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
이소연 지음 / 돌고래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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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해 꼭 한마디는 하고 싶어서 100자 평으로 남기려고 했는데 글자 수가 잘렸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 꽉꽉 채워서 리뷰로 작성하기에는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도 않아서 어렵더라. 그런데도 한마디 안 할 수는 없어서, 굳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에 사는,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준비하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해서 말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무슨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배출의 심각성과 결혼식을 이야기하기에 뭔가 싶었는데, 내가 이렇게 무지했다. 결혼식을 완성하기 위해 그 장소에서 소비되는 모든 것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있었다. 화려한 꽃장식부터 신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드레스까지. 30분 정도의 결혼식을 이뤄내는데 지구가 겪는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는 모든 것을 눈에 담기에도 바쁜 와중에 연신 감탄하기 바쁘다. 너무 아름답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 버진로드를 채운 꽃, 열심히 봐주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하객들, 주인공 부부. 그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정신적 스트레스와 돈 계산하면서 지내 온 날들이 스쳐 간다. 그 과정 틈틈이 떠오르는 의문점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가 하는 거였다. 휘몰아치듯 바쁘게 준비하면서 이런 의문도 그냥 스쳐 지나가곤 하겠지만, 결혼식이 다 끝나도 종종 떠오를 거다. 이렇게까지 결혼식을 해야 하는가.


먼저 고백하자면, 내가 경험한 결혼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다. 최근 10년 가까이 결혼식에 거의 가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사이에는 장례식에 간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니 요즘 결혼식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어떤 결혼식이 이슈인지, 무엇을 준비하는 게 추세인지 정확히 모른다. 한 가지, 유명인들이 결혼식을 생략한 결혼을 결정하는 걸 보면서 이런 방식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더 짙어졌다는 건 분명하다. 어쨌든 결혼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기에 뭐라고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본인이 결정하고 준비하는 결혼식에서 생각해야 할 거,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은가 하는 거다. 아끼는 사람들 초대해서 조촐한 파티처럼 하고 싶은지, 주인공 둘이서 기념으로 남길만한 이벤트로 할 것인지, 어른들의 손님까지 완벽하게 접대하고 싶은지. 근데, 이상하게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동안 봐온 많은 결혼식이, 그 결혼식을 볼 때마다 내가 이런 결혼식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계속했었다는 게 새삼 떠올랐다.


책 한 권을 다 옮겨놓고 싶을 정도로 저자가 하는 모든 말이 충격적이었다. 결혼 준비가 이렇게나 어려웠던 건가 싶었다. 어렵다는 말이 맞나. 고통스럽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결혼 준비는 힘들었다. 1년 전에 예약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는 예식장, 내가 얼마는 내는지도 모르게 결혼박람회에서 급하게 계약금을 내게 되는 스드메 예약, 금액에 따라 다른 옵션을 수시로 추가하게 되는 선택들, 예약 금액을 더 내더라도 한 벌이라도 더 입어보고 싶은 웨딩드레스, 얼마짜리 식사를 대접하면 욕먹지 않을까 싶은 청첩장 모임, 얼마나 해야 남들 정도의 결혼식을 하게 될까 걱정한다. 결혼 당사자들만 걱정이 많은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또 어떻고. 신부가 서운해하지 않을 브라이덜 샤워는 어느 정도로 해줘야 하나,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섭섭하다고 하지 않을까, 신랑 신부보다 많이 돋보이지 않게 꾸며야 하는 하객룩을 고민해야 한다. 가방순이 역할을 잘 해야 하고, 부케순이 하면서 또 신경 써야 할 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결혼식에 다녀와서 많은 말이 나오는 것 역시 새겨들어야 한다. 얼마짜리 식사였는지, 맛은 어땠는지, 그 결혼식장은 가격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그런 장소에서 결혼할 수 있는지 등등. 오직 축하만 있으면 좋을 자리에서 우리는 빠른 눈으로 스캔하며 여러 가지를 계산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신부가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는지,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 위해 어떤 시술까지 받고 있었는지, 이거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무슨 전시회에 올려진 작품처럼 보여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살면서 이런 단계는 또 얼마나 더 남아있을까.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면 또 제2의 결혼 준비 같은 과정이 남아있다는 거다. 산후조리원, 돌잔치 등, 이제 육아와 연관된 비교 전쟁이 남아있었다. 처음 정보 공유로 시작된 관심은 넘쳐나는 정보로 흡수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엮어진 관계는 가까워지고, 비교는 더 쉬워진다. 예쁘게 잘 꾸며진 장면들을 연출하며 만족하고, 남들보다 내가, 내 아이가 더 잘나 보였으면 하는 욕심이 더해지면서 이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소비 경쟁은 심화한다고 한다. 틀린 말 같지 않아서 무섭다.


세월이 야속한 건지 내가 늙은 건지, 이 책 읽으면서 어지간히 충격받은 게 아니다. 특히 청첩장 모임에서 눈치싸움 하듯 적절한 금액을 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고, 부케순이의 역할이 부케를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웠다. 그 부케를 받고 심혈을 기울여 꽃을 살려내어 굿즈로 만들어 되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숨이 막혔다. 언니와 동생의 결혼 준비를 같이했고, 여러 친구의 결혼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모든 상황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남들이 어떻게 볼지 전전긍긍 고민하면서 선택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비교하면서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생각도 계속됐다. 다 그렇게 결혼하고 살아가겠거니 싶었다. 뭐 그렇게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순간이 어디 결혼뿐이겠는가. 사는 동안 매 순간이 비교의 날들인 것을.


가볍게 읽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한숨이 나오면서 동시에 숨이 막힌다. 현대사회의 결혼식이 이렇게 계속되는 게 맞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고민하면서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계속 묻게 된다. 낭만적인 결혼식에 이런 방식이 계속되어도 괜찮다고 말하거나 이런 정신적 물리적 지출이 웃긴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정답은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이러한 소비가 맞는 건지,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나만의무언가를 지향하는 게 인간의 바람이겠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의 날로 만들고 싶으면서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걸 연출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이야기로 웨딩 시장의 구조와 민낯을 마주하면서, 결혼에 머무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포괄적인 이야기에 생각할 게 많은 책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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