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심리학 - 알면 인정받고 모르면 헤매는
여인택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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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책에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출판사의 소개나 홍보 문구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이 책이 "2년 2개월을 무사히, 충실히, 그리고 요령 있게"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인 줄만 알았습니다. 군 복무를 이미 마친 저로서는, 그런 용도에 국한되는 책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죠. 하지만 요즘 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 건강한 대한 남아의 절대 다수가 일정 시간을 몸담게 되는 병영의 생활을, 재미와 향수를 적절히 배합하여 많은 분들(이 중에에는 여성도 다수입니다)의 공감을 부르는 시국이기도 해서, 그 시절의 고단함이 떠오를라치면 좀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한번 책을 펼쳐 읽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이제 병으로 입대를 앞둔 청년이나, 그 주변의 부모님, 형제, 애인(가장 중요하죠?) 들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가. 페이지를 넘겨 보면 정말 평균을 살짝 상회하는 난이도의, 전방 부대 보병으로 아주 FM 군생활을 한, 단단한 땅게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빡세기도 했겠고(UDT나 의장대, 기타 힘든 곳과 비길 수는 없지만), 그 내무반 생활을 별 사고 없이, 사단에서 이쁨깨나 받은 병장의 회고담임이 팍팍 느껴지는 기록입니다. 이런 분은 이런 책을 쓸 자격이 있고, 우 리 경험자들은 서브텍스트를 통해, 말 없이도 공감과 지지를 보냅니다. "아, 이 사람 군대 생활 잘 했겠구나." 군생활 잘했다고 전역 후 사회에서 뭔 혜택이 더 붙는 것도 아니지만(훈장, 표창이나 받았으면 모르지만요), 여튼 다같은 예비역 병장으로서 이런 사람 보면 어느 조직 가서도 적응 잘 하겠구나 하며, 마음으로부터 인정을 해 줍니다. 게다가 잘 보시면, 이 저자는 지금 25를 갓 넘긴 나이인데, 저대 후 거의 바로 미국 유학 길을 떠나, 현재 그곳에서도 학생회 리더 역을 맡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유학과 군생활의 함수 관계가 보통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는 분들은 다 압니다. 저자는 이처럼, 텍스트 외적인 면에서도 칭찬을 받을 만합니다. 그런 저자의 기록이니만치 하는 말들이 구구절절 장장마다 맞는 이야기만 적어 놓았습니다. 최소한 이 텍스트에 불만 가지는 사람이 전역자도 아니고 입대 전이라면, 그 사람은 아마 입영 후 생활이 편치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정적 마인드라면 군 생활 절대 잘 못합니다.


그런데, 이미 예비역 병장인 신분에게 어케 하면 군생활 잘하는가, 이런 건 크게 실감이 안 와닿습니다. 다른 내용이 있어야, 시간을 두고 책 읽는 보람이 있죠. 이 책은 진짜 장점은, 군생활 잘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 데 있는 게 아니네요! 제가 읽기로는, 이 책은 군대생활을 그저 소재로 삼아서, 심리학(학문으로서의)의 기초 개념을 잡아 주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미국에서 현재 공부도 우등으로 잘하고 있는 저자의 솜씨라서, 내용 소개도 정확하고, 그 핵심 개념을 군생활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바와 희한하리만치 연결시키는 요령이 놀랍습니다. 저는 이 책이, 가벼운 농담거리나 추억을 묶고 짜 내서, 입영 열차 안에서 불안한 마음 츄잉껌 씹어 가며 읽히게 할 의도로 저술된 줄 알았으나, 웬걸 이 책은 군대를 그저 소재로 삼았을 뿐, 쉽게 풀어쓴 심리학 개론서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이런 책이, 보통 쉽기는 흔해도 내용의 정확성 요건은 저 멀리 다른 연병장에서 노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것도 아닙니다. 정확하기도 정확하다는 말입니다.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심리학 공부도 잘하고 군생활도 모범적으로 마친, 요모조모로 배울 게 많은 저자의 내공이 잘 드러나는 책입니다. 튀지는 않지만 일러스트도 무난하고 좋은 내용이 잘 전달되게 책의 편집도 깔끔합니다. 우리가 리더로 삼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런 내용을 진정성 있게 책으로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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