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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 ㅣ 특서 청소년 에세이 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평점 :
광주 MBC 사장을 역임한 송일준 PD의 책입니다. 책 앞날개에 보면 영암 출신이시기도 하고, 잘 길러낸 지역 인재 한 명이, 성공한 후 자신의 고향(인근 지역 포함)에 이처럼 큰 기여를 하는구나 싶어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지인들 말을 들어 보면, 사실 광주광역시에서 영암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데, 여튼 애향심과 기획 능력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이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38에는 남근바위가 소개됩니다. 왜구는 풍족한 전라도 지방을 자주 침범해 들어왔는데 주민들이 자주 피신했던 지점이 음수굴, 베틀굴입니다. 습기가 가득하여 바닥이 마르는 날이 없다고 소개되는데 사실 이 대목을 쓰면서 작가님도 꽤 난감하셨으리라 짐작이 되었습니다. 책에는 "찍은 사진이 차마 보기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제 눈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현지인들이나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고, 동행인들 혹은 이웃과 함께한 자리에서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면 그것으로 최고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우리 나라는 운전 양아치들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운전뿐만 아니라 도로 보행, 공중시설 이용 등에서 대체 어디서 이런 나쁜 버릇을 배웠는지 모를 인간이 많습니다. 중국 욕할 것 하나 없으며 먼저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마땅합니다. p145를 보면 월출산 마애석불을 보어 가는 길에 저자 일행이 난폭 운전자 한 놈 때문에 큰 불쾌감을 겪으셨나 봅니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려면 이런 인간들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외국인이 한국에 다시 오고 싶겠습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내를 흐린다고 말입니다.
보텍스(vortex)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닌 분이라서 어느 곳에서 이런 말을 들으셨나 봅니다. 영적(靈的) 보텍스라는 건 그곳으로부터 뭔가 엄청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듯 뿜어져나와 그렇게 부른다고들 하는데 저자가 예로 드는 장소는 미 애리조나 세도나입니다. 저자도 그런 말씀을 하는데, 사실 우리가 미디어나 책에서 보고 아는 유명한 지역은 막상 가 보면 사람도 적게 살고 자그마합니다. 세도나라는 타운이 영암군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월출산 면적보다도 작다(p162)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저자가 세도나를 언급한 이유라면, 그 지형도 그렇고 심상찮은 분위기 같은 게 여기 월출산 일대도 한국의 보텍스라고 불러 부족할 게 없겠다, 뭐 이런 취지라고 독자인 저는 짐작합니다.
한국은 인도처럼 소를 신성시하는 문화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농경에 있어 소만큼 도움이 되는 동물은 없습니다. 개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며, 소의 그 엄청난 완력이 아니면 무거운 쟁기를 끌 수도 없고 짐을 나르는 데에도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끼어듭니다. p230을 보면 어떤 전설이 소개되는데 송계마을(저자의 고향) 왕버들 하나에 소를 묶어 도살을 했더니 바로 하늘에서 급살이 날아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역시 뿌리가 뽑혔고 말입니다. 농사의 소중한 자산이고 큰 혜택을 주는 동물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데에 조상들이 얼마나 거부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이 풀어 주는 이야기도 (제가 이 서평에 인용은 못하겠는데) 매우 재미있습니다.
한국은 불교 전래 역사가 천오백년에 가깝고 곳곳이 산지라서 불교 유적이 무척 많습니다. p295를 보면 미륵불 석상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는 아직 관에서 안내 시설을 마련하지 않았나 봅니다. 한참을 일행이 찾아 헤매는데 그 과정이 더 재미있고 그 보람으로 책에 실린 선명한 사진 몇 컷을 우리가 구경도 합니다. p365를 보면 김준권 작가가 특별히 공을 들인, 백두대간 시리즈의 일환인 월출산의 모습이 담겨 더욱 뜻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출산(月出山)은 월생산(月生山)이라는 풀이도 그럴듯합니다.
스타북스의 책답게 편집이 이쁘고 사진도 반짝반짝 빛납니다. 영암을 제가 아직 못 가 봤는데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