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 특서 청소년 에세이 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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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MBC 사장을 역임한 송일준 PD의 책입니다. 책 앞날개에 보면 영암 출신이시기도 하고, 잘 길러낸 지역 인재 한 명이, 성공한 후 자신의 고향(인근 지역 포함)에 이처럼 큰 기여를 하는구나 싶어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지인들 말을 들어 보면, 사실 광주광역시에서 영암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데, 여튼 애향심과 기획 능력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이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38에는 남근바위가 소개됩니다. 왜구는 풍족한 전라도 지방을 자주 침범해 들어왔는데 주민들이 자주 피신했던 지점이 음수굴, 베틀굴입니다. 습기가 가득하여 바닥이 마르는 날이 없다고 소개되는데 사실 이 대목을 쓰면서 작가님도 꽤 난감하셨으리라 짐작이 되었습니다. 책에는 "찍은 사진이 차마 보기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제 눈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현지인들이나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고, 동행인들 혹은 이웃과 함께한 자리에서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면 그것으로 최고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우리 나라는 운전 양아치들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운전뿐만 아니라 도로 보행, 공중시설 이용 등에서 대체 어디서 이런 나쁜 버릇을 배웠는지 모를 인간이 많습니다. 중국 욕할 것 하나 없으며 먼저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마땅합니다. p145를 보면 월출산 마애석불을 보어 가는 길에 저자 일행이 난폭 운전자 한 놈 때문에 큰 불쾌감을 겪으셨나 봅니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려면 이런 인간들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외국인이 한국에 다시 오고 싶겠습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내를 흐린다고 말입니다.

보텍스(vortex)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닌 분이라서 어느 곳에서 이런 말을 들으셨나 봅니다. 영적(靈的) 보텍스라는 건 그곳으로부터 뭔가 엄청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듯 뿜어져나와 그렇게 부른다고들 하는데 저자가 예로 드는 장소는 미 애리조나 세도나입니다. 저자도 그런 말씀을 하는데, 사실 우리가 미디어나 책에서 보고 아는 유명한 지역은 막상 가 보면 사람도 적게 살고 자그마합니다. 세도나라는 타운이 영암군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월출산 면적보다도 작다(p162)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저자가 세도나를 언급한 이유라면, 그 지형도 그렇고 심상찮은 분위기 같은 게 여기 월출산 일대도 한국의 보텍스라고 불러 부족할 게 없겠다, 뭐 이런 취지라고 독자인 저는 짐작합니다. 

한국은 인도처럼 소를 신성시하는 문화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농경에 있어 소만큼 도움이 되는 동물은 없습니다. 개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며, 소의 그 엄청난 완력이 아니면 무거운 쟁기를 끌 수도 없고 짐을 나르는 데에도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끼어듭니다. p230을 보면 어떤 전설이 소개되는데 송계마을(저자의 고향) 왕버들 하나에 소를 묶어 도살을 했더니 바로 하늘에서 급살이 날아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역시 뿌리가 뽑혔고 말입니다. 농사의 소중한 자산이고 큰 혜택을 주는 동물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데에 조상들이 얼마나 거부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이 풀어 주는 이야기도 (제가 이 서평에 인용은 못하겠는데) 매우 재미있습니다.

한국은 불교 전래 역사가 천오백년에 가깝고 곳곳이 산지라서 불교 유적이 무척 많습니다. p295를 보면 미륵불 석상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는 아직 관에서 안내 시설을 마련하지 않았나 봅니다. 한참을 일행이 찾아 헤매는데 그 과정이 더 재미있고 그 보람으로 책에 실린 선명한 사진 몇 컷을 우리가 구경도 합니다. p365를 보면 김준권 작가가 특별히 공을 들인, 백두대간 시리즈의 일환인 월출산의 모습이 담겨 더욱 뜻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출산(月出山)은 월생산(月生山)이라는 풀이도 그럴듯합니다.

스타북스의 책답게 편집이 이쁘고 사진도 반짝반짝 빛납니다. 영암을 제가 아직 못 가 봤는데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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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하버드를 선물하라 - 명문대 입시를 위한 스토리 전략서
Jiyoon Kim 지음, 김완교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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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이 하버드에 합격했다는 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입니다. 물론 졸업한 후에도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겠으나, 일단 세계 최고의 학교에 입학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두 이십 명에 대한 기록(인터뷰)이 실렸는데, 하나하나가 강한 영감을 주는 소중한 스토리였습니다. 저자 지윤킴님은 카네기멜론에서 학부를, 하버드에서 석사 졸업하신 분인데 이 카네기멜론도 유명한 곳입니다. 인터뷰이들의 간단한 경력도 나오므로, 어떻게 레주메를 짜야,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버드 입학에 유리한지 미국유학 준비하는 독자들이 입시 전략에 참고할 만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37에 나오는 카르멘 엔리케는 다문화 가정 출신입니다. 한국에서 다문화라고 하면 뭔가 의기소침, 움츠려드는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이분은 당당합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으니 그냥 나 자신이다." 젊은이는 이 정도가 되어야 하고 사회도 도와야 합니다. 언어학자이자 동시에 펜싱선수가 꿈인데, 사실 외국, 특히 하버드나 옥스포드 같은 명문교에는 이런 예가 너무도 많습니다. 과외 활동을 보면 조정, 펜싱 등을 적었는데 운동 신경이 매우 뛰어난가 봅니다. 재정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학비 걱정을 안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스토리 전략 짜는 학부형들이 관심깊게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p59를 보면 다니엘 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모 두 사람이 모두 이민자라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TV를 안 보시는 분이라 이분은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고, 이게 바로 그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또 교실 밖에서도 문화 체험을 하게 공원, 박물관, 행사 등을 두루 겪게 했는데 부모들이 꼭 참고해야 할 듯합니다. 또 아무래도 부모님이 실리콘밸리 출신 엘리트라서인지 아이한테 하프 연주도 시켰다는데 이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확실히 하버드 같은 구미의 명문대는 운동 능력, 공부 실력 다 봅니다. p80에는 아담 박의 케이스가 나오는데, 철학과 스포츠 모두 "전략과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그의 발언이 나옵니다. 아담은 졸업하여 씽크탱크인 전략문제연구소에서 일하는 중인데, "하버드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명문대 졸업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부모님의 인내심이 중요합니다. p111을 보면 애나벨 초는 어느날 갑자기 스키가 타고 싶어졌는데, 부모님은 이 갑작스러운 요구에도 응하여 장비를 사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진정성 있는 육아는 아이도 반드시 이를 이해하며 일생을 두고 기억하고 내가 이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 존재라는 자긍심을 유지하여 필요할 때마다 자산으로 활용합니다.

p145를 보면 임창섭씨의 경우 부모님이 그닥 압박을 주지도 않았고 본인도 내가 하버드에 가야 한다는 강박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해도 필요한 시점에서는 부모가 애한테 어떤 프레셔를 줄 필요도 있겠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에도 많은 간여를 했다고 나오고, 또 이 가정은 일 때문에 중국, 미국 두 번이나 (지역도 아니고) 나라를 옮긴 케이스라서 역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런 모범생도 사람인지라 모의고사 결과를 정직하게 전달하지 않는 등 갈등도 있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나옵니다.

시각학습자라는 독특한 유형도 있습니다. 시각적 이미지가 머리에 그대로 남는 타입인데, p163 이하에 나오는 엘리사 서라는 비범한 분이 이에 속합니다. 아이가 부담을 가지면 거꾸로 부모는 마음을 편하게 해 줘서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데 이 경우도 그런가 봅니다. 휴학도 거쳤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라기보다 인생에 대한 열의)를 놓지 않는 게 중요한데 부모의 역할이 이만큼이나 중요한 것입니다.

이 사례들을 보면 아이들이 다 주체적이고 자신만의 분명한 개성과 주도권을 갖고 자라난 케이스입니다. 청소년추천책을 읽으며 명문대 졸업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이처럼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인격체로 기르는 게 핵심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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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초보투자자를 위한 돈 되는 지식
신년기 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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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도 코인 관련 공약을 많이 내어놓고,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자국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코인과 깊은 관련을 맺은 각종 정책을 지원하거나 만들어내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주변을 보면 MZ 직장인들은 이런저런 소스를 통해 코인 공부를 많이 하며, 10년 전처럼 대충 차트 보다가 도박하듯 거금을 박아넣고 한순간에 밑천을 다 날리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각 코인이 무슨 특징이 있는지, 어떤 구조로 설계되었기에 이런저런 이슈에 이렇게 반응하(겠)는지 면밀한 연구가 있어야 하지, 대충 들어갔다가 대충 팔면 돈만 까먹습니다. 그래서 코인 책은 최신 책이라야 하며, 개념 자체가 슬슬 달라지는 게 코인판의 현실이기 때문에 입문서도 최신판을 읽어야 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코인 시장의 본질은 내러티브에 있다(p10)." 이런 말씀이, 10년 전 같으면 이 판에서 안 나왔습니다. 글쎄, 주식시장 같으면 서사와 맥락의 폭풍이기 때문에, 그 북새통 속에서 돈의 흐름을 찾아내는 게 하나의 예술입니다. 10년 전 코인판은 그냥 노름판이었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있었다 해도 허세로만 들렸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부를 해야 살아남고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오는 것입니다.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만 어떤 원칙대로 사는 척하며 "코인판과 주식판은 노름판이다"라고 떠드는 것만큼 우스운 꼴도 없습니다. 지보다 머리가 십만 배나 좋은 사람들이, 뭐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서 저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머리를 쓰겠습니까? 뭐 눈에는 뭐밖에 안 보인다고, 본인의 나쁜 머리로는 세상만사가 다 랜덤 주사위놀음으로만 인식될 것입니다.

p25를 보면 어떤 극단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폭등할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코인을 모두 금지할 것이다, 등등 말입니다. p112를 보면 어떤 정치인이 코인 관련 기본법을 입안했었는데 이분이 작년에 낙선하는 바람에 제도화가 될 기회를 일단 놓쳤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통해서건 어떤 시스템화의 기반이 속히 마련되기는 해야 하겠습니다. 활력 있는 자본주의는 정부가 방해만 안 하면 알아서 제 살 길을 찾아나갑니다.

5년전쯤에 갑자기 중국 정부가 코인을 탄압해서 큰 소동이 일었는데, 물론 중국만의 독특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조치를 내렸고, 또 (그 직전에) 중국 사람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갑자기 코인에 집중했겠지만, 만약 이걸 그대로 놔뒀다면 현재 세계의 부(富) 중 훨씬 큰 부분이 중국으로 이미 흘러들어갔을 겁니다. 그럼 몇 년 전의 내수 침체도 오지 않았겠고, 이구환신이니 뭐니 해서 인위적으로 난리를 칠 필요도 없었겠고 말입니다. 미국인들이 재빨리 눈치를 채고 암호화폐 자산에 관심을 돌렸고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이 초기에 희생해서 미국인들만 좋은 일 시킨 셈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세가 완전히 굳어서, 코인이라는 게 자산으로 완전히 성격이 굳었습니다. 코인은 실체가 없다느니 뭐니 하는 소리는 완전히 시대에 뒤처진 말이니 귓등으로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알트코인 중 대부분의 잡코인들이 결국 휴짓조각이 될 뿐이라는 점만 유념해야 하겠고요.

p81을 보면 우크라이나가 가상자산을 통해 군자금을 확보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이미 많은 조직, 개인들이 환율 리스크, 수수료, 송금 시간 지연 걱정 없이 코인을 잘 쓰는 중입니다. 물론 코인도 변동성이 커서 환율보다 더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가치저장수단으로서 비트코인과 몇몇 메이저 알트코인들은 확고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 코인거래소가 있는 나라 사이라면, 비교적 시세가 안정된 아무 코인이나 골라잡고 사서 단기간 안에 상대방 지갑으로 쏴 주면 정말 편합니다. 무슨 은행에 갔다오고, 수수료를 떼이고, 당국에 신고를 하고 어쩌구할 수고가 들지 않습니다.

p158을 보면 이더리움의 장점이 나옵니다. 이게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저는 그 어린(당시에는요) 러시아의 천재가 만든 이 시스템이 앞으로 표준이 될 것이라 봤었는데, 책에도 나오는 대로 광범위한 유저 커뮤, 부가기능(스마트 컨트랙트 등)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뭐 커뮤야 어디서건 만들면 되는 거고, 저런 부가기능의 빈틈을 파고드는 보안 문제 때문에 지금 골치이며 그래서 얘가 잘 크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그간 코인판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론적 바탕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현황의 소개가 자세한 최신 서적이라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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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케이크 레시피 - 디저트 공방 atelier h
혼마 세츠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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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혼마 세츠코 여사, 한자로 本間 節子(본간절자)라 쓰는 요리 연구가는, NHK TV <오하요 닛폰>이라는 아침 보도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유명인이며 1969년생입니다. 한평생 가사와 요리 연구에만 전념해 온 분답게 온화하고 차분한 인상이십니다. 이 책의 원서는 <季節の果物とケーキ>이며 일본에서는 작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원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계절에 따라 그에 맞는 풍미를 즐길 수 있게,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도는 케이크 제조법을 담았으며 그 주재료가 과일입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메뉴들의 사진을 보면, 뭐랄까, 보는 눈이 깨끗해지는 느낌까지 듭니다. 화가의 그림, 사진가의 사진, 그리고 셰프의 요리는 그 빚은 author의 개성, 인품, 정서의 빛깔이 그 피조물에 그대로 묻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혼마 세츠코 여사가 운영하는 차(茶), 그리고 디저트 공방인 atelier H(아틀리에 에이치)도 따로 인스타 계정이 마련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웹상으로) 찾아가 봐도 되겠습니다. 한국에도 이런저런 디저트 공방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만, 혼마 여사의 장소는  그 업력이 오래된 곳이라서인지 뭔가 품격이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양배는 영어로 pear라고 쓰며 우리 배처럼 구형(球形)이 아니라 비대칭 표주박처럼 생겼고 맛도 달지 않고 시큼합니다. p28을 보면 "콩포트(compote)로 만들어서 스펀지케이크와 크림 사이에 넣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먼저 콩포트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하겠는데, p29를 보면 p126을 보고 서양배 콩포트 만드는 법을 익히라고 지시합니다. 이렇게 책 곳곳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 책 곳곳에서 핵심 모듈으로 쓰이는 게 스펀지케이크, 또 쇼트케이크입니다. 물론 다 서양에서 유래한 것들이지만 일본에서 자체 현지화한 건 레시피가 또 미묘하게 다르며 제가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 책에 니오는 혼마 여사의 스타일은 또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요리라는 건 다 개인의 손맛 편차라는 게 작용하기 마련이겠죠. 스펀지케이크 써는 방법(p40)도 자를 이용해 자르는 방법, 각봉을 이용해 자르는 방법 등에 따라 시트가 저렇게 다 다르게 나옵니다. 생크림을 휘핑하여 저렇게 커드(curd)가 지게 하는 걸 보니 벌써 혀끝에 단맛이 도는 듯합니다.  

p60에는 밤 초콜릿 롤케이크가 나오는데 이 레시피에는 특이하게 과일이 재료로 쓰이지 않습니다. 하긴 밤[栗]도 밤나무에 열리는 견과류(堅果類)이기는 합니다. 이런 초콜릿 롤케이크는 저기 배민에 입점한 파oooo라든가 뚜ooo의 모델 사진에서도 익히 보던 것이지 싶어도, 잘 보면 단면의 질감이랄까 밀도가 뭔가 더 촘촘한 느낌도 줍니다. (気のせいかな?) p90에는 밤 파이도 소개되니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습같습니다.

자몽은 그레이프프루트를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것인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봄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합니다. 이 자몽 파이에서 핵심은 아무래도 반죽형 파이 반죽(p77)이겠는데, 역시 저 앞 p62의 제조법을 다시 참조하게 합니다. 핵심 모듈의 레시피를 확실하게 익혀 두면 여기저기서 응용할 수 있으니 매우 경제적입니다. 또 과육은 냉장실에 30분 정도 넣었다 빼면 더 부드럽게 썰린다는 팁도 가르쳐 주네요.

p104에는 당근 케이크가 나오는데 저렇게 사진만 봐서는 어디에 당근이 쓰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이미 호두와 당근이 프로세서에 잘게 갈렸기 때문이죠. 품질이 좋은 요거트(바닐라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은 p97에 나옵니다)에 현미유, 건포도 등을 섞으니 저런 비주얼이 나오네요. 그윽한 음식의 풍미라는 건 역시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인격, 여유에서 나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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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스페인어 첫걸음 - 왕초보부터 A2까지 한 달 완성
조혜진 지음, Pedro Pombo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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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이 책의 개정2판을 리뷰했었습니다. 지금 이 책은 개정3판인데, 편집도 더 산뜻해지고 독학자를 위한 배려가 더 강화된 느낌도 듭니다. 관련 음원과 자료도 다운받을 수 있는데, 매 챕터(capitulo) 앞마다 QR 코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손쉽게 좋은 음원에 엑세스가 가능합니다. 만약 한번에 모든 자료를 받고 싶다면 시원 스페인어 사이트 자료실에 가서 로그인 후 받을 수 있습니다. 압축 상태에서 용량이 86Mb이고(음원만 79Mb), 압축을 다 풀면 123Mb 정도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나서,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쌩초보 학습자를 위해 p16에는 스페인어 알파벳을 어떻게 읽는지부터 가르칩니다. ce, ci의 경우 우리말 ㅆ와 비슷하지만, 스페인 중북부 지역에서는 [θ]라고도 발음한다고 책에 나옵니다. s는 우리말 ㅅ과 비슷하다고 하며, z 역시 앞의 ce, ci와 비슷한 설명입니다. h는 묵음이라서 발음하지 않는다고 설명됩니다.

의문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책 p34에서는 첫째 동사+주어로 어순을 바꾸는 방법이 있고, 평서문 그대로 두고 억양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일러 줍니다. 단, 의문사로 시작되는 의문문은 의문사+동사+주어 어순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문장 부호에 대한 설명은 p23에 나오며, 문장의 앞과 뒤에 ¿?라든가, ¡!처럼 두 번 붙인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나라도 전라북도, 강원도 등에는 특별자치도라는 지위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p39의 지도를 보면 스페인의 자치 공동체(comunidad autonoma)가 표시되는데, 지도에서 C. Valenciana라고 표기된 중 C는 comunidad의 약자입니다. 동북쪽 나바라 자치주 이름에는 foral의 약자인 F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나바라 바로 왼쪽은 과거 분리독립을 요구했던 바스크 족이 사는 지역인데 그 특수한 위상을 감안하여 país라는 단어가 더 붙었습니다. 페이지 하단의 설명에 의하면 안달루시아가 가장 인구가 많고, 면적은 마드리드 북쪽의 카그티야 이 레온이 가장 넓다고 나옵니다. 멜리야와 세우타는 모로코 땅 안에 있는 스페인의 영토입니다.

언어를 공부할 때는 안부를 주고받는 표현부터 익히는 게 가장 기본입니다. p59를 보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Cómo estás?가 나옵니다. 의문사 cómo는 당연히 첫음절(끝에서 두번째 음절)에 강세가 오는데 뭣 때문에 액센트 표시가 저렇게 되어 있나 궁금할수 있는데, 액센트 없이 como라고만 쓰면(발음은 같습니다), 전치사, 접속사, 혹은 "먹다"라는 뜻의 comer의 1인칭 단수 현재가 됩니다. 발음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Cómo estás?는 ""어떻게 지내니?"라는 뜻입니다. p61을 보면 ser와 estar 사이의 차이에 대해 설명됩니다.

목적지를 묻거나 답하는 표현이 p101에 나옵니다. adónde도 강세가 있을 때에는 의문문 등에서 쓰일 때입니다. dőnde와의 차이는, 방향성이 있고 없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는 why라는 한 단어로 "왜?"를 표현하지만, 스페인어는 p101의 ③에서 보듯 por qué의 두 단어입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어로는 perqué, 프랑스어로는 pourquoi라서 다릅니다. porque라고 붙여쓰면 의문사가 아니라 이유를 나타내는 부사절을 이끄는 접속사입니다.

p173에는 직접목적대명사, 그리고 간접목적대명사를 함께 쓸 때 어순이 어떻게 되는지가 나옵니다. 마치 챗지피티가 가르쳐 주듯이 친근한 말투입니다. El coche? (그 자동차?) Mi padre me lo regala.(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그것을 선물하신다) 이 문장에서 보듯, 간접목적어 me가 직접목적어 lo 앞에 옵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My father gives me it(x).처럼 쓸 수 없고, My father gives me the car.처럼 명사로 바뀌고 나서는 뒤에 올 수 있는 점과 대조됩니다.

입문서로 사용하는 단 한 권 안에 정말 알찬 내용이 다 들어서 든든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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