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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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충격적인데 우선 이 책의 영어 원제를 좀 볼 필요가 있습니다. adult survivors of toxic family members인데... 보통 "유해한 가족들로부터의~"가 붙으면 그 뒤(영어라면 그 앞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만)에 victim(희생자)이 오고, 이 희생자들은 대개 청소년, 미성년자, 유아, 어린이들입니다. 이 경우에는 국가 공권력이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 우선 adult라고 했으니 애들이 아니라 성인입니다. 보통 애들이 피해자이면 동정을 받고, 시시비비가 대개는 분명하게 가려집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성인이라면, 예를 들어 성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이라면, 아니 애도 아니고 다 컸는데 부모가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겠어? 지도 알아서 잘했어야지 라며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게 형제 사이의 갈등이라면 더 심각합니다. 누가 쉽게 시비를 가릴 수도 없습니다. 형이 무슨 벼슬이나 된 양 동생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심지어 의붓부모와 결탁하여 재산을 가로채기까지 합니다. 최근 헌재(憲裁)에서 유류분 폐지(위헌,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내려졌으므로 한국에서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면 마음 약한 쪽이, 에휴 나도 다 잘했다고는 못하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가해자의 의도에 말려들어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숯불을 피우고 자살까지 합니다. 이 책의 목적은, 피해자 입장에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도 타인은 타인이고, 내 소중한 인생을 남의 책이나 악의에 제물로 바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survivors는, 당연하지만 그런 나쁜 의도에 무기력하게 말려들지 말고, 단호하게 끊어낼 부분은 끊어내라는 것입니다. victim이 되지 말고 살아남으라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 제목에는 정관사 the가 하나도 붙지 않았습니다. 나쁜 가족과 겪는 갈등이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며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이 책에 제시된 사례들이 특수한 경우에만 맞는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저자의 단호한 의지가 벌써 제목에서도 이렇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의역이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 잘 옮겨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목 보고 끌렸던 분이라면, 책 내용도 그 기대에 맞게 잘 저술되었으니 믿고 읽어도 되겠습니다. 첫째 이 책은 그런 가족이라면 절연해야겠다는 당신의 결심에 도덕적 근거와 정당성을 부여하며("가책 느낄 필요 없다! 잘못은 저쪽이 먼저 했으니!), 둘째 괜히 덤터기쓰거나 책잡히지 않고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올 현실적인 팁을 제공합니다. 복수나 응징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남의 나쁜 음모에서 그저 탈출하라는 겁니다. 미국 영화에서도 보면 피해자가 구태여 빌런에게 보복 폭행을 않고 그저 현장에서 도망만 치기도 하지 않습니까. 

항상 보면, 나쁜 상황보다 더 사람 잡는 게, 나쁜지 좋은지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입니다. 아예 나쁜 상황이면 대응책이라도 마련할 텐데,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아리까리한 게 정말로 사람 골치아프게 만들죠. 이 책에서 말하는 toxic family member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해줄 때는 또 눈물이 날 만큼 잘해줍니다. 이러니 사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좀 그러는 듯하다가 바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가스라이팅을 시작하고 나의 골수를 뽑아먹으려 듭니다. 

그 사람은 말만 가족이지, 나를 이용해야 할 도구나 감정쓰레기통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이 사람이 가족한테 이런 몹쓸 짓을 하는지 이해하고 분석하려 들지 마십시오. 그건 당신이 할 수도 없고, 능력이 된다 해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그렇게 망가진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희생자로 삼고 괴롭히려고 작정한 상황이므로, 내가 이렇게 하면 그도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겠지, 행여 이런 기대는 품지를 않아야 합니다. 당신이 이런 헛된 기대를 품는 이유는, 그래도 우리는 서로 가족인데 뭔가 통하는 게 있겠지, 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건 내 책임도 없다고는 못하지, 이런 착한 마음을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이 남도 아닌데(설령 남이라고 해도!)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 주겠거니 했다가는 그 악몽의 수렁으로 다시 빨려들어갑니다. 이 세상에는 남보다도 못한 가족, 친척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당신 옆에 있는 건 당신 잘못도 아니고 당신이 부끄러워하거나 죄의식을 가져야 할 일도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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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 현대미술계 악동과의 대면 인터뷰
김성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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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아티스트도 아티스트이지만 그를 알아보는 안목 있는 후원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주제로 다뤄진 데미언 허스트도, p36에 나오듯 이름난 컬렉터인 찰스 사치(Sachi)의 발굴이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명성과 성취가 가능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의 혈통이 이라크계 유대인이라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원래 이라크 땅은 시아파나 죽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무관하게 특정 왕가가 다스리기도 했던 나라입니다. 

그러던 게 1948년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이 몰려와 독립 국가를 선포하고, 전 아랍에 걸쳐 반 유대 움직임이 일자, 이 찰스 사치의 일가가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던 것입니다. 아랍 어디라도 유대인이 살지 않았던 곳이 없었고(새로 팔레스타인에 정착한 유럽 출신들과 이들은 정체성이 매우 다릅니다만) 그래서 역사의 격변기에 이런 일도 생겼겠구나 싶었습니다. 여튼 사치가 크게 성공한 분야는 광고업계였고, 이 섹터가 허랑한 기질의 직원들이 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곳 같아도 정말로 센스 있는 소수는 크게 성공하는 분야입니다. 찰스 사치에게서 그 전형을 보는 듯합니다. 

유능한 이는 자신처럼 유능한 사람을 반드시 알아봅니다. 데미언 허스트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매우 간단하게) 찰스 사치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확보하고 yBa는 그때부터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고 책 p39에 나옵니다. 데미언 허스트는 책 초반에 나오듯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예술은 물질적 풍요가 뒷받침되어야 싹을 틔운다는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청년 시절부터 남다른 그의 개성과 가능성으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듯 그는 탄생부터 정말 큰 행운과 함께한 아이였는데, 하나는 그의 재능과 센스이며, 다른 하나는 그가 가족들로부터 받은 사랑이었습니다. 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면 이런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지요. 

이 책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생전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마거릿 대처가 참 여러 모로 큰 영향을 남겼구나 하는 점입니다. 물론 그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에게는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 (책에 나오듯이) 1970년대 말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가서 IMF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했던 한심한 과거의 초강대국을 오늘날 정도로까지 애써 살려 놓은 불세출의 영걸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노동자, 특히 광부들과 그 가족, 후손 사이에서는 아직도 원성이 자자하며, 이 책에도 나오듯 예술인에 대해 정부 긴축 정책 때문에 지원을 확 줄이기도 했습니다. 

yBa(Young British Artists)도 역설적으로 대처의 아이들(p46)이라 불릴 만큼, 이런 긴축 기조에 "자생적으로" 젊은이들이 대응하여, 사치 형제 같은 후원자를 만나 대성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저 우연이 아닌 게, 정부가 밀어주지 않으니 스스로 대중이 찾아오게끔 더 쉬운 소통을 시도하고 표현의 허들을 낮추며, 전시회의 기획, 운영, 홍보에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 오히려 제가 인상깊게 본 건, 데미안 허스트의 상업적 기업가적 센스였습니다. 문제적 작품도 예술성도, 아티스트 본인의 의도를 대중이 자발적으로 알아주지 못한다면 이런 시대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안목 높은 귀족이나 많이 배운 교황, 어려서부터 좋은 것만 보고자란 왕족이 예술가를 챙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데미언 허스트가 제작하거나 그가 도와 제작된 예술품들, 그가 용케도 모아 한자리에 모신 작품들은 지금 봐도 쇼킹합니다. 배웠건 못 배웠건, 돈이 있건 없건 그걸 누구한테 보여 줄 때 "와! 이게 뭐야" 싶은 찬탄이 관객의 입에서 바로 나올 수 있어야 그게 찐으로 예술인 것입니다. 책 표지에 나온 상어 작품을 보십시오(정확한 이름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입니다. p40). 뭐 죽고 싶어도 못 죽을 것 같은 상황인데, 중요한 건 저 (이미 죽은) 백상아리가 죽을 수 있냐 여부가 아니라, 우리들 살아있는(일단 지금은요) 자들의 생각과 의도입니다. 백상아리가 저 수조 안에서 포름알데히드를 뒤집어쓰고 곤혹스럽게 죽은 채로 유영하는 게 녀석에게 원하는 바이건 말건 무관하게, 우리는 그에게 불멸이니 뭐니 하는 표상을 뒤집어씌워 아이돌 비슷하게 만드는 중이며, 상어 혹은 불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고 노는(?) 우리가 더 중요해지는 거죠. 

p100에 나온 <그릇을 든 악마>를 보십시오. 그 질감만 보면 그리스 시대의 쉬고 있는 권투 선수 조상(彫像) 같습니다만 사실은 플라스틱 제작이라고 해서 김이 샙니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즐겁게 속지 않았습니까. p135에 나오는,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약장 모습 전시는 그 제목이 <신>이라고 합니다. p167도 함께 보십시오. 데미언 허스트 본인의 해명이 더 걸작입니다. p180에서 허스트는 <다이아몬드 해골>을 들고 있는데 아무런 착시는 없어도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어느 작품이 연상되는 모습입니다. 한국인인 김성희 관장님과의 인터뷰가 함께해서 더 뜻깊고 예쁜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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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할 년, 그래도 사랑합니다 - 눈물로 써내려간 10년간의 치매 엄마들 간병기
정경미 지음 / 다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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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치매환자들도 크게 증가하여 거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르신한테 치매가 생기면 자녀들이 간병하느라 가장 큰 피해를 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환자 본인입니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평소의 존엄과 품위, 기억(p109)을 잃어버리니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본인이 가졌던 추억과 애착이 사라지면 이제 정체성도 흔들리는 것입니다. 그런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자녀의 찢어지는 마음은 또 어떻겠습니까. 

이 책 제목의 뜻은 p32, p61에 나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께서 그 딸한테 하는 말입니다. 이런 욕을 들으니 아무리 착한 딸이라도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죠. 그래도 딸은 엄마를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이게 인륜의 본모습이며, 아무리 모든 게 무너지는 슬픔이 닥쳐와도 묵묵히 이겨낼 수밖에 없습니다. 따님의 경우 어머님보다 체구가 작으시기도 한데, 이 때문에 화장실에 모시고 가는 데에 더 큰 어려움(p65)을 겪기도 합니다. 등급 판정은 거의 하늘에 별 따기(p37)라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분이 찾아오셔야 할 정도 같으면 이미 상태가 매우 나빠진 후입니다. 문제는 치매환자의 경우 대부분이 보호사님들께 협조적이지 않고, 이분들이 환자를 24시간 케어하는 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환자를 요양병원 등 시설에 보내 드려야 하는 상황까지 가는데, 이때 "결국 보호사들이 하는 일도 없지 않았냐"며 갈등을 빚거나 분노를 퍼붓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할 일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깊게 본 건, 특히 p123에서 보듯 가끔은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구 우리 엄마가 그럼그렇지 하며 좋아하게 되는 것도 잠시, 이내 상태가 도로 나빠지므로 돌보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낙담이 되고 진이 빠지며 차라리 내내 상태가 나쁘셨던 것만도 못합니다. 사람의 절망, 실망, 기대의 좌절이라는 게 그만큼 당사자를 막판까지 몰고갑니다. 사람이 아무리 궁핍해도 가족의 사랑 덕분에 버티는 것이고 어떤 희망이 남아 있어서 자살로까지 안 가는 것인데 말입니다. 

책앞날개와 p109의 각주에서 보듯 저자는 어머니 간병 관련 유o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또 아 나도 언젠가는 저런 상황이 될 수 있겠다 싶은 분들이 많이 구독하는 미디어이므로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가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또 p281 각주에 나오듯 저자분의 사연은 이미 지상파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하... 그런데 이미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저자께서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 모두가 편찮으십니다. 한 분도 힘든데 두 분을 간병한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겠습니까? 이 사연은 p136 이하에 자세히 나오는데, 비록 책에서 다 공개된 곡절이기는 하나 이 서평에 옮기기조차 죄송스럽고 또 제3자 입장에서조차 슬픈 일입니다. 

비록 당신의 생이 불행했다고는 하나 며느리의 효도 덕에 그래도 노년에 기분이 좋아지시고(p180) 오래 간직되지는 못해도 하나의 추억을 선사받는 게 얼마나 큽니까. 간병 중의 최악은 p202, p67등에 나오듯 배변 관련입니다. 그래서 이웃에서조차 "저러다 저 집 며느리 잡겠네.(p201)" 같은 말이 나왔던 것 아니겠습니까. p233에 나오듯 요양병원에 모신다고 다가 아니라, 저자분 시어머니처럼 모범적으로 생활하시는 분도 있고(다만 p308에 나오듯이, 데이케어센터에 계실 때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p119의 친정엄마처럼 직원들 애를 먹이는 분도 있는 것입니다. 생전에 이분들 성격이 어땠는지도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젊었을 때 꾹꾹 참고 산 분들이 치매 발병 후 오히려 통제 불능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p333에 나오듯 치매는 자녀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간병문제를 거론하는 게 아닙니다. 노인이라고 다 치매가 오는 게 아닌데 부모님에게 그 병이 생겼다면 그 유전자가 자녀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그 스위치가 항상 켜지는 게 아니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본 후 소지가 있다 싶으면 그에 합당한 주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자신이 언젠가는 발병하여 자신의 자녀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유익한 정보가 많으므로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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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동산의 미래
김형일.이보람.장용섭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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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대구 일대에 주택 공급이 대거 늘어나며 과연 현지의 수요나 경제력, 경기 활성화 정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크게 일었더랬습니다. 저자도 서문(p5)에서 2008년의 미분양 사태를 환기하며 다시 그때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우려합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분 같습니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상승과 조정을 거치며 우상향합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시장을 이렇게 보는 건 아닙니다.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만성적인 경기 침체 때문에 파국이 멀지 않았다고 10년 전에 단언한 사람도 있었고 저도 독후감을 쓴 적 있습니다. 그 예언은 우리 모두가 다 보았듯 정반대로 반박되었고 손해를 본 이들의 원성도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이며,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여튼 장기 우상향이라니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 때 들어가면 되는 걸까요? 부동산뿐 아니라 모든 자산이 그렇지만 어디가 저점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자는 2008년 대구 달서구의 사례를 들며, 미분양 처리를 위해 할인가로 물량을 풀고, 이로 인해 기 입주 세대와의 갈등이 크게 빚어졌다고 합니다. 이건 대구만의 사례가 아니며 수도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지금은 PF 자체를 정부에서 틀어막다시피하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가 뉴스에서 거론이 안 된다뿐입니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는 건 시장의 원리이지만 한국 부동산은 독특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공실이 있어도 가격을 내려 세입자를 들이지는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부동산의 미래를 알려면 먼저 그 지역의 고유한 특징, 지난 사정, 거주민의 인구학적 개성, 기 설치된 시설이나 인프라, 지형 등 여러 조건들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p19 이하에서는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구의 사정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는데, 물론 저자분이 대구 분이고 실제 거주자니까 가능했겠지만 다른 도시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꼼꼼하게 서치하면 정보 입수는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만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어떤 관점과 체계 안에서 살펴 보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어서 중구(인구밀도), 서구(재개발 이슈), 달서구(인구 최대), 달성군(국책사업) 등을 책에서는 분석합니다. 

부산, 광주 등에도 도시철도가 꽤 높은 완성도로 갖추어졌습니다만 대구에도 대체로 시내 전체를 커버하는 훌륭한 도시철도가 운행 중입니다. 인근 부산도 그렇습니다만 사실 이들 광역시 도시철도가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잦은 요금인상이 단행되곤 하는데 수도권보다도 훨씬 요금이 비쌉니다. 지방 경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살아날 줄을 모르니 인구가 줄고 이용객이 줄어드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튼 책에서는 특히 p119 이하에서 1호선 국가산단연장 노선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책의 목적이, 대구에 사는 분들이 과연 지금 내 집을 마련해야 하며,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에 대출은 얼마나 껴야 하고, 무엇보다 "어.디.에" 작은 규모로라도 내 집을 사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기에, 이런 대목을 자세히 파헤치는 것입니다. 

p146 이하에서는 지산범물지구, 시지노변지구, 칠곡지구 등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특히 저는 전체 4지구에 걸쳐 있는 칠곡지구에 대한 분석과 전망 중에서, 원삼국 시대의 문화 유적이 출토된 칠곡 일대를 다룬 부분을 눈여겨 봤습니다. 원래 문화유산 근방에서는 사실... 어떤 출구가 안 보이며, 대구뿐 아니라 부산, 심지어 서울 강동구 일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사시설, 공원 등등... 본문 중 "다음을 기약한다"는 말이 더 답답하고, 모두가 같은 생각이지만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대역사문화특구 지정에 힘입어 어떤 다른 관광 수요를 기대할 수나 있을지... 월배신도시나 테크노폴리스(구 유가읍, 현풍읍) 등도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부산도 그렇고 요즘은 이런 구 농촌 지역에 대규모로 어떤 목적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여기는 산업지구와 함께 소도시 수준의 개발이 이뤄집니다. 수성의료지구도 복합쇼핑타운까지 함께 모색되는 분위기입니다. 

광역철도, 달빛철도, 도심 내 4차 순환선,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이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입니다. 무엇보다, 말도탈도 많았던 통합신공항이전사업이 어떻게 될지 역시 관건입니다. 또 대구시청 이전, 지역연고 농구단 전용 경기장 건립 등 이슈가 많습니다. 프로농구 출범 초기(25년 전) 대구동양이 그 나름 인기를 끌었던 걸 생각하면 현재는 아직 침체된 상태이며 라이온즈 야구단의 인기도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올해 조금 살아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 경제, 산업의 전망, 또 미분양 상태가 어떻냐는 건데, p251 이하에 깔끔한 인포그래픽과 함께 다양한 정보가 제시되네요. 내 집 마련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꿈인데, 다만 서두르다가 오히려 경기 침체의 타격을 먼저 맞을 수도 있으니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지혜로운 결정이 필요하겠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한다더라 같은 대세 추종도 좋으나, 큰 욕심 내지 않고 작은 집부터 마련해서 소중하게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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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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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베스트셀러 자계서를 저술하신 이시형 박사님의 새 책입니다. 표지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아흔이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리도 꼿꼿하시고 눈빛도 지혜로 빛나는 듯합니다. 다른 이들의 병을 고치실 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상태까지 바르게 유지하신 소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체적인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시형 선생께서는 여태 당신의 저서들을 통해 사람의 정신 건강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방법을 설파한 분입니다. 선생님의 저렇게 정정하신 모습을 보면 우리 독자들도 함께 각성하게 되는 듯합니다. 

선생께서는 명문 경북고를 나온 분인데, p73을 보면 아무래도 여기가 명문고다 보니 부잣집 아들들이 많이 다녀, 학창 시절에 그 윤택한 가정 환경을 엿볼 기회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어느 친구의 집에 들러서, 공예품도 아니고 먹는 진짜 사과를 장식으로 놓아 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아주아주 예전이니까 과시용으로 이랬겠지만, 요즘은 과일이 워낙 흔하니 방에 날파리만 끓게 하는 미련한 짓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그 친구분은 외동아들인 터라 더 귀하게 자란 몸이었는데... 

반면 선생은 워낙 형제도 많고 대가족이라, 저런 사과 하나가 (장식용이든 뭣이든) 놓여 있었다면 순식간에 증발(책의 표현입니다)했을 것이라는 거죠. 그런데, 나이 드시고 보니 가장 좋은 건, 가난하든 부유하든 식구 사이에 정이 넘치고 형제 간에 옥신각신하면서도 시끌시끌 화목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그런 훈훈한 풍경이었다, 이게 선생의 최종 결론입니다. 이에 덧붙여, 요즘 우리 나라가 출산율이 너무도 저조하여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는 소식에 또한 우려를 표합니다. 

선생은 우리 나라 최초로 정신의학에 기반하여 자계서를 쓴 분입니다. 선생의 연세 아흔이시니 학창 시절의 아주 초입에 일제 강점기를 체험하셨을 법하고, 일제가 워낙 집요하게 조선 사람들을 세뇌했다 보니 해방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한국인이 아닌 일제 치하인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회고하십니다. 선생은 한 걸음 나아가, 만약 통일이 될 경우 남쪽과는 상당히 다른 방법으로 살아 온 북녘의 동포들을 위해, 일종의 사회정신의학(p52)이 필요할 수 있어 일찍부터 준비했다고도 하십니다. 꼭 북쪽 사람들뿐 아니라, 이미 1970년대에 급속히 산업화한 한국의 청장년층을 위해 "배짱으로 사는 법"을 보급한 것도 다 사회정신의학의 일환입니다. 

앞에서 부잣집 아들 친구 운운하셨으나 사실 선생 본인도 명문가 자제였고 특히 삼촌분이 일본 유학까지 마친 엝리트(p22)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흔히 그랬듯 암울한 시국에 비분강개하여 민족 정기가 이끄는 바른 길을 걸으시려다 왜경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죠. 이런 피가 흐르다보니 선생도 아주 어린 나이부터 담대하셔서, 당시에는 아직 교통편조차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학 때 아주 먼 거리를 걸어 이동하여 학교에서 고향 집까지 돌아온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p34). 집안에서도 모두 놀랐는데, 선생께서는 어린 시절 주변 모두가 상상조차 못한 이런 성취를 해 낸 체험 자체가 자신에게 큰 자신감, 성취감을 심어 주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취미생활처럼 해외에 나가는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선생 같은 엘리트도 미국에 유학하는 일이 드물었고 하물며 현지에 일가친척 한 명 없는 처지에서 더욱 난감한 부분이 있었겠습니다. 연세대에서 치러진 시험에 합격하고 드디어 미국에 도착하여 인턴 생활(p172)을 하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데, 어느 대목에서도 선생 특유의 패기와 긍정 마인드가 배어납니다. 어느 조직이라도 꼭 보면 강자에게 비굴하게 비실거리고 약자를 못살게 굴려는 등신 같은 인간이 있기 마련인데, 선생은 평소에 익혀 둔 유도 실력을 발휘하여 그자에게 본때를 보여 줬다고 합니다. 역시 남자는 자기 몸을 지킬 최소한의 호신술은 익혀 놓아야 합니다. 

책에는 어려서 잠시 하우스보이를 하던 경험(p106), 공부를 잘해서 잠시 자신이 천재인 줄 망상했다가 그 환상이 깨진 이야기 등 솔직하고 유쾌한 서술이 가득합니다. 그 정도로 머리가 우수하신데 천재라고 자부심을 가지실 만도 하신데 말입니다. 인생은 누구나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는 것이며, 그런 긍정의 마음으로 가득한 젊은이 앞에 성취 못할 목표란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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