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 1 - 개정판
지영 지음 / 아름다운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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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동료가 건넨 책이다.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책표지가 개정판과 사뭇 달랐다.

어느정도 읽을때까지는 배경이 일본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일본식이라 헷갈리기도 해서 자칫 리듬을 잃어버리면 끝까지 완독을 못할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윤설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빠져들다보니, 그까짓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저자가 이 글을 쓰기까지 참 많은 조사를 했겠다 싶었다.

저자가 다큐프로그램을 보다, 일본 한 가신 집안의 묘지에' 朝鮮女之墓’라고 적힌 비석을 보고 도대체 그 비석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어떤 인생을 살다 갔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어 작정하고 쓰게 된 책이라 한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그 나라의 백성들이 고생한다는 말이 예나 지금이나 틀리지 않는다. 양반댁 규수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던 윤설연이 일본으로 끌려가 천비의 신세로 살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아무튼 설연은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호된 인생살이를 했다. 그렇지만 어린나이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순응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봉양하는데 지극정성이었다.

한국에 있을때 목숨을 구해줬던 일본 무사 신겐을 만나 조금 살만해졌다 싶었더니, 이번에는 신겐이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가토 당주의 정략적 목적에 의해 다이묘 류타카의 측실로 바쳐진다.

류타카는 여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을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측실도 내친 위인이다. 거기다 설연(렌)이 천하미색도 아니고 과연 평범한 렌이 류타카의 눈에 띌까 싶었는데, 결코 미모가 다가 아님을 보여준다.

맑음과 영민함을 가지고 있는 렌에게 조금씩 호기심을 갖게 되는 류타카.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데도 전혀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들이 렌에게는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모습을 보고 더 호기심을 갖게 된다.

끊어내야지 하다가, 결국은 렌을 자신의 측실로 맞이하게 되었고, 점점 렌에게 빠져드는 류타카.

로맨스소설을 보며 내가 원했던 것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내용인데, 렌에게는 불치병이 있었고, 그때문에 운명을 달리해야 했다.

떠나가는 렌을 끝까지 지켜주며 사랑을 다짐하는 류타카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숭고했다.

렌이 혹독한 일본생활을 할때, 조선에서는 렌 모녀의 장례가 치러졌고, 가묘가 세워졌다. 그리고 그녀들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는 문중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옛날 나라의 힘없음때문에 처절하게 무너진 여인네들의 운명이 다시금 생각나 슬펐다.

딸이 일본인의 첩으로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본땅에 도착한 설연의 아버지가 사당앞에서 눈물을 삼키는 모습은 가슴을 절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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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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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하고 사랑이 가득한 시간들이지만, 또 그만큼 무게감과 책임감과 스트레스 요인을 주는 것도 피할수 없는 진실이다.

예전에는 정말 내가 부모가 된다면, 어떤 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중용을 지키며 정말 아이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될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아주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이론과 현실은 철저히 다를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무리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감정이 절대적으로 배제될수 없기에.

육아관련서적을 찾고 뒤적이게 되는 사람들의 모든 심리는 같을 것이다. 자신에게 닥친 순간과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수 있는 노하우를 배워보고 싶어서. 그리고 뭔가 부족한듯한 부모로써의 소양을 키우기 위해서 내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우리에게 완벽한 부모는 없다라는 말을 건네준다. 그 뉘앙스가 어찌나 다행스럽게 들리나 모르겠다.

이번주말에 큰애와 다퉜다. 물론 그게 내 욕심일수도 있지만, 너무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대략난감해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남편이 아직 어리니까, 이해하라고 그러면서 또 아이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며 예전에는 무심히 우리 모녀를 지켜보기만 했던 남편이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앞에서는 내가 너무 부족한 엄마인것 같다고 진실된 내 모습과 마주하면서도 왜 아이앞에 서면 모든것을 내가 다 알고 있고, 모든 답을 내가 가지고 있는 오만한 모습을 보이나 하는 반성도 해 본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내려놓기>의 마음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역지사지라는 아주 좋은 말이 있다. 그 말을 우리는 자주로 인용한다. 그러면서 과연 그 사자성어를 아이와의 관계에도 대입시켜본적이 있었나 싶다. 내가 만약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아마 아이의 대답이 창의적이거나, 엉뚱하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예전에는 육아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지적을 받고 있었다면, 요즘 나오는 육아관련책들을 보면 아이들과의 관계때문에 힘들어하고, 내가 부모노릇을 잘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에 젖어들곤 하는 우리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진심을다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라고 다독여주는 말그대로 따뜻한 다독임을 받는 것 같아 큰 위안이 된다.

이 저자 역시도 그랬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모가 다 완벽할수는 없다고. 행복한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부모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내 기준에 맞게끔, 뭔가 특출난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아이를 닦달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진리를 되짚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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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식탁
이병승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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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너무 아팠다. 뉴스로 숱하게 접하는 청소년 문제. 그들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준것은 누구일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왕따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청소년이 있다하자, 과연 그 청소년을 죽음으로 몰고간 가해자 학생에가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 아이가 세상을 고루게 보지 못하고 편협한 사고의 틀에 갇혀 동급생을 괴롭혔다면 분명 우리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몫도 꽤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옛말에 죽을힘이 있다면, 그힘으로 살아보라고. 그럼 못할 일이 없고, 못살아낼 이유가 하등 없다고.

그런데, 어쩌다가 채 피지도 못한 우리네 아이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되어버렸는지. 여린 마음을 다독여주지 못하고, 계속 상처를 내고 긁어내 결국은 막다른 골목까지 가게 했는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어른들이, 부모가, 친구가, 선생님이 그 아이의 고통을, 내면에서 울려오는 도와주세요라는 구원의 요청을 듣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 머리를 굴리게 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7명의 작가들이 서로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아이들의 현상태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집이다.

자살을 선택했지만, 결국 죽어서도 해결되는게 없다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괴롭다면 그냥 살아서 버티는 건데라는 후회를 보면서,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터넷상이라고 사람의 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기분내키는대로 폭언과 폭설을 퍼붓는 행위는 철저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도대체 왜 남의 행동거지나 남의 일상생활을 까발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난 책을 덮는 순간에도 가장 머릿속에 남아있던 구절이 있다. 기숙사생활을 하던 여학생의 죽음이후 모든 사람들이 왜 죽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면서, 정작 괴로워하다 결국은 죽음을 선택한 아이가 그 생과사의 갈림길에 들어서기까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을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생각을 조금만 비껴서 한다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고, 또 상대의 모습과 행동이 새로운 각도에서 보일수도 있음을 깨달았던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이순간에도 처절하게 괴로워하고 번민하고 갈등하는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에게 희망은 있다고, 지금의 괴로움이 나중에는 추억할수 있는 과거가 될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싶다. 아이들이 혼자서 통과해야 하는 이 성장통을 현명하게 잘 견뎌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고, 그들의 갈등과 방황이 빨리 평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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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손을 잡아 놀 청소년문학 26
N. H. 센자이 지음, 신선해 옮김 / 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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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구성원이 서로에게 어떤 힘과 위안을 주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극심한 가난과 또 쉼없이 이어지는 갈등과 전쟁속에서 피폐해진 삶을 살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곳을 벗어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그곳을 탈출하려 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도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 했던 파디의 가족들.

국경을 넘으려는 순간, 그곳에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아수라장같은 상황속에서 12살 소년은 아차 하는 사이에 여섯살배기 여동생의 손을 놓쳐버린다. 그리고 국경 근처에 그 어린 소녀를 남겨둔채 미국으로 건너와야 했다. 서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는 듯 표면적으로 보이지만 그들 모두 마음 한켠에 어린 소녀 마리암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파디는 그 모든 실수가 자신때문에 비롯되었다 생각하고, 어떻게든 마리암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중차대한 목표를 세우게 된다.

그런 그에게 들리는 소식 하나. 국제적인 사진콘테스트에 대한 소식.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절호의 기회인것이다. 마리암을 남겨두고 온 국경과 가까운 인도까지만 갈수 있다면 어떻게든 마리암을 되찾아올수 있을거라는 기대때문에 주위의 괴롭힘에도 꿋꿋하게 사진에만 집중할수 있다. 그렇지만 그 무렵 9.11테러가 일어나고, 단순히 파디가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은 물론이고, 카메라가 부서지는 상황까지 겪게 된다. 그 순간 파디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기는 했지만 그 나라에 대한 애정을 거둬들인것이 아니고, 또 어떤 척박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가족을 서로 부둥껴 안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기위해 떠나왔지만, 그들이 마주하게 된 새로운 환경 역시 그들에게는 녹록하지 않았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도 해야 했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낯선시선과 편협한 시선에도 잘 대처해야 했고, 자신들이 두고 오고 버려야했던 모든것에 대한 그리움도 가슴에 끌어안은채 살아가야 하는 그들만의 심경을 12살 소년을 통해 보여줬다. 읽는 내내 과연 파디가 자신의 뜻대로 여동생 마리암을 다시 만날수 있을까, 마리암은 그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곁으로 돌아올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안은채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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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서린 말 사계절 1318 문고 82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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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생각하고 싶지않은 소재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드는 책이었다.

아름다운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며 예쁘게 건강하게 커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모든 딸을 가진 엄마의 심정이 아닐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찾지말라는 소리와 함께 홀연히 사라져버린 딸의 행방을 찾고자 하는 엄마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모든 범죄에는, 특히나 아이를 상대로 하는 인간이하의 행동의 주범에는 면식범이 많다는 내용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바르바라는 채 꽃을 피기도 전에 꺾였다. 자신의 고통을 엄마에게 친구에게 말하고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기는 커녕 더 답답한 느낌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가정불화로 인한 사춘기 여학생의 가출일거라 생각했던 사건이 폭력의 흔적과 함께 피도 발견되는통에 전혀 다른 각도로 사건을 접근하게끔 된다.

그렇지만 전혀 꼬리를 잡을수 없는 사건. 시간은 무정하게 잘도 흘러 4년이 지났지만 바르바라의 시체는 커녕 그녀의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잊혀져 갈 뿐이다.

그런데 바르바라와 절친이었던 에바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르바라라고 밝히고는 도와달라고 외치고는 전화가 끊긴다. 어떻게 이런일이...

정년퇴임을 앞둔 로사노 형사는 미제사건으로 남겨졌던 이 사건에 대해 미련을 떨궈내지 못한 터라 이 사건을 그냥 잊을수 없다. 바르바라가 나름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을때 딸아이에게 닥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딸아이를 외롭게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바르바라의 실종 이후 주체성을 잃어버린채 인형처럼 살아가던 엄마 누리아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범죄는 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고, 섣불리 용서라는 말을 해서도 안되지만, 그중에서 특히나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정말 보호해주고 보호받아야 마땅한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한 범죄행위는 철저히 근절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아이와 소통할지, 그리고 아이의 변화를 유심히 바라볼수 있어야 하고, 또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잘 들어줄수 있는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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