무나도 살가웠던 아버지는 생전에 집 가꾸기에 여념이 없었고, 처음 이사올때만 해도 허름하기 짝이 없던 집이 몇년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을 정도로 예쁜 집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집을 엄마가 부동산에 내놓았고, 이사를 갈 계획이란다.
물론 은조의 엄마도 이사를 결정하기 까지 몇번의 망설임이 있었고,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내용에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그렇지만 그녀는 은조의 생활이 평범한 여자아이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행여 남편이 집에 혼신의 힘을 다하며 집에서 은둔생활(?)을 했듯이 아이까지 그렇게 전염이 될까 무서워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엄마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었던 은조는 이사와 함께 매일 끼고 있다시피 했던 아빠의 유품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인터넷에 매물로 올려놓게 된다. 그것을 보고 한 남자가 직접 그 기타를 보겠다고 집으로 오겠다더니 진짜 방문을 했다. 그 외딴곳까지.
그남자의 행동이 마냥 미심쩍은 은조, 그를 눈치챈 남자가 결국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데, 은조 아빠의 죽음을 조사하는 명부 특별감사 370이란다. 그게 말이 되는가? 죽은 사람의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이라니. 그럼 저승에서 왔다는 소리인데, 밝은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눈에 띈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그렇지만 이 책의 작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게끔 글을 설득적으로 잘 써놓았다.
아버지가 창고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게 밴드활동일줄은 꿈에도 몰랐던 은조. 아빠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어렸을 기억에도 이상하게 여겨졌던 아버지의 행동들을 하나씩 이해해나간다.
그리고 아빠와 같이 밴드활동을 했다는 존과 뚱의 존재를 나중에서야 깨달은 은조. 그렇지만 그녀는 별 무섭다는 생각없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의 죽음 너머에 아픔으로 남아있는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외딴 자신의 집 옆집에 사는 이신유라는 남학생의 존재도 서서히 은조에게 다가오게 되고, 신유 아빠의 숨겨졌던 고통까지도 알게 되니 그가 이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가슴에 안고 있었던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가늠이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은 물론이고, 아버지의 밴드 구성원들에게 남아있던 상처와 소망을 해결해주려 노력하는 은조.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을 통해 서서히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 소녀의 성장기를 읽다보니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난 후 너무 작가가 궁금했다. 인터넷상으로 검색했더니, 수학자를 꿈꾸다 어느날 갑자기 무섭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는 최종적인 진로를 '글쟁이'로 결정했다고 나와 있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상상력이 고갈되지 않고 무궁무진하기 바라고, 또 그녀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