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 럭비처럼! - 절대긍정의 힘
김익철 지음 / 세림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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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뜻인지 고개가 좀 갸웃해졌습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전통 춤 양식으로 "하카"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데요, 그 원주민을 정복 대상으로 삼았던 뉴질랜드 이주 백인들이, 역설적이게도 이를 배워서 국가 대표팀의 경기 시작 전에 동작을 집단으로 퍼포먼스한다는군요. 특히 이 관행은 럭비 경기(미식 축구와는 세부 룰에서 차이가 나죠)에서 뚜렷한 관행으로 자리했는데, 여기에는 인종과 국가를 떠나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 만한 정신이 자리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그 공감의 정신이란 바로 "절대 긍정"의 네 글자입니다.


저자 김익철은 기아자동차에 평생을 몸담은 분입니다. 요즘의 현기차 개념이 아니라, 과거 김선홍 회장 시절부터 독립 기업 기아자동차(주)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며, 그 중에서도 HRD 파트에서 중임을 맡아 온 경력입니다.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기아차 노조라고 하면 얼마나 강성인 분들입니까. 기아에서 HRD을 맡은 분이라면, 인사관리에는 도가 튼 분이라고 해도 무조건 맞죠. 중국에 가 보신 분들은 다들 알고 있는 바이지만, 한국의 인사관리 그 세세한 매뉴얼과 관행의 빼어남은 특히 중국 고위층이 보고 혀를 내두른답니다. 세계에서가장 사람들 사이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고 받는 나라가 한국이고, 그 복잡미묘하고 다양한 가지를 친 관계의 특성을 요리하다 보니, 어느덧 한국에서 통하는 건 세계 어디서도 통하게 되었죠, 대체로 룰에 순응하고 튀는 걸 경계하는 일본 따위가 따를 바가 아닌데, 이게 반드시 좋기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자 김익철은 우연한 기회에 럭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과연 실제로 럭비를 해 보기는커녕, TV 등으로 관전이나 제대로 해 본 분이 몇이나 될까요? 저자가 이 스포츠에 끌리게 된 건, 우리가 일상용어로 흔히 말하듯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맛, 그 매력에 빠진 것이 그 계기라고 합니다. 우리는 확실히 온갖 종류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저자가 개인적으로 럭비에 이끌리게 된 건, 그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난국을 헤쳐 나가며, 하프라인을 넘어 높게 솟은 두 폴대 사이로 공을 던져 넣을 때의 그 쾌감이, 세상의 모진 역경과 돌출 변수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마침내 궁극의 짜릿한 성공을 낚아챘을 때의 그 성취감과 맞먹는다는 겁니다.


자, 인생이 럭비와 유사하다는 건 이제 알았습니다. 럭비에서 그러면, 난국 타개, 리스크 미니마이징의 구체적 실천론으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저자가 말하는 건 바로 절대긍정의 정신입니다. 사실 부정적 기운으로 가득한 언사나 불만을 털어 놓는 자를 보면, 대개 불만족스러운 자기 처지를 합리화하거나, 타인에게 그 실패를 전가하기 위한 의도가 크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다들 자기 이익, 자기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촌음을 아껴 가며 뛰는 세상에, 누가 그런 철없는 푸념을 들어 주려 귀한 시간을 허비하겠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부정적 시선과 왜곡된 투사가, 모든 실패와 어긋남의 근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럭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스피릿은, 첫째도 긍정이고 둘째도 긍정입니다. 


절대 긍정의 정신 자세를 우리에게 가르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긍정적인 마인드만 가지라는 추상적 설교가 아니라, 다소 독특한 방법으로 가르침의 각론이 전개됩니다. 김익철 교수 자신을 모델로 한 걸로 짐작되지만, 강태산이라는 기업체 이사와, 장민철이라는 시골 고교 럭비부 감독의 오랜 인연을 모티브로 해서, 일종의 대화체 소설이 책 내내 전개되고 있습니다. 강태산은 청운의 뜻을 품고 고시공부에 여념이 없었으나, 이에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 취업 자리를 알아 보려 합니다. 이 때 알게 된 분이, 바로 장민철이라는 초로의 럭비 감독이었습니다. 이 두 명의 주인공이 엮어 가는 사건,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인생과, 경기 럭비가 얼마나 서로를 닮았으며, 그 과정에서 절대 긍정의 마인드가 수행하는 핵심적 기능의 중요성을 깨닫게도 됩니다. 진솔한 체험을 토대로 한 소설체 자계서이므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4년 전 나왔던 책의 개정확장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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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심리학 - 알면 인정받고 모르면 헤매는
여인택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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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책에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출판사의 소개나 홍보 문구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이 책이 "2년 2개월을 무사히, 충실히, 그리고 요령 있게"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인 줄만 알았습니다. 군 복무를 이미 마친 저로서는, 그런 용도에 국한되는 책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죠. 하지만 요즘 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 건강한 대한 남아의 절대 다수가 일정 시간을 몸담게 되는 병영의 생활을, 재미와 향수를 적절히 배합하여 많은 분들(이 중에에는 여성도 다수입니다)의 공감을 부르는 시국이기도 해서, 그 시절의 고단함이 떠오를라치면 좀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한번 책을 펼쳐 읽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이제 병으로 입대를 앞둔 청년이나, 그 주변의 부모님, 형제, 애인(가장 중요하죠?) 들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가. 페이지를 넘겨 보면 정말 평균을 살짝 상회하는 난이도의, 전방 부대 보병으로 아주 FM 군생활을 한, 단단한 땅게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빡세기도 했겠고(UDT나 의장대, 기타 힘든 곳과 비길 수는 없지만), 그 내무반 생활을 별 사고 없이, 사단에서 이쁨깨나 받은 병장의 회고담임이 팍팍 느껴지는 기록입니다. 이런 분은 이런 책을 쓸 자격이 있고, 우 리 경험자들은 서브텍스트를 통해, 말 없이도 공감과 지지를 보냅니다. "아, 이 사람 군대 생활 잘 했겠구나." 군생활 잘했다고 전역 후 사회에서 뭔 혜택이 더 붙는 것도 아니지만(훈장, 표창이나 받았으면 모르지만요), 여튼 다같은 예비역 병장으로서 이런 사람 보면 어느 조직 가서도 적응 잘 하겠구나 하며, 마음으로부터 인정을 해 줍니다. 게다가 잘 보시면, 이 저자는 지금 25를 갓 넘긴 나이인데, 저대 후 거의 바로 미국 유학 길을 떠나, 현재 그곳에서도 학생회 리더 역을 맡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유학과 군생활의 함수 관계가 보통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는 분들은 다 압니다. 저자는 이처럼, 텍스트 외적인 면에서도 칭찬을 받을 만합니다. 그런 저자의 기록이니만치 하는 말들이 구구절절 장장마다 맞는 이야기만 적어 놓았습니다. 최소한 이 텍스트에 불만 가지는 사람이 전역자도 아니고 입대 전이라면, 그 사람은 아마 입영 후 생활이 편치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정적 마인드라면 군 생활 절대 잘 못합니다.


그런데, 이미 예비역 병장인 신분에게 어케 하면 군생활 잘하는가, 이런 건 크게 실감이 안 와닿습니다. 다른 내용이 있어야, 시간을 두고 책 읽는 보람이 있죠. 이 책은 진짜 장점은, 군생활 잘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데 있는 게 아니네요! 제가 읽기로는, 이 책은 군대생활을 그저 소재로 삼아서, 심리학(학문으로서의)의 기초 개념을 잡아 주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미국에서 현재 공부도 우등으로 잘하고 있는 저자의 솜씨라서, 내용 소개도 정확하고, 그 핵심 개념을 군생활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바와 희한하리만치 연결시키는 요령이 놀랍습니다. 저는 이 책이, 가벼운 농담거리나 추억을 묶고 짜 내서, 입영 열차 안에서 불안한 마음 츄잉껌 씹어 가며 읽히게 할 의도로 저술된 줄 알았으나, 웬걸 이 책은 군대를 그저 소재로 삼았을 뿐, 쉽게 풀어쓴 심리학 개론서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이런 책이, 보통 쉽기는 흔해도 내용의 정확성 요건은 저 멀리 다른 연병장에서 노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것도 아닙니다. 정확하기도 정확하다는 말입니다.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심리학 공부도 잘하고 군생활도 모범적으로 마친, 요모조모로 배울 게 많은 저자의 내공이 잘 드러나는 책입니다. 튀지는 않지만 일러스트도 무난하고 좋은 내용이 잘 전달되게 책의 편집도 깔끔합니다. 우리가 리더로 삼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런 내용을 진정성 있게 책으로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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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100 아티스트 - 대한민국 음악의 발견
Mnet 레전드 100 아티스트 제작팀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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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라고 하면, 공인된 스타이되 그 비중과 존재감, 구체적인 업적 면에서 개인의 선호 편차를 떠나 누구에게나 인정 받을 만한 영웅적 피처를 일컬음이겠습니다. 히스토리다, 혹은 미쓰(myth)라고 하면 경우에 따라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전드라고 하면 대체로는 숭앙의 대상이며, 모두의 존경을 한몸에 받을 자격을 갖춘 존재를 의미하죠.


이 책은 스케일이 무시무시하고, 스펙트럼이 아름다우며, 그 담은 어조와 고갱이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합니다. 노래, 유행가라고 하면 어느 지역, 계층을 떠나 그 나라에 사는 같은 또래를 하나로 묶어 주는 벅찬 감정의 매개체죠. 대중 시대, 매스 미디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난 후에는, 이 유행가라는 존재의 파괴력과 흡입력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도 실려 있는 아티스트 중에 신중현은. 1026 사태 당시에 "하늘이 나와 박정희 중 한 사람을 드디어 데려 가고 말았다."고 선포했던 적도 있죠.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의 죽음이란 뜻이었습니다. 잂개 뮤지션이 최고 통치자를 향해 그런 배짱과 기상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음악인의 힘이란 "그저 아티스트"의 수준을 초월합니다.


이 책은 1. 보컬, 2. 싱어송라이터, 3. 록 &밴드, 4. 퍼포먼스,. 5. 아이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보컬 실력이 좀 약해도 작곡에 능해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라면 레전드에서 빼 놓기가 매우 곤란할 테니 앞의 두 분류는 이해갑니다. 그런데, 3. 록 &밴드는, 1의 범주에 들어가거나, 혹은 작곡 생산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2에 넣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자 임진모 평론가의 그 관록과 본능적 감각으로는, 이런 카테고리의 짜임이 최적의 방식이었나 봅니다. 권위자가 그리 말하니 일단 고개가 숙여지고, 또 그런 체계 하에서 그루핑이 균형미 있게 도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기준에서는,예컨대 전인권의 들국화는 록 &밴드가 아닌, "보컬"의 영역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조용필 역시 2.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1. 보컬에 속해 있구요. 1의 범주에는 이 외에도 주현미가 꼽히는데, 나훈아, 남진, 이난영 등은 5.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현인, 하춘화 등은 1 보컬에 속한 것도 특이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2 3 4 5 중에 어느 영역이라야 제격일까요? 임진모씨의 답은 5번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임진모씨가 내심 이들의 성취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도 감 잡을 수 있습니다. SES는 5에 들어갔으나, 핑클은 없습니다. HOT는 있지만 라이벌 젝키는 없고, 다음 장 "포스트레전드"에 동방신기가 선정되어 있으나 100명 안에 끼는 엔트리는 아닙니다. 클릭비, SS501 같은 대성 출신은 아예 찾지를 마시고요. 이효리가 5에 끼어 있을 뿐입니다. YG 출신으로는 2NE1, 빅뱅이 있으나 이들은 모두 번외입니다. 5에는 노찾사도 있고, JYP출신으로 유일하게 god가 있네요.


임진모씨는 박식하고, 문장을 잘 쓸 뿐 아니라 특유의 열정적인 태도가 매력적인 사람이죠, 분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누굴 빼거나 더하는 선호도 사람마다 갈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선정 자체가 하나의 분명한 관점을 대변하고, 어찌 보면 잘 정리된 리스트 자체를 하나의 레전드로 봐 줘야 할지 모릅니다. 레전드 100에 이어 마지막 엔트리 하나를 꼽자면, 정열의 코멘테이터 임진모를 추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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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손안의 고전(古典)
범립본 지음, 권경열 옮김 / 서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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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은 한국민족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자, 가장 많은 수험생(과거 응시자)들로부터 애독된 수험서였고, 주자의 가르침이 이땅에 전해진 이래 가장 많은 학동들의 문자 교육과 도덕 수양을 담당해 온 교과서였습니다. 이 책에 비하면, 성문영어나 수학의 정석은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그 책들은 학습자들로부터 두려움과 열띤 주시의 대상이 되었을망정, 존경과 사랑은 못 받았다는 점에서이죠. 반면 명심보감은 문자 학습, 구문 연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가르침까지, 이를 모두 독서자의 두뇌와 영혼에 담아야만 그 책을 마스터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책이 아니라 스승이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시중에는 많은 명심보감이 나와 있습니다. 그 수준과 엄정성도 사뭇 높아서, 과연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자못 주저함이 들 만큼이죠. 어느 소수의 몇몇 책이 괜찮더라는 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상태면 선택이 편한데, 다들 한가락하는(?) 명망 있는 저자의 저술이고, 주석이건 풀이건 믿을 만합니다. 독자로서는 즐거운 고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권경열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명심보감의 권위자 다섯 명만 꼽으라고 할 때, 어떤 기준에서도 리스트에 들 만큼 권위자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매끄러운 문장, 권위 있는 번역에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판본을 와이셔츠 호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게 만들어 놓아서, 휴대성을 최고로 높였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과연 책이 그렇게 작은 사이즈 안에 본문이 다 들어가는가? 명심보감은 예로부터 비축약본(완전판)과 초략본 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요. 이 책은 초략본을 담은 것이라서, 담뱃갑 하나보다 작은 사이즈, 라이터 두께만한 얇은 볼륨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자 원문과, 그 번역이 깨끗한 인쇄로 들어 있고요.


걱정하시는 분들은, 충분한 주석도 없는데 그 한자 원문. 한글로 단 한자음, 그리고 해석만으로 과연 뜻이 전달될까 하는 생각을 가질 만합니다. 제가 읽어 본 결과, 해석 안에 압축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시피해서, 다른 추가 레퍼런스 없이 이 텍스트만으로 독해가 가능합니다. 과거 조선 시대에 이 책이 나왔으면, 옷소매 등에 특수 먹물로 베껴다 놓은 의상의 도움이 없어도 아마 효과적인 커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게, 휴대성 면에서는 최고입니다. 다만 어르신들은 작은 글씨가 불편할 수 있고, 챕터를 바로 펼칠 수 있는 thumb인덱스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네요(이런 휴대용 책에는 필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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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 - 심리학자가 풀어낸 현장 리더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들의 해법
니콜 립킨 지음, 이선경 옮김 / 더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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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느 대통령은, 최전방에서 국적을 주시 경계하는 최고 책임자의 절대 고독을 한스러운 어조로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운영하는 업체 그 규모의 대소에서 차이가 날망정, 자기가 책임진 수백 수천 명의 피용인, 그 생계와 가족, 장래까지 두 어깨에 지고 있는 사장님들 역시,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저런 종류의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국가 원수라고 해 줄 만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왜 경영주들은 그리도 많은 몫을 갈무리해 가는가?" 그 답은 하나입니다. (물론 일부 악덕 경영자, 사주도 있겠으나) 책임 있는 지위의 부담과 무게는, 말만 편히 할 뿐인 관전자의 깜냥이 감당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죠.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그런 말도 한 적이 있습니다. "Buck Stops Here!" 책임은 모두 이 내가 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책은 사장님들의 고충담을 묶어서 수기 형식으로 내기라도 한 책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책이라면,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이 특별히 양심적이기라도 해서,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었던 착한 직원이거나, 아니면 지금은 일개 평범한 학 부생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나만의 사업체를 알토란같이 경영하고 싶은 미래의 사장님이거나 한 독자가 읽으면 좋겠죠. 그런데 이 책은 그게 아니라, 리더십에 관한 책입니다. 어떤 사람이라야, 작게는 자신이 속한 부서나 팀을 잘 통솔할 수 있고, 크게는 제 사업체에 자신이 채용한 직원을 잘 부리고, 충성하게 하며, 그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 회사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 이를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경영자가 될 사람 아니면 읽을 일이 없는 책인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또 누가 읽으면 좋은가, 뭘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직장에서 인간 관계가 매번 꼬여서 풀리지를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주로 직장입니다. 학교나 기타 1차적 관계, 연인 사이의 갈등 등은 이 책의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성격이 나쁘지도 않고(성격 나쁜 사람이라면 심리 치료를 받거나 자신이 각성을 해야 하지, 이런 책을 읽어서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 성실한 관계 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안 풀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에는, 요즘 소시오패스, 싸이코패스 관련 논의가 많은, "관계의 조작자(operator)"에 대한 논의도 짧게 다루고 있습니다(다만 범죄심리학적 관점의 소시오패스 개념이나 접근론은 피하고 있습니다). 매력도 능력도 충분한데, 그를 미끼로 삼아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껍데기만 남긴 채 냉혹히 버리는 유형에 대해, 어떻게 간파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가르쳐 줍니다.


리더십을 책의 논의 출발로 삼았지만, 결국 이 책은 인간관계론 워크북으로 이용해도 될 만큼 다루는 범위가 넓습니다. 각 챕터의 제목들도 독자의 구미를 확 당기게 잘도 뽑아냈습니다만, 읽어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일일이, 성실히, 맞춰 주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론"이라고 하니까 대학 학부 시절 배운 그 고리타분한 나열식 이론이 아닌가 생각하실 분들도 있는데, 아닙니다. 이 저자는 책의 전권에 걸쳐, 언제나 CEO로서 자기가 겪은 진솔한 개인적 체험을 논의의 실마리로 삼는데, 그것도 우리더러 친숙하라는 건지 주로 실패담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겪은 실패담이 아니라면, 예컨대 악덕 기업주나 극단적 개인 플레이어인 직원을 모델로 두고 열심히 "뒷담화를 까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 딱딱하기 쉬운 리더십이론, 기초 인간관계론을 실례(자기 주변의)를 통해, 부담 없이 들려주는 게 이 책의 강점입니다. 저자는 문학적 창작력도 높은 편인지, 자기가 직접 지어 낸 이상한 우화를 곳곳에 삽입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과 실제로 같은 자리에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겨운 분위기일 것 같아요. 편집도 깔끔하고 최신의 사정, 세태 반영이 이뤄진 참신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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