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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한때 같은 경쟁선상에 섰던 남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가는 것 같고, 그간의 실패가 누적된 탓인지 더이상 의욕도 생기지 않습니다. 이대로 모든 걸 포기해야 할까요? 저자 이주형 이사께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며 독자를 격려합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줘야 할 때다(p63)." 저자는 말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니까."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보다 더 강한 사람은, 넘어질 때마다 매번 일어서는 사람이다(p40)." 이게 사소해 보여도 그렇지 않습니다. 정글 최강의 사자라고 해도 신체에 상처를 입으면 곧바로 무력화하며, 이 상처가 아물지 않으면 토끼보다 취약한 존재가 되어 하이에나 등 스캐빈저들의 공격에 그대로 먹이가 됩니다. 사람은 사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신체 상처를 회복시킬 수 있으나, 정신의 상처는 자기 스스로가 낫우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다친 정신은 최고의 정신과 의사라고 해도 다루기가 쉽지 않으며, 이걸 스스로 치유하여 회복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벚꽃은 매우 화려하게 피지만 불과 며칠 만에 꽃잎을 모조리 떨굽니다. 예쁘기는 하지만 매우 자기도취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게 저자의 평가 같습니다. 반면 p78에서 저자가 높이 평가하시는 꽃은 라일락입니다. 라일락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그리 화려하지도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은은히 향기를 내뿜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킵니다. 또 라일락은 봄바람에 자신을 내어 주며 흔들린다는 표현을 쓰시는데, 이 역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고집하지 않고 일인자 자리를 남한테 양보하며 조직 전체를 더 위하는 직장인의 미덕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체험을 소재로 하여 악몽을 꿉니다. 남자 악몽의 최빈 테마는 바로 군대에의 재입대일 것입니다. 저자도 p125에서 그 비슷한 말을 하시는데, 다만 무엇인가에 쫓겨 허둥지둥 군장을 꾸리는 건 아마도 군 제대 후 사회에서 계속 스케줄과 업무 일정에 시달리며 강박적으로 일을 마쳐 왔던 체험까지 함께 작용한 듯도 하다고 책에 나옵니다. 사람은 이처럼, 무엇인가를 반드시 해 내야 한다는 책임감, 의무감 등이 그 정신의 한복판에 자리합니다. 안 그런 사람은 되는대로 막산 인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저자는 우리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쫓기듯 살았으며 왜 그렇게도 여유가 없는가?" 무책임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걸 놓치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p202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성공 모든 것을 재는 척도가 돈이라고 합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그가 얼마나 책을 읽는가, 어떤 악기를 잘 다룰 수 있는가 등이 성공 여부를 재는 데에 반드시 기준으로 들어간다고 나옵니다. 프랑스라는 나라의 문화의 힘, 인문의 설득력, 명품을 만들어내는 저력 등이 여기에 기인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236을 보면 저자는 심지어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도 주변의 노인 환자분들과 친분을 쌓으셨고, 퇴원 시 다른 어르신들이 섭섭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도 나옵니다. 이처럼 인생에 어떤 여유, 인덕을 쌓으며 살아 옴 인생은 주변에 타인과의 교감, 소통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링컨은 나이 사십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도 했습니다. p252를 보면 저자는 주변으로부터 "인상이 참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하십니다. 벌써 이렇게 사람들의 평가가 자연스럽게 호평이 나오는 인생이, 살면서 많은 덕을 쌓고 베푼 게 돌아와서 훈훈하고 마찰없는 삶을 산 보람을 보시는 것 아닌가 해서 보기에도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