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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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책은 역시 에이든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린 제작자 일동의 편지를 보면 "아날로그는 나쁘거나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구태여 이런 말을 안 해도, 요즘은 디지털을 맹종하고 아날로그를 폄하하는 사람은 잘 없지 싶고, 혹시라도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지털은 사소한 에러가 망(網)에서 잦은데, 문제는 이게 not humane이라서 실수인지 뭔지를 사람이 알아서 경계, 보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즉 디지털이 실수를 하면 사람은 불의타를 맞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날로그는 대략 어디서 삐끗하는지 예측이 되기 때문에 알아서 거를 수가 있죠. 하물며 장인들이 만든 아날로그 명품이라면 어설프고 불안정한 디지털보다 훨씬 믿을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에이든 지도는 언제나 최고지만 저는 특히 한국과 일본 편이 좋았습니다. 지금 이 책은 도쿄 편입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에이든 지도에서 메인 아이템은 한 장으로 뽑힌, 대형 지도입니다. 재질이 특수해서 쉽게 찢어지지 않습니다(하지만 공연히 힘을 주거나 하면 당연히 안 되겠고요). 이 지도 단품도 대단히 퀄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 지도를 재편집해서 맵북, 상세지도 각 1권씩이 더 들어 있습니다. 여행노트에도 노트 블랭크 말고 요긴한 정보가 많이 들었으므로 이것도 책이고 본품으로 봐야 합니다. 박스를 열고 아 이거는 광고지인가 보다 해서 뭘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됩니다! 하나도 버리지 말고 쟁여 두면 여행 갈 때 다 쓸 데가 있습니다.

상세지도는 메인 지도의 재편집이라는 점 앞서 말했습니다. 휴대하면서 참조하기에는 맵북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도쿄를 중부, 남부, 서부, 동북부, 서남부로 나누어 담았는데 이런 분류도 해당 도시를 자주 찾은 분들은 알겠지만 매우 실용적입니다. 서부가 있는데 또 서남부를 나눈 이유가 뭘까 할 수 있는데 지도를 펼쳐 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서부는 신주쿠[新宿], 시부야[澁谷] 일대에 초점이 놓였으며, 서남부라고 하면 좀 내려와서 롯폰기[六本木]와 에비스 중심입니다. 이렇게 권역별 지도가 먼저 나오고, 다음에야 긴자(중부), 우에노(동북부), 아키하바라(동북부) 등 세부 지역을 더 자세히 담습니다. 지도에는 랜드마크, 중요시설 표시 외에 간단한 설명도 적어 두었습니다.

권역별 지도에는 먼저 한국어로, 다음에 일본어로 지명이 적혀 있습니다. 대축척판은 더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 예를 들어 시부야 파트에는 츠키시마 몬자 쿠우야(아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가 지도에 표시되는데 밑에 月島(월도)もんじゃ(몬쟈)くうや(쿠-야)라고 일본어로도 병기했습니다. 현지 간판 확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이게 원래는 17세기 과자가 文字(문자. 일어로 もんじ[몬지])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나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빈대떡 비슷한 음식이고 한국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도 해당 부분에 澁谷이라고 붙은 건, 공식 명칭이라서 정확하게 소재지까지 다 인용한 것입니다.

아사쿠사[淺草. 천초]는 센소지[淺草寺]로 유명하다고, 도쿄를 상징하는 절이 이 센소지라고 책에 나옵니다. 보시다시피 한자가 같은데도 지역명은 훈독하고 절의 이름은 음독한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도쿄 아사쿠사의 화월당(花月堂)은 메론빵 맛집으로 잘 알려졌는데 花를 か[카], 月을 여기서 げつ[게츠]라 읽으므로 현지에서는 가케츠도(카케츠도)라 부르지만 한국인들은 국내 유명 빵집이 연상된 때문인지(아니면 한자가 쉬워서인지) 그냥 한국식으로 화월당이라고들 합니다.

여행책 구실을 겸하게끔 텍스트로 된 세부 정보도 제법 많아서 더욱 유익한 지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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