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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평점 :
나는 요즘 이재익이라는 작가가 궁금하다. PD라는 직함보다 작가라는 직함이 너무나도 멋지게 들어맞는 그가 요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생긴다.
그의 무궁무진한 이야기 소재는 어디까지이고, 그가 펼칠수 있는 상상력의 그 끝은 어디일까도 궁금하고.
일단 심야버스 괴담을 받아든 순간 생각보다 너무 얇은 두께의 책이라는 생각에 실망했었다. 왠지 무더운 여름을 서늘하게 해줄것만 같은 호기심을 일으켰던 괴담관련 소설이 너무 얇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살을 덧붙이는 형태로 두께만 부풀리고 내용은 거기서 거기인 책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더 인물 한명한명에 생명을 불어넣었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세기말 심야버스를 배경으로 7명의 남녀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내보이며 현실을 외면하려 했다가 오히려 뒤통수를 맞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인간은 항상 지나놓고나서야 후회를 한다.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숱하게 한다.
이 심야버스에서 우연치 않게 일어났던 사건을 그냥 사실대로, 정직하게 신고만 했더라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것이고, 섣부른 살인을 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눈만 딱한번 감아버리고, 모른 척 시치미 떼면 이 악몽이 없어질거라 생각할수 있는 것도 우리 인간들이 할수 있는 가장 최고의 오만방자한 행동이지 않을까?
정리해고를 당해 기사에게 시비를 걸고 실랑이를 벌이는 50대쯤의 취객의 행동은 뉴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버스안 풍경을 연상케 한다. 승객들의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고 안전운행하는 기사에게 시비를 건다는 것은 솔직히 있어서도, 있을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런 실랑이 속에서 취객을 말리는 승객이 있었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고자 행동했던 사람은 솔직히 심야버스내 아무도 없었다. 다만 운이 없었을뿐이다.
취객이 본의아니게 승객들에게 압사당해 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시체를 야산에 버릴 생각을 하는 버스안 승객들, 그 와중에 잠이 깨 시체를 유기하면 안된다고, 신고를 하자고 하는 윤리교사의 말이 그 상황에 그 승객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될리도 만무했겠지만, 어찌됐든 또한번의 몸싸움끝에 이번에는 기사가 숨진다. 이제 유기해야 하는 시체가 2구가 된 것이다.
좀전까지만 해도 도덕 운운했던 윤리교사는 이번에 너무나도 뻔뻔하게 시체유기에 앞장을 선다. 참 모순이지 싶다.
아무튼 이렇게 시치미 떼고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일상생활로 복귀한듯 했으나, 버스안에 있었던 승객들 한명한명이 흔적도 없이 죽임을 당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난 갑자기 <난 네가 지난 여름에 무슨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제목이 확실한지는 모르겠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어찌됐든 이 책은 공포와 로맨스 요소가 결합된 소설을 지칭하는 고딕소설답게 원나잇스탠드 같은 자극적인 섹스장면도 등장하고, 또 같이 침묵하기로 했던 버스안 승객들이 과연 누구에게 의문의 죽임을 당하나? 하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7일만에 집필했다는 이 책에 대해 작가가 느끼는 점은 무엇일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만족했나 싶기도 하고.
머릿속에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 작가라는 직함에 어울린다는 호평을 받을 정도의 위치에 섰으니, 좀 쉬엄쉬엄, 천천히, 오래 보완하고 다듬어서 세상에 내놓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