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저씨 책고래마을 53
한담희 지음 / 책고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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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석기 시대부터 이른바 농경 혁명을 통해, 대지에 씨를 뿌리고 그 수확물을 거두는, 지상의 어떤 동물들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생활 패턴에 돌입했습니다. 농사는 작물의 결실을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며, 아무리 애를 써도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라는 보장이 없는, 어떻게 보면 참 무정한 과업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농업이 인류 역사에서 완전히 중단된 적은 없으니, 이는 이 동화책에서처럼 별 밭에 씨를 뿌리는 별 아저씨의 끝없는, 숭고한 몸놀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씨앗을 심을 때에는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을 넣고 은하수를 충분히 줘야 해." 이렇게 씨를 심기 위해 별 아저씨는 사다리를 타고 그 표면이 투실투실한 어느 별까지 올라가야만 합니다. 책을 보면, 아저씨의 거친 손, 짤막하고 검은 손 끝에서 씨앗이 떨어지며, 그 씨앗은 과연 나중에 별이 될 운명인지 겉에서 환한 빛이 납니다. 샤워꼭지(처럼 생긴 도구) 끝에서 작은 달 모양, 해 모양의 무엇인가가 떨어지며, 씨앗이 먼저 파묻혔던 구덩이로 함께 들어갑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면 "빛은 멀리 보내고, 어둠은 가까이 당겨야 해"라고 아저씨는 말합니다. 이게, 별 씨앗이 싹을 틔웠을 때 밝게 빛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광원(光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나중에 움이 트고 나왔을 때 타 버린다든가 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동화에서 별들은 마치 작은 꽃과 같습니다. 우리는 과학 시간에 별(항성)들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고, 크기도 상상을 초월하게 클 뿐 아니라 온도도 뜨겁다고 배워 알고 있지만, 이 아름다운 동화 안에서는 별들이란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느꼈던 것처럼 작고 귀여우며 어찌된 일인지 내부의 에너지원도 소진되지 않고 계속 작동하는 그런 신비한 존재입니다. 

사실 놀라운 건 별뿐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 민들레, 장미, 진달래, 개나리 같은 약하디약한 식물들이, 단단한 대지를 뚫고 예쁜 모양을 뽐내면서 생명을 꽃피우는 걸까요? 또 우리 인간들도,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처럼 왕성한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걸까요? 우리들 하나하나도 이 동화책의 별처럼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또 별 아저씨가 너는 어디, 너는 어디라며 하나하나 붙박혀 빛나는 자리를 지정해 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들도 다 각자의 자리가 있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삽니다.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사람이야말로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어디든 날아가서, 그곳에서 빛나는 별이 되렴." 별이 엄청나게 많이 수확되면, 일일이 별 아저씨가 그 자리를 지정해 줄 수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저씨가 별들을 차별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그 자리에 꼭 가야 하는 애들은 그 자리에 심어 주고, 어떻게든 빛나야 하는 애들에게는 또 흩날리게 해서 그 자리를 찾아 주는 것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 받았던 대목은, 아저씨가 자루에서 별들을 꺼낼 때 와르르 쏟아지며 공간을 유영하는 그 장면이었습니다. 

별은 거저 땅에 뿌려지고, 수확되는 게 아닙니다. 8페이지를 보면, 자루를 멘 별 아저씨가 "오늘이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라며 작업복 차림으로 길을 떠나는 그림이 나옵니다. 그 표정을 보면 약간의 자신감, 긍지, 희망 같은 게 드러나며, 다음 페이지에서 그는 어두운 하늘 아래 손수 노를 저어 목적지로 향하는데, 책에서는 강의 이름을 두고 "별들이 잠들어 있는 강"이라 부릅니다. 어두운 밤에 강을 배로 건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들은 잘 알죠. 마치 우리 노래 "등대지기"의 가사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으로 그 직에 종사하는 분이 아닐까 싶게 말입니다. 그의 옷차림은 매우 남루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세상에 대한 포용과 낙관으로 충만하고, 그렇기에 힘차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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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인생 - 다정한 고집과 성실한 낭만에 대하여
문선욱 지음, 웨스트윤 그림 / 모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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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까." 이 문장은 책의 뒤표지에도 나오고 본문 중에서는 p249 하단에 적혀 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거나, 뜬구름 잡는 미래에 과한 기대를 걸기는 쉬워도 냉혹한 현재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존재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뿐 아니라 여타의 동물도, 정글에서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환경에서라면 정신 바짝 차리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1990년생이신 저자는 누구에게나 종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인생에 대해, 우리는 여튼 일관성 있고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다양한 교훈들을 들러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국에서 카페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영업종도 드물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경쟁도 치열하고 세상에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또 없을 것 깉은데, p29에 나오는 카페 사장님은 저자님 표현대로 낭만주의자가 틀림없는 분 같습니다. "초코 우유의 숙성으로, 보다 성숙한 카페 문화를 만들겠다" 물론 저자님이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제 주변에도 살짝은 짠맛의 음식을 만들면서 혹시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손사래를 치며 이 맛이 정통이라고 끝까지 고집하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언젠가는 저를 포함하여 이 블럭의 모든 이들이 사장님이 만드는 그 맛에 설복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종전의 고급커피(?) 시장이 크게 축소되고 컴o즈라든가 메o커피처럼 가성비 상품이 대세를 이룹니다. p59를 보면 저자님의 친구 P라는 사장님이 등장하는데 이분은 지금처럼 트렌드가 바뀌기 전에도 커피는 싸고 양이 많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라고 나옵니다. 저도 혼자 커피를 타 먹을 때 양을 많이 해서 마시는 편인데, 가성비라든가 양 위주로 때우는 스타일이라면 특히 책의 이 대목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예를 들어 카라멜 소스, 커피 소스 정확하게 구별하며 (사소하지만) 괜한 손해를 보지 않게 매장을 운영하는 능력 역시 예사로 볼 건 아닌 것 같네요. p63에는 이 이야기를 책에 실으며 당사자인 P(사실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으니)의 동의를 받았다고 유머러스하게 밝히는 문장도 있습니다. 

p64 이하에는 한샘(우리가 잘 아는 오래된 가구업체입니다)의 바스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이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3D라고 하는 직종이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해당 직은 그 기준을 과도하게 충족시키는 편이라며 역시 특유의 유머를 섞어 회고합니다. 사실 이 직종은 젊었을 때 한 번 정도는 해 봄직한 일이며, 이런 일을 현장에서 해 봐야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누리는 편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무시되기 쉬운) 수고에 의해 지탱되는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해 봤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저저께서 하신 말씀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되곤 했습니다. 

이어, 꿈2라는 제목을 단 챕터에서는 저자님의 군(軍) 생활에 대한 회고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남자가 군대 생활을 널널하게, 편안하게 보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이 대목을 읽으며 참 만만찮게 빡세게 병역을 마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비슷한 체험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그저 덤덤하게 읽을 수야 없을 텐데, 저자님의 말솜씨가 좋다 보니 재미있게만 읽힙니다. 해병대에서 기수열외의 위험까지 갈 뻔한 상황이었다면 그게 아무리 농담이었다고 해도 간이 철렁 내려읹을 만한데, 그 와중에도 저자는 병영 내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며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비위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정의로운 발언을 합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도 그리 풍족한 성장기를 보낸 분이 아니며 그에 대한 이야기가 p150 이하에 잘 나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경제적 환경만으로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상황은 아니었고, 원칙에 따라 학생들을 잘 지도하셨던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살짝 배어나는 문장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어느 직장이건 자기 할 일은 등한히하며 책임은 남한테 떠넘기려는 암세포 같은 이들이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죠. p166을 보면 참 다양한 직장인 유형에 대해 저자가 회상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쨌건 간에 이런 상황을 개인 레벨에서 어떻게 다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성실하게,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의 다양한 가치관과 성격을 최대한 이해해 가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게 최상의 선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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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 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이주량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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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혁명을 거치고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경제 구조의 중심이 바뀐 지금 농업의 가치가 퇴색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농업은 첨단 기술의 수렴점으로 서서히 성격이 바뀌어 점차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학 비료의 개발로 생산량이 급등한 게 20세기 초의 일이며, 종자 개량 등 이른바 녹색혁명(p105) 이후 인류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조달할 수 있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건강과 웰빙 등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면서 농업은 새로운 진화 단계을 맞게 되었습니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도 "잘만 지으면 농사는 매우 수지맞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생전에 남겼습니다. 저자 이주량 박사님은 한국과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으시고, 현장과 실험실을 두루 거친 경력에사 우러나오는 비전으로 한국 농업의 미래를 개관, 통찰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선물 옵션 등 이른바 파생금융상품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 같지만 이 책 p78을 보면 19세기 중반, 미국 남북 전쟁 근방인 1865년에 이미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선물 계약이 표준화했다고 나옵니다. 계약이 표준화하면 규격이 갖춰진 상품화로 성큼 다가서는 것입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는 1941년에 창작되었는데도 이미 군산 미곡 시장 일대를 배경으로 일종의 선물 거래를 주요 화제로 초두에 잠시 등장시킵니다. 사실은 농산물이야말로 기후, 작황, 지정학 리스크 등에 따라 수급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어느 상품(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선물 계약이 발달할 여지가 큽니다. 선물이라는 게 애초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마련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노름꾼들의 개입은 두번째 문제입니다. 

"미국의 곡창지대는 신의 선물이라고 불릴 만큼 완벽한 조건을 자랑한다(p99)."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며, 북미 원주민들이 농업에 적게 의존했던 사실만 봐도 알듯 관개 시설이 갖춰지지 못하면 최악의 지형 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즈텍, 잉카, 마야 문명 등이 농업을 일찍 발전시킨 사실과 대조됩니다. 유럽 이주민들이 북미를 농업 천국으로 바꿔 놓은 공로는 인정해야 마땅합니다. p101을 보면 미국에서 농무부가 두번째로 큰 부서라는 게 강조되는데, 이런 사실을 보면 미국이야말로 농자천하지대본이 어울리는 나라 같습니다. 중국도 미국에 압력을 넣고 싶으면, 돼지 사육 때문에 수입하는 옥수수를 놓고 레버리지로 사용하는 게 다 이 때문입니다. 

p144를 보면 우리 나라 GDP에서 농업의 비중은 60조, 대략 2% 정도입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2%면 아주 미미한 위상 같습니다. 과거 개발 도상국 때는 30%를 넘나들었던 점과 대조됩니다. 그러나 책에 나오는 대로,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1차 산업이 이 정도 비중이므로 딱히 이상할 건 없습니다. 또 한국이 21세기 들어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베팅으로 반도체 생산이 단기간에 급증한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건 이른바 전방 농업 부문입니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후방 산업으로 알려졌는데, "전방" 농업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책에서는 마데카 화장품, 냉동김밥, 삼양에서 나온 불닭볶음면 같은 걸 예로 듭니다. 이런 전방 농업의 규모는 대개 200조 원 가깝다는 게 저자의 평가입니다. 

p165를 보면 알 수 있듯 세계적으로 이름난 농산물 브랜드도 많고 그 예로는 한국에서도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끄는 제스프라 키위, 선키스트 오렌지 등이 거론됩니다. 이 브랜드들은 6차 산업이다 스마트농업이다 하는 말들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떴던 것들입니다. 이것만 봐도, 농산물이 포지셔닝만 잘 되어도 얼마든지 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음이 확인됩니다. p225에서 호날두 같은 선수 한 명이 나오기 위해, 전세계 수십만 명의 그저그런(?) 유소년 선수들이 있어 줘야 한다는 저자의 비유가 나옵니다. 상추니 쌀이니 하는 것들이 비록 겉모습은 예전 농산물과 비슷하더라도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할 만큼 그 품종이 개량되었으며, 많은 연구진의 노력과 자본의 투입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p254에서는 DDT의 예를 들며, 한때 기적의 물질로 여겨졌으나(질병 퇴치, 병충해 박멸) 그 부작용이 속속 발견되며 마침내 금지 조치에까지 이른 상황을 설명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물질을, 예컨대 한국전 당시 피란민들에게 미군이 마구 살포하여, 나이 많은 분들 중 그때의 불쾌감을 아직도 회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남극에는 DDT가 반입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펭귄에게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면 환경 오염이라는 게 얼마나 심각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이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진 농업이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며, 그 필수 경로점에 환경보호라는 절대 가치가 놓임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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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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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님의 <시간을 건너는 집> 두 편 연작을 모두 재미있게 읽고 서평도 남겼더랬습니다. 반전이 돋보이는 장편 <너만 모르는 진실>도 제가 2022년 11월달에 읽고 역시 저의 느낌이 가득 담긴 독후감도 이 블로그에 등록했었습니다. 여중생들이 실제 미스테리를 해결한다는 이 소설도 일단 소재와 설정부터가 재미있게 다가왔으며 소설을 다 읽고서는 잔잔한 감동마저 밀려왔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추리소설은 대표적인 장르문학이며 실제로 S S 반 다인은 병상에서 일련의 추리소설을 읽고 자신만의 빼어난 작품들을 창작하는 특급 추리작가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여중생, 여고생들이 특정 장르 공식에 맞춰 소설을 창작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보며, 장르 관습에 워낙 몰입해서인지 (그닥 재능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도) 제법 그럴싸하게 외관을 갖춰서 작품(?) 하나를 빚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장르 관행의 답습을 넘어 실제 미스테리 하나의 해결까지를 도모한다면? 사실 많은 추리물의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초래된 부정의, 부조리를 도로 해소하려는 정의감에 가득찬 이들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회의 비위에 물들지 않은 여고생들이 현실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멋진 작품들도 함께 창작하는 이야기라면, 바깥에서 그저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뿌듯합니다. 

하지만 p12의 오지은처럼, 막상 기발한 이야기를 그저 상상만으로 창작해 보라고 하면 막막해지고 당혹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지은이에게 아예 "논픽션을 써 보라"고 권합니다. 하긴 현실의 미제 사건에 직접 관심을 갖고 그 진상에 대해 파고들다 보면, 어떤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답에 구체적인 어떤 근거가 없다 해도, 논픽션물은 원래 그런 재미에 또 읽는 것이며,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여러 미심찍었던 사건에 대해 그런 식으로 파헤쳐서 대중의 관심을 모은 논픽션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추론 과정이 치밀하고 작가의 취재가 꼼꼼할수록 그를 지지하는 독자들, 팬들도 늘어납니다. 

2년 전 진송초등학교에서 일어났던 화재사건은 곡절이 대체 어떻게 되었던 걸까? 지은이는 신용섭 할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연세가 어지간히 많으신지 텐트라는 말도 잘 모르십니다. 사실 현재 구십 가까이 되신 분들도 이미 젊었던 시절에 버너 같은 것 챙겨서 들로 바다로 많이 다녔던 세대들이므로, 할아버지라고 해서 텐트를 잘 모른다는 데서 약간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 말씀으론 양파즙 같은 게 암환자한테 좋지 않다는 것이며, 교장 선생의 부인은 그예 죽고 말았고, 영자 할머니는 자신의 흡연 과실로 불이 났다는 걸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지은이는 정리합니다. 리포트 쓰는 품이 마치 직업 기자처럼 그럴싸합니다.     

예를 들어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들을 보면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사건 현장(가상)의 지도를 자세하게 그려 놓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p51을 보면, 독자가 진송초교의 화재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상상해 보게 도우려고 그림이 나옵니다. 물론 이는 소설 속에서 지은이의 성실한 과제 해결 태도를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하겠습니다. 김하연 작가의 작품에서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더성장하려는 대견한 동기에서, 주어진 과제를 참으로 열심히들 해 냅니다. 

화재 사고다 보니 문제의 진송초 사건에도 담당 화재조사관이 있었습니다. 이분의 이름은 강한영(p88)이고 그는 노련한 직업인답게 날카로운 안목을 지녔으며 관찰력도 예리한 편이었습니다. 지은이의 풍부한 상상력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영자 할머니의 진술을 일단 믿고, 교장이 할머니 분장을 하고 혹시 불을 지른 것 아닐까 하는 단계(p108)에까지 이릅니다. 하긴 세상에는 이처럼 뒤에서 온갖 구린 짓을 하고 겉으로만 위선의 탈을 쓴 교장도 있기 마련이죠. 후... 이런 식으로 파고들다 보니 리조트 개발 관련(p128)하여 강지안의 아빠도 수상쩍은 면이 있었습니다! 이러니 우리 독자들은 대체 사건의 진상이 어떨지 궁금해서라도 책에 빨려들어가듯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데... 김하연 작가님의 책을 읽고 언제나 느끼게 되는 바는, 어린 영혼이 세상의 거친 파고와 맞닥뜨려 그리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거쳐 성숙해가는 그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는 보람이었다는 점 꼭 말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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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경영 프로컨설턴트 편 - 억대 연봉 프로컨설턴트가 되는 커리어 성장 가이드맵
황창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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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많은 사례자들의 실제 성공 사례가 소개되어, 본래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꿔 오던 분들이, 저자 황창환 대표님을 만나 어떻게 성공적으로 프로 컨설턴트로 변신하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소개됩니다. 실제로 p24를 보면 김oo라는 분의 사례가 나오는데, 제 대학 동기하고 성함이 같아서 혹시 그 친구 이야기인가 해서 더 유심히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아니었지만). 책에 따르면, 원래 이분은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랬던 분이 드디어 회사를 나와 자신의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건데, 사실 이 분야도 요즘 포화 상태라서 정말 창업이 쉽지 않습니다. CX라는 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의 약자인데, 김oo씨는 한 대기업과 이 분야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시킨 후로 드디어 자신의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려 놓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 황 대표의 말에 따르면, 프로컨설턴트라는 직종이 정말로 큰 창의성, 도전 정신, 그리고 공감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 같습니다. 대기업에 일시 몸담았다고 다 성공한 인생이 아니며, 승진에 밀려 퇴직한 후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체인점을 시작했다가 그마저도 잘 안되어 형편이 어려워진 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사람의 진짜 능력은 길거리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분투하여 끝까지 살아남느냐를 지켜봐야 알 수 있으며, 본래부터 무능했던 사람은 그제서야 대기업의 외피가 벗겨진 채 진짜 자신의 능력을 맨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프로컨설턴트라는 직을 새로 시작하면서 자신의 진짜 적성을 발견하게 되고, 여태 맛보지 못하던 성취감을 새롭게 느끼며 더욱 큰 자아를 형성하게도 됩니다. 

하지만 막상 프로 컨설턴트에 도전해 보라고 하면, 과연 나의 경력을 잘 살려 이 새로운 길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 나아가 업계 으뜸가는 회사로 내가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 책 p43 이하에,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설명이 이어집니다. 저자에 따르면, 마케팅, 영업, IT, 인사 등 어느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해도, 이를 바탕으로 프로 컨설턴트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대목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제 개인적 체험으로는 영업 분야에서 탑을 찍던 인력이 혹여 이 분야로 진출했을 때 역시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내는 걸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여태 어느 분야에 몸을 담았건 간에, 각자의 경력과 그동안 키운 역량을 잘 활용하여 프로컨설턴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경력 전환이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야 당연히 않죠. 그래서 p47 이하에 그 상세한 준비 과정이 나옵니다.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같은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은데, 이게 필수인 건 아니지만 자격증 취득이 나쁠 거야 전혀 없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자신의 지식과 식견을 넓히게도 되므로 자기계발이라는 점에서 훨씬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싹수가 노란 사람은 벌써 시험이다 무슨 공부 어쩌구 하는 말만 들어도 머리에 쥐가 내리기 시작할 텐데, 마인드셋 자체가 퇴행적이고 협소하며 미숙한 자아에 머물러 있는 유형이라서 무슨 발전이라는 게 없습니다. 머리에 든 건 없으면서 어디 가서 남보다 우월한 위치는 죽어라하고 챙기는 이런 사람들이, 여태 해 오던 영역 외로 한 걸음만 벗어나는 순간 사회의 찬바람 앞에서 얼어죽습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간혹 무능자가 제법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는 수도 있는데, 특정 유력자에게 노예처럼 맹종하는 일차원적인 처세술로 간혹 그렇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후배 부하 직원과 거의 소통이 안 되는 게 다반사인데, 요즘은 이런 부하직원들도 윗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이라서 어차피 일정 선 이상을 못 올라갑니다(그렇다고 자기 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는 것도 아님). p65를 보면 의사 소통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 이 역시도 창조지향적 이슈, 분석지향형 이슈, 가설설정형 이슈 등 그 유형에 따라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p77)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p128에서 강조되듯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이며, 더군다나 요즘은 AI가 이끌어가는 시대이니 만큼 이것 관련 솔루션에도 관심을 계속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p155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컨설팅 분야는 도전과 성장이 가득한 직업이다." 나의 성공과 계발 그 자체가 목적이고 인생의 의의라고 여기는능력자들이 꼭 한 번 도전할 만한 분야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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