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할 년, 그래도 사랑합니다 - 눈물로 써내려간 10년간의 치매 엄마들 간병기
정경미 지음 / 다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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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치매환자들도 크게 증가하여 거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르신한테 치매가 생기면 자녀들이 간병하느라 가장 큰 피해를 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환자 본인입니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평소의 존엄과 품위, 기억(p109)을 잃어버리니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본인이 가졌던 추억과 애착이 사라지면 이제 정체성도 흔들리는 것입니다. 그런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자녀의 찢어지는 마음은 또 어떻겠습니까. 

이 책 제목의 뜻은 p32, p61에 나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께서 그 딸한테 하는 말입니다. 이런 욕을 들으니 아무리 착한 딸이라도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죠. 그래도 딸은 엄마를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이게 인륜의 본모습이며, 아무리 모든 게 무너지는 슬픔이 닥쳐와도 묵묵히 이겨낼 수밖에 없습니다. 따님의 경우 어머님보다 체구가 작으시기도 한데, 이 때문에 화장실에 모시고 가는 데에 더 큰 어려움(p65)을 겪기도 합니다. 등급 판정은 거의 하늘에 별 따기(p37)라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분이 찾아오셔야 할 정도 같으면 이미 상태가 매우 나빠진 후입니다. 문제는 치매환자의 경우 대부분이 보호사님들께 협조적이지 않고, 이분들이 환자를 24시간 케어하는 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환자를 요양병원 등 시설에 보내 드려야 하는 상황까지 가는데, 이때 "결국 보호사들이 하는 일도 없지 않았냐"며 갈등을 빚거나 분노를 퍼붓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할 일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깊게 본 건, 특히 p123에서 보듯 가끔은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구 우리 엄마가 그럼그렇지 하며 좋아하게 되는 것도 잠시, 이내 상태가 도로 나빠지므로 돌보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낙담이 되고 진이 빠지며 차라리 내내 상태가 나쁘셨던 것만도 못합니다. 사람의 절망, 실망, 기대의 좌절이라는 게 그만큼 당사자를 막판까지 몰고갑니다. 사람이 아무리 궁핍해도 가족의 사랑 덕분에 버티는 것이고 어떤 희망이 남아 있어서 자살로까지 안 가는 것인데 말입니다. 

책앞날개와 p109의 각주에서 보듯 저자는 어머니 간병 관련 유o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또 아 나도 언젠가는 저런 상황이 될 수 있겠다 싶은 분들이 많이 구독하는 미디어이므로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가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또 p281 각주에 나오듯 저자분의 사연은 이미 지상파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하... 그런데 이미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저자께서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 모두가 편찮으십니다. 한 분도 힘든데 두 분을 간병한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겠습니까? 이 사연은 p136 이하에 자세히 나오는데, 비록 책에서 다 공개된 곡절이기는 하나 이 서평에 옮기기조차 죄송스럽고 또 제3자 입장에서조차 슬픈 일입니다. 

비록 당신의 생이 불행했다고는 하나 며느리의 효도 덕에 그래도 노년에 기분이 좋아지시고(p180) 오래 간직되지는 못해도 하나의 추억을 선사받는 게 얼마나 큽니까. 간병 중의 최악은 p202, p67등에 나오듯 배변 관련입니다. 그래서 이웃에서조차 "저러다 저 집 며느리 잡겠네.(p201)" 같은 말이 나왔던 것 아니겠습니까. p233에 나오듯 요양병원에 모신다고 다가 아니라, 저자분 시어머니처럼 모범적으로 생활하시는 분도 있고(다만 p308에 나오듯이, 데이케어센터에 계실 때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p119의 친정엄마처럼 직원들 애를 먹이는 분도 있는 것입니다. 생전에 이분들 성격이 어땠는지도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젊었을 때 꾹꾹 참고 산 분들이 치매 발병 후 오히려 통제 불능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p333에 나오듯 치매는 자녀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간병문제를 거론하는 게 아닙니다. 노인이라고 다 치매가 오는 게 아닌데 부모님에게 그 병이 생겼다면 그 유전자가 자녀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그 스위치가 항상 켜지는 게 아니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본 후 소지가 있다 싶으면 그에 합당한 주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자신이 언젠가는 발병하여 자신의 자녀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유익한 정보가 많으므로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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