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고, 흐뭇하게 하고, 또 행복에 젖게 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 김제동을 좋아한다. 그의 정말 안생긴듯한 얼굴이며, 어수룩한 표정이며, 안쓰럽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요즘 근황들이 떠올라 한페이지한페이지 정말 아끼며 읽었던 책이다.
표지부터 역시 김제동이다, 물론 표지선정은 따로 담당자가 있었겠지만 참 잘 어울리게 뽑아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따뜻한 웃음과 또 소신있게 자신의 색깔과 성향을 말하는 그이기에,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도 진솔함이 묻어남을 느낄수 있었다.
김제동만큼이나 좋아라 하는, 요즘 좋아라 하는 나영석 피디와의 만남을 제일 먼저 찾아 읽었다. 일단 나영석피디가 김제동보다 어리다는 것에 잠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그와의 인터뷰 내용 외에 그가 독백식으로 읊조린 <나PD도 향후 몇년안에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대목에서는 깜짝 놀랐다. 물론 언젠가는 떠날거라 생각은 하지만, 그와의 이별은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러려면 1박2일이 정말 장수해야 할 것이고, 나PD를 꽉 붙들어매줄만한 뭔가가 있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고현정이 프랑스 대통령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를 의식하게 된다면서, 그녀의 멋진 삶을 이야기하고, 또 불어를 잘하잖아 하고 말하니까, 대뜸 김제동이 "누난 한국어 잘하잖아"하고 답한 부분에서는 역시 김제동이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중에 자신의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라도 결코 울고불고 하지 않을것이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정말 쿨하게 물어볼거라는 답앞에서는 과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 자식앞에서 그것도 어찌됐든 같이 있어주지 못한 엄마의 입장에서 쿨한 대화를 주고 받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밖에도 그는 참 많은 사람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했고, 또 그들과의 대화중간중간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난 그의 독백어린 글을 읽어내리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가 겪었을, 그가 겪고 있는 아픔이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 김제동에 대해 안쓰러움을 갖고 있다고 했더니, 신랑은 약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어찌됐든 난 그의 앞날이 항상 밝고 무궁무진한 발전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좋아라 하는 산에 다니면서 마음을 수련하고, 또 정신을 수양하는 그 길에 정말 좋은 님과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땅볼이라고 뛰다 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양신의 말도 참 멋있었고, 내키면 하고 아니면 안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김씨의 발언과 소신도 부러웠지만 그보다 딸이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 싫다고 했을 경우에는 백날 자식 앞에 선 나약한 아버지의 모습일수 밖에 없는 그의 모습도 그려져 인간적이었다.
25인의 인터뷰에는 여러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이었기에 내용도 다양했고, 또 그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을수 있어 좋았다. 책을 덮으면서 들었던 의문은 과연 이 25인의 만남이 김제동 본인 스스로 선정한 사람과의 만남이었나 하는 거였다. 한가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