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뉴욕 - 최고의 뉴욕 여행을 위한 가장 완벽한 가이드북, 2026년 최신판 프렌즈 Friends 4
이주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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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판 <프렌즈 뉴욕>의 앞 표지 사진에는 뉴욕 고가(高價) 코압(co-op)의 대명사인 엘도라도가 담겼네요. 그 앞 저수지에서는 페도라를 쓴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듯한데, 뉴욕은 이런 목가적인 풍경도 뽑아낼 수 있는 멋진 도시이긴 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8을 보면 저자 이주은씨는 "최고의 커피가 모이는 도시, 그곳의 스페셜티 커피"를, 사진과 저자 특유의 압축적이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원래 최고의 커피가 서빙되는 곳은 당대 패권국의 수도에 모이기 마련인데 15세기 이후 오스만 투르크가 지중해 세계를 제패했을 시기에는 이스탄불이 최고급 카페 밀집지였습니다. 21세기 뉴욕에 최고의 커피숍이 모인 것도 당연한데, 데보시온, 블루보틀(한국에도 요란하게 입점한 브랜드라고 저자가 말씀하는데 저는 모르겠습니다), 랄프스, 인텔리겐차 등이 중요하게 소개됩니다. 물론 이 파트의 첫머리에는 스타벅스가 나옵니다.

p118을 보면 비싼 도심에도 쇼핑몰이 있는 게 뉴욕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코엑스나 영등포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마 북미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씀이겠습니다. 이런 곳이 대부분 그렇듯 상점과 식당이 함께 있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합니다. 브룩필드 플레이스, 키스(Kith), 어반 아웃피터스 등이 소개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빈티지숍이 나오는데 우리로 치면 인사동쯤 되겠지요. 디스카운트 스토어도 소개되는데 노드스트롬, 블루밍데일스, 마샬스, 벌링턴 등이 사진과 함께 등장합니다. "원하는 사이즈가 잘 없다! 진열 상태가 안 좋다! 하지만 높은 할인율로 용서가 된다!" 저자의 평가입니다.

p146 이하에는 현재의 뉴욕을 이끈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주은 작가님 책은 이렇게, 여행과 직접 상관은 없는 것 같아도 깊은 여행의 맛을 근원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문 지식이 소개되어서 좋습니다. 독립 초기 연방파의 리더 알렉산더 해밀턴, 앤드류 카네기, JP 모건, 빌리 조엘(크~), 아마도 그 드라마 때문이겠지만 사라 제시카 파커도 들어갔습니다. 멋지고 센스 있는 리스팅입니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봤는데 의외로 여운이 남네요.

저는 몰랐는데 p167을 보니 뉴욕 여행에 쓸 수 있는 할인패스가 꽤 많았네요. 시티패스, 고시티, 빅애플(뉴욕의 별명이기도 하죠) 등이 설명됩니다. 요즘 같은 강달러 시대에 반드시 챙겨야할 정보입니다. 뉴욕 하면 또 미술관을 챙겨봐야 하는데 p178 이하에 권장 3일 코스가 나옵니다. 그림지도와 함께 거쳐야 할 순서까지 나와서 보기 편리합니다. MoMA는 둘째 날 네번째로 들러보라고 합니다. 뉴욕 하면 또 세계의 경제 수도라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를 안 볼 수 없겠는데, NYSE, 페더럴 홀, FRB, 그리고 조스피자가 마지막에 소개되어 독자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911 때 무너져서 그라운드제로가 되었던 WTC도 소개합니다.

소호를 소개하며 그린스트리트, 리틀싱어빌딩, 실크익스체인지 등이 다뤄집니다. 소호는 사우스 오브 하우스턴의 약자라고 나오는데(p212) Houston을 하우스턴이라 읽는 이들은 아마도 뉴요커들뿐일 것입니다. p214에는 플래그십 스토어인 프라다 브로드웨이가 나오며 앤 해서웨이, 메릴 스트립이 나왔던 바로 그 영화도 여기서 찍었습니다. "붉은 벽돌에 청록색 파사드가 소호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저자의 말입니다.

예전에 가 보고 최근 사정은 모를 여행자들에겐 p273의 해리포터 뉴욕점 정보가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매디슨스퀘어파크의 명물인 230 Fifth도 그 위풍당당한 전면 사진과 함께 추천됩니다. 익히 알던 장소도 프렌즈 시리즈에서 보면 앨범의 사진처럼 더 정겹고 예쁩니다.

매년 이렇게 개정판이 나와서 더 믿음직하고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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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폐전쟁 - 달러 패권 100년의 사이클과 위안화의 도전
조경엽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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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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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미래의 기회 - 의료 3.0 경제가 이끌어갈 투자 패러다임 쉬프트
앤드류 크레이그 지음, 이상훈 옮김 / 길벗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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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크레이그는 롬바드 스트리트(한국으로 치면 여의도나 학동?)에서 잔뼈가 굵은, 날카로운 안목, 광범위한 시야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던 애널리스트, 창업가였으며 <How to own the world>가 그의 책 중 가장 유명합니다(한국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분이 이렇게 책 한 권 전체에다 바이오섹터로 주제를 잡은 건 이 신간(원서는 작년 8월)이 처음인데, 과연 투자 패러다임 쉬프트를 논할 만큼 메가트렌드 자체가 이제 변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도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90에서 저자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아툴 가완다 박사라는 분도 앞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른바 "재생성 신체조직"에 대해 어느 분이 혁신적인 발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혁신이 (타 산업과는 달리) 현장에 혹은 기기업계, 제약업계 등에 급속하게 확산되지 않는가? 왜 이런 전문가들이 바로 돈방석에 앉고, 투자자들은 30일 연상 같은 대박을 치지 못하는가? 저자가 잠정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인력의 재훈련, 고용 위협, 기존 시스템의 전면 교체에 따른 부담(과감하게 매몰비용으로 무시해 버릴 수 없는 심리적[비합리적] 주저함) 때문이라는 취지로 저는 읽었습니다.

사실 이런 건 미국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한국도 최소 5년 전부터, 코스닥에 이런저런 유망한 바이오기업들이 있는데, 이 회사는 대표의 얼굴만 봐도, 살아온 경력이나 스펙, 학력, 창업 전 직책만 봐도 반드시 잘된다며, 혹은 지금 추진하는 신약이나 요법 개발 등이 정말로 혁신적이라며, 이제 4상도 다 통과했으니 다음달에 열릴 미국의 무슨 학회 후에는 반드시 폭등한다며 얼마나 기대를 불어넣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름시름 주가가 주저앉더니 지금은 그야말로 동전따리 신세입니다.

물론 애초에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기도 했겠고, 대표님이 겉보기처럼 그렇게 훌륭한 분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른바 "만족 모형", 즉 흠 없는 최상의 솔루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건들을 감안할 때 혁신 없이 그대로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이 의료 산업에선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이지만 경영학, 행정학 등을 공부한 이들도 저 만족 모형에 대해 많이 들어 봤을 것입니다. 그러니 뭐 하나가 나왔다고 우루루 몰려가 돈부터 박고 보는 국장식 행태는 특히 바이오 섹터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겠습니다.

p107에서 저자는 기하급수적(exponential) 성장에 대해 설명합니다. 사람의 뇌는 기하급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설계된 조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1 때 로그함수라는 것을 배워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을 보다 편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익힙니다. 종이를 일곱 번 접는 게 웬만해서는 불가능하다는 재미있는 상식도 이 원리에 기반합니다. 익숙한 선형적(linear) 사고에서 벗어나야  바이오테크의 발전을 현황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데, p117에서 저자는 일본에서 특히 두드러진 암치료법으로 독자의 주의를 돌립니다. 사실 2세대 항암요법이라는 표적치료에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데 3세대(면역 항암), 최근에는 4세대(대사. 특히 ADC)까지 등장한 걸 보면 그렇기도 한 것 같습니다. ADC 테마가 국장에서 작년에 얼마나 핫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새롭죠.

p167에 나오듯 천연두, 나병, 장티푸스, 페스트 등 온갖 무서운 질병들을 과학의 위력으로 지상에서 퇴치한 건 정말 위대한 업적입니다. 20세기 중반에는 페니실린이 나와 그간 답이 없었던 폐병 치료율을 높여 크나큰 공포 하나를 퇴치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른바 현대성 질병(disease of modernity)이 새로 등장하고, 항생제가 먹히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여 사람들의 진을 빠지게 합니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파이어월>이란 스릴러를 보면 어린 아들이 땅콩알레르기로 고생하는(죽고사는 문제입니다) 설정이 있는데, 땅콩버터는 미국인들, 최근에는 한국인들도 꽤나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더욱 공포감을 자아냈습니다. 무서운 병 몇을 퇴치했다 싶으면 새로운 문제가 두더지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의학과 질병 사이의 게임에 과연 승산이 있는지 회의감을 자아냅니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장내 미생물 균형, 면역력 증대 문제가 앞으로 바이오업계가 사활을 걸고 매달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장수하며 80 전에 돌아가시면 무슨 문제가 있으셨냐고 물어 보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투병 기간이 길거나 하면 이는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니 단순히 수명의 길이로 모든 걸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p278을 보면 QALY라는 지표가 나오는데, 삶의 질이란 팩터를 고려하여 보정한 수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표가 왜 중요한가? 종래 고가의 약물이라면 정책 입안 단계에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픙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예 초기에 (효과도 좋고 대신 비싸기는 한) 약물을 과감히 처방함으로써 Qaly를 늘리는 선택을 하자, 무의미한 장기 입원, 요양이 크게 줄었다는 쪽으로 최근 컨센서스가 생겼다는 거죠. 보건의료 분야는 그저 시장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라 공익성을 고려하여 관료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므로 이 이슈가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어느 쪽이 수혜주가 될지도 잘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CRISPR 기술이라는 게 일반들에게도 알려진 게 근 9년이 다 되어갑니다. 뚜렷한 발전이 있었냐면 답은 "그렇다"인데, 그래서 우리네 삶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아졌냐고 물으면 아무도 명쾌하게 답을 못합니다. 저자가 가장 주목하는 건 p306의 카스게비(Casgevy)입니다. 겸상 적혈구병 환자들에게 바로 다음날부터 완전히 새로운 삶,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한 임상 기록(의 요약)은 바이오 문외한이 읽어도 경이감을 느끼게 됩니다. 단백질 스캐폴드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도 주의깊게 관찰해 보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노화 퇴치, 완화는 암치료보다 쉽다(p338)는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의 말도 흥미롭습니다. 노화 지연 테마가 며칠 전 코스닥에서도 잠시 주목을 끌었던 사실도 기억났습니다. 바이오테크와 태양광 발전이 접점을 마련하는 언급도 있는데 이는 확실히 통섭적 인사이트를 갖춘 애널리스트라야 가능할 듯합니다.

맨뒤의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일일이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고, 한국에서 번역 출간이 된 책들에는 제목과 연도가 다 표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전 이런 건 드물게 보는 터라 좀 놀랐습니다. 번역자와 편집진의 성의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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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상술 - 긴자의 장사꾼 후지다 덴의 가르침
후지다 덴 지음, 이경미 옮김 / 지니의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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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수천 년 동안 외부의 강력한 정치, 군사 집단에 핍박받으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산업계, 금융계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뚜렷한 민족 정체성을 자녀들에게 치밀한 교육을 통해 전수하기 때문에 의사, 변호사 등 사회 주요 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고 가끔 큰 인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부(富), 경제계의 이니셔티브를 결코 놓지 않는 그들만의 생존, 번영 비결은 바로 뛰어난 상술에서 나옵니다.

p36을 보면 유대인들은 은행 예금도 선호하지 않고 집에 현금으로 보관하는 걸 선호한다고 합니다. 자산 보유 형태로 현금을 선택하면 그에는 이자를 비롯하여 어떤 보상도 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현금을 구태여 고집하는가? 책의 설명에 의하면, 은행 이자라고 해 봐야 물가 상승률을 어차피 못 따라가며, 예금은 내가 이만한 자산을 가졌다는 증거가 되어, 죽을 때 정부로부터 세금이 부과되는, 하나의 좋은 타겟이 될 뿐이라는 겁니다. 책에 그런 말은 없으나, 현금을 든든히 보유하면 뜻밖의 좋은 투자처가 나타났을 때 재빨리 그에 투입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을 것입니다.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부분을 반드시 현금으로 떼어 놓으라는 것입니다.

상속세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이 있어 불편한 이들도 있겠으나 정작 이 책을 쓴 고 후지다 덴[藤田 田] 대표는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한 마이더스의 손이었으며 타계 후 엄청난 유산을 남겨서 많은 상속세원을 과세 당국에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니 비난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후지다 덴은 일본의 사업가였으므로 유대인을 종족 배경에서 옹호할 이유는 없습니다. 본인도 성공한 사업가로서, 그들 유대인들을 객관화해 볼 때 이러이러한 탁월한 점이 있더라는 주장을 지금 이 책을 통해 전개하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은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 든든한 새참을 뱃속에 꾹꾹 욱여넣었습니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식사였겠는데, 유대인들은 이와 반대로 먹기 위해 일한다고 할 만큼 성대한 정찬을 즐긴다고 합니다. 사람은 어차피 일하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그런 분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표현대로 "다 먹고 살자고들 하는 일"인 것입니다. 열심히 일을 했으니 맛있는 먹거리로 자신에게 상을 줄 필요도 있고, 이렇게 선순환이 이뤄져야 일 자체의 퀄리티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또 유대인들은 대체로 주변의 메인스트림 종족에게 백안시되는 편이었는데, 가끔 그들을 식사 자리에 초대하여 기를 죽여 놓을 필요도 있었다는 것입니다(p141).

유대인들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냉혈 합리주의의 민족일 듯해도 의외로 감정적입니다. 그런데 위기에 처해서도 삶을 강렬하게 이어가려는 의지를 발휘하려면 아무래도 이런 elan vital 같은 게 필요합니다. 유대인들은 기독교인들의 법정을 이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으므로 자기들끼리 싸움이 생기면 랍비(rabbi)의 중재를 청했고, 따라서 랍비에게는 로마 가톨릭의 신부나 마찬가지로 대단히 중요한, 그리고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될 만합니다. 그러나 p177을 보면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랍비에 대해서도 유대인들은 "어차피 그들도 사람"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랍비가 똑똑하고 지식이 많다 해도 그 정도일 뿐이며 마치 집에 하수구가 막혔을 때 기술자를 불러 해결하는 그 이상이 아닌 듯합니다. 하수구 기술자의 기술도 따지고보면 대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랍비의 지혜, 지식도 그 선에서만 존중된다 생각하니 쿨해 보이기도 합니다.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가 유럽 중부에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라는 유대인들에게 국적을 목돈에 판매하고, 대신 아주 낮은 세금만을 받기 때문에 누진세, 종소세 등에 학을 뗀 사업가들에게 큰 인기라고 합니다. 세계 사람들을 갖고노는 게 유대인인데, 리히텐슈타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않고 놀고먹으면서 그 유대인을 등쳐먹으니 놀랍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세상에는 돈 벌 거리, 풍요롭게 살 수단이 얼마든지 있고, 가난한 건 개인이 머리를 쓰지 않고 어리석어서라는 저자의 일갈(p195)이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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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폐전쟁 - 달러 패권 100년의 사이클과 위안화의 도전
조경엽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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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 사이에 바야흐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사일이 날고 대포가 불을 뿜는 전쟁이 아니라 산업, 무역, 환율, 관세 부과를 두고 일어나는 일종의 냉전입니다. 미국이 먼저 관세 부과라는 펀치를 날렸고 중국도 이에 맞대응했으며 이런 대립이 서로에게 손해라는 걸 확인한 후에는 90일 간의 유예에 합의했습니다만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2016년 SDR(특별인출권)에 중국의 위안화가 편입되었을 때 당시에는 대단한 뉴스인 듯 강조되었습니다만, 저자 조경엽 소장은 최고의 금융전문가답게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비해) 그 편입 비중이 낮게 책정되었음을 들어 위안화가 "홀대"받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던 바 있습니다. 이어 p8에서 저자는 리브라프로젝트(뒤 p179도 참조. 리브라 프로젝트는 현재 좌초했습니다)에서도, 심지어 싱가포르달러까지 초청되었으나 위안은 아예 배제된 사실을 지적하며, 중국이라는 제조업 대국이 여전히 국제상류사회에서 상석에 앉기 힘든 현실을 짚습니다. 미국 중심으로 질서가 꽉 짜인 현실의 벽이 이처럼 높습니다.

한편으로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보유했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청하며 점점 역량을 키우는 중입니다. 또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이 여전히 진출하지 못하는(p9)"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며, 올해 초 딥시크의 성공으로 세계의 자본이 중국 IT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보아 급격히 몰려드는 중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하면 중국의 위안이 달러를 제치기까지는 힘들더라도, 상당 영역을 미국으로부터 뺏어와 위안의 기축통화권 안에 편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디지털페이로 적선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도 1990년대부터 자영업자들에게 포스망을 보급하여 비(非)현금거래가 꽤나 널리 보급된 나라지만 아예 백지에서 시작하여 갈아엎을 시스템도 없이 디지털 시스템부터 깐 중국의 실정과는 효율 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p28에도 나오듯이 마윈이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건 중국 안에서는 최초로 에스크로를 도입하여 사기의 위험을 줄였기 때입니다. 이런 건 더 이른 시기에 한국의 여러 이커머스 회사들도 다 했던 건데, 중국은 나라가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같은 성과를 내도 그 결과가 이렇게나 차이가 납니다. 작은 나라에 태어난 걸 한스럽게 생각할 밖에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러시아는 미국한테 온갖 제재를 다 받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SWIFT망에서의 퇴출인데, 다른 나라 같으면 큰 타격을 받겠지만 러시아는 워낙 자원이 많다 보니 싼값에 인도, 중국 등에 내다팔아 재원을 조달하여 어렵사리 위기를 넘겼습니다. 당시에도 서방 언론에서 대체결제망 창설, 보급이라는 역효과를 걱정했었는데, p101을 보면 이미 중국이 2015년에 만들어 놓은 CIPS의 특징을 기존 SWIFT와 저자 조 소장님이 대조 정리한 표가 있습니다. 여기를 꼼꼼하게 읽어야, 조 소장님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진짜 주제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카잔에서 브릭스 총회가 열렸을 때 푸틴이 미국 보라는 듯 브릭스 통화(見樣)를 꺼내들고 얼마든지 달러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그걸 허용할 리가 없고 사실 지금은 미국 일극 체제에 맞서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을 뿐 둘의 사이는 1689년 네르친스크 조약 이래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20세기 같은 공산진영에 속했을 때에도 양국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몇 번 넘겼습니다. 한편 이른바 브릭스플러스라고 해서 인도는 묘하게 미국의 반대 진영에도 한 발을 걸치는데, p138에도 나오듯 이런 인도의 양다리 전략 때문에 미국의 인태 구상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며칠 전 하버드에 대해 외국인 학생의 비중을 줄일 것을 요구했는데 국가 기밀이나 첨단 기술이 밖으로 흘러가는 것도 물론 경계해야겠으나 이렇게 세계를 향해 문을 닫아걸면 과연 장기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될지 의문이죠. p194를 보면 미국의 첨단 지식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제도적 노력이 기울여지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 준하는 어떤 조치가 트럼프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고 스티븐 미란 같은 이가 마러라고 합의(p200) 같은 걸 띄우는데, 아무튼 미국도 기축통화국의 함정인 트리핀 딜레마로부터의 탈출에 무척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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