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케이크 레시피 - 디저트 공방 atelier h
혼마 세츠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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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혼마 세츠코 여사, 한자로 本間 節子(본간절자)라 쓰는 요리 연구가는, NHK TV <오하요 닛폰>이라는 아침 보도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유명인이며 1969년생입니다. 한평생 가사와 요리 연구에만 전념해 온 분답게 온화하고 차분한 인상이십니다. 이 책의 원서는 <季節の果物とケーキ>이며 일본에서는 작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원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계절에 따라 그에 맞는 풍미를 즐길 수 있게,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도는 케이크 제조법을 담았으며 그 주재료가 과일입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메뉴들의 사진을 보면, 뭐랄까, 보는 눈이 깨끗해지는 느낌까지 듭니다. 화가의 그림, 사진가의 사진, 그리고 셰프의 요리는 그 빚은 author의 개성, 인품, 정서의 빛깔이 그 피조물에 그대로 묻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혼마 세츠코 여사가 운영하는 차(茶), 그리고 디저트 공방인 atelier H(아틀리에 에이치)도 따로 인스타 계정이 마련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웹상으로) 찾아가 봐도 되겠습니다. 한국에도 이런저런 디저트 공방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만, 혼마 여사의 장소는  그 업력이 오래된 곳이라서인지 뭔가 품격이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양배는 영어로 pear라고 쓰며 우리 배처럼 구형(球形)이 아니라 비대칭 표주박처럼 생겼고 맛도 달지 않고 시큼합니다. p28을 보면 "콩포트(compote)로 만들어서 스펀지케이크와 크림 사이에 넣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먼저 콩포트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하겠는데, p29를 보면 p126을 보고 서양배 콩포트 만드는 법을 익히라고 지시합니다. 이렇게 책 곳곳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 책 곳곳에서 핵심 모듈으로 쓰이는 게 스펀지케이크, 또 쇼트케이크입니다. 물론 다 서양에서 유래한 것들이지만 일본에서 자체 현지화한 건 레시피가 또 미묘하게 다르며 제가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 책에 니오는 혼마 여사의 스타일은 또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요리라는 건 다 개인의 손맛 편차라는 게 작용하기 마련이겠죠. 스펀지케이크 써는 방법(p40)도 자를 이용해 자르는 방법, 각봉을 이용해 자르는 방법 등에 따라 시트가 저렇게 다 다르게 나옵니다. 생크림을 휘핑하여 저렇게 커드(curd)가 지게 하는 걸 보니 벌써 혀끝에 단맛이 도는 듯합니다.  

p60에는 밤 초콜릿 롤케이크가 나오는데 이 레시피에는 특이하게 과일이 재료로 쓰이지 않습니다. 하긴 밤[栗]도 밤나무에 열리는 견과류(堅果類)이기는 합니다. 이런 초콜릿 롤케이크는 저기 배민에 입점한 파oooo라든가 뚜ooo의 모델 사진에서도 익히 보던 것이지 싶어도, 잘 보면 단면의 질감이랄까 밀도가 뭔가 더 촘촘한 느낌도 줍니다. (気のせいかな?) p90에는 밤 파이도 소개되니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습같습니다.

자몽은 그레이프프루트를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것인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봄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합니다. 이 자몽 파이에서 핵심은 아무래도 반죽형 파이 반죽(p77)이겠는데, 역시 저 앞 p62의 제조법을 다시 참조하게 합니다. 핵심 모듈의 레시피를 확실하게 익혀 두면 여기저기서 응용할 수 있으니 매우 경제적입니다. 또 과육은 냉장실에 30분 정도 넣었다 빼면 더 부드럽게 썰린다는 팁도 가르쳐 주네요.

p104에는 당근 케이크가 나오는데 저렇게 사진만 봐서는 어디에 당근이 쓰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이미 호두와 당근이 프로세서에 잘게 갈렸기 때문이죠. 품질이 좋은 요거트(바닐라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은 p97에 나옵니다)에 현미유, 건포도 등을 섞으니 저런 비주얼이 나오네요. 그윽한 음식의 풍미라는 건 역시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인격, 여유에서 나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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