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것 - 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철학수업
박은미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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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나도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이쪽으로 마음이 흐르면 안 된다는 점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의 그 마음에 지고 마는 일이 많습니다. 저자께서는 이런 내 마음의 미묘한 기제에 대해, "내 마음이 왜 그러는지를 모른다고 해서, 내 마음이 그러는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p61)."라고 하십니다. 이 마음은 참 교활하게도, 혹 객관적인 잘못이 자신에게 있는 경우에조차, 남한테로 교묘하게 잘못을 떠넘기는 합리화를 예사로 일삼는다고 합니다. 사람인 이상 언제나 귀책, 귀인을 내게로 향하게는 못 합니다. 남 탓도 때로는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입니다. 그런데 어떤 모자란 사람은, 매번 모든 게 남탓입니다. 이런 사람과는 우리가 상종을 못하겠다 싶어 관계를 끊게 되죠. 이런 사람보다 더 최악이 있다면, 권력 관계의 강약을 살펴 가며 선택적으로 남탓을 하는 인간입니다. 자라난 환경이 나쁘고 천성이 사악하다 보니 저런 행동을 하면서도 뭐가 잘못인지 모릅니다.     

"갈등할 때는 원 정서를 인식하라(p90)." 심리학에 원래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것은,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화가 잔뜩 나서 싸우려는 아내"입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 싸우려는 게 진짜 의도가 아니라 남편과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는 게 원 정서이니, 남편 되는 분이라면 조용하게 그 아내분애게 말을 걸고 상처를 달래 주는 게 좋겠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본인 혼자서 일방적인 기대를 걸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다가, 그 한심하고 더러운 욕구가 충족되지 않자, 상대가 변했느니 어쩌니 하며 당치도 않은 프레임을 씌우려 드는 경우입니다. 태생이 천하고 구제불능의 자기중심성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니, 빨리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겠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 참된 적성에 맞는 일" 사이에서 크게 방황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일치하는 경우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만, 현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저자는 특히 p123에서 아주 예리한 지적을 합니다. 의사는 사실 알고 보면 매우 극단적인, 처참한 상황에서 남들이 가장 꺼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많은 학생들이 이런 일에 대한 적성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의사가 받는 "사회적 인정(p123, p257)"만을 부러워하여 그 직종을 선망하는 중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이처럼, 자기 객관화가 선행되지 않은 채 멋대로 사회를 관찰하고, 자기 자신의 능력과 비전에 대해서도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습니다. 이렇게 출발점이 잘못되면 결국,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신의 삶을 그르치게 됩니다. 나이 들어서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성숙함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헛된 망상과 허풍, 허세 따위로 남들에게 비웃음, 경멸이나 당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인지부조화가 일상이 되어 버리니, 보면 언제나 화가 나 있는 게 보통입니다. 대체 왜 분노가 일상이 되어 버렸는지 스스로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나를 낳아 준 고마운 분입니다. 그러나 부모 역시 인간일 뿐이며, 따라서 사람이면 누구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약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은, 거꾸로 부모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게도 됩니다. 자신들도 그 나이에 그 이상의 인격적 완성을 이룰 자신이 없으면서, 부모에게만 지나치게 이런저런 미덕을 요구하는 건 아주 무책임하며, 이중성이나 위선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뿐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나 좌절, 부족함을 부모 탓으로 돌리기(p165)도 합니다. 자신의 실패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잘못일 뿐인데, 낳아 주신 부모 탓을 한다니 정말 대책없는 불성실, 뻔뻔함, 나아가 패륜의 소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대로 양육자가 자존감이 낮으면, 자녀에게서도 일일이 흠을 잡고 아이를 들들 볶습니다. 이래서 부모 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나 봅니다. 

살면서 가장 미숙한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도 있는데 난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같이, 끝없는 자기 합리화를 하려 드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무서운 건, 뻔뻔스럽게 남한테 해코지를 하면서도 "누구누구가 나한테 한 짓에 비교하면 이 정도야 뭐"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것입니다. 권리금, 전세보증금 등을 떼어먹고도 여전히 자신이 남에게 뭘 베푼다고 망상에 잠기며 혼자만의 연극에 몰두합니다. p213에서는, 나 자신으로부터 숨기는 게 많은 이일수록 남에게서 흠을 찾으며 그를 외면, 도피하려는 이런 사람들의 비틀린 심리를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남의 이야기도 함부로 들어주면 안 되는 게, 이런 사람들은 한번 호의를 베풀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안 들어주면, 상대의 마음이 변했다고 마치 자신이 사기라도 당한 양 생떼를 쓰고 추태를 부립니다. p278에서 저자는, 진짜 나와 가짜 나(페르소나)를 잘 분별하여, 집착을 할 필요가 없는 가짜 나를 고집함으써 받는 상처를 현명하게 다룰 것을 독자에게 제안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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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커스경찰 갓대환 형사법 진도별 문제풀이 1000제 2차 시험 대비 (경찰공무원) - 경찰공무원 시험 대비┃경찰채용, 경찰간부, 경찰승진┃형사법 특강 무료 제공
김대환 지음 / 해커스경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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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 채용시험, 또 간부승진시험은 타 공무원 직렬 시험과 다른 고유의 특징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 분야는 유명한 전문가 쌤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김대환쌤이 또 대세입니다. 학생들로부터 갓대환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교재 중 1000제 풀이를 통해 2차 시험 마무리를 다지는 책입니다. 판형은 조금 큰 편입니다. "형사법"이므로 그 범위는, 형법총-각론은 물론 형사소송법에서 수사, 증거 파트, 그리고 종합사례문제 등 모두 다섯 파트입니다. 

이 시험 형사법 문제들은 4지택일형이긴 하나 선지들의 길이가 길고, 함정이 다소 까다롭게 숨겨진 편이므로 공부를 꼼꼼하게 해야 실수가 없습니다. 또 원래부터, 형사법 분야가 (판례 말고) 이론상의 개념들이 이해하기에 매우 어려운 것들입니다. 한국의 형사법이 원래 독일 것을 계수했기 때문에, 독일 사유 특유의 난해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요즘 김대환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어려운 개념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 주는 그 강의력에도 한 비결이 있습니다. 

p107의 207번 문제를 보면 그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우선 살인죄에만(다른 예는 내란죄) 예비, 음모까지도 처벌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형사법 태도에 대해서는 수험생들이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백하게 반사회적, 불법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건에서도, 일단 기망 수 금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까요? 사기죄의 이론 구성(학설)도 통설의 태도가 그러하며, 판례도 예를 들어 매춘부의 화대에 대란한 사건에서 성매수자가 돈을 주지 않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답은 ④입니다. 실제 이 문제에서와 같은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죄수론은 특히 초보자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분야입니다.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를 보면 간통죄의 경우 간통행위 하나하나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는 점 때문에 코믹 요소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또 모 당대표가 연루되었다고 소문이 파다했던 어느 사건의 경우 어디까지를 포괄일죄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인 적 있습니다. 이처럼 죄수론은, 언제를 기수, 미수의 기준점으로 볼 것인가, 공소시효 만료점은 언제인가 등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제 총론을 마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p173 12번의 경우 옳은 것을 모두 고르게 하는 유형입니다. 이 문제의 경우 저 네 가지 선지들 중 옳은 것은 모두 다입니다. 사실 ㉠의 경우 누가 봐도, 이것이 상해치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나쁜 사람이네요. 나아가 이 정도로 나쁜 인간이면, 상해치사를 넘어 아예 살인죄에 해당한다고도 여길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판례의 태도는 그 정도에 이르는 건 아니고, 또 사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임부를 타격한 순간 살인의 고의까지 있었겠다고는 좀 추론하기가 어렵습니다. 

p183을 보면 33번의 경우 체포와감금의죄에 대해 묻습니다. 답은 ④인데 사실 조금만 이 분야에 대해 지식이 있어도 답이 ④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판례는 "자유의 박탈이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문언에서 이 태도를 명확히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선지 ④는 그 문언을 아주 조금만 바꿔 다소 억지로 지문을 구성한 티가 나므로, 수험생들은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형사법 교재에 자주 나오던 문항이기도 합니다. 

p270의 203번 문제를 보면, 이 역시도 기존 판례의 태도를 살짝만 바꾼 것이므로 공부를 좀 한 수험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답은 ③인데, 사실 장물알선죄나 장물죄 전반의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매수인에게 이를 전달하려다 매수인을 만나기도 전에 체포되었"다면,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자한테 과연 (장물알선죄의) 기수가 성립하겠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법리 이전에, 일반 상식에 비추어서라도 답은 ③이겠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어려워보이는 형사법이라 해도 차분히 그 이치를 따지면 결국은 그 정복이 가능합니다. 

내용이 알찬 지문 구성이 많고, 김대환쌤 특유의 실전 감각이 잘 살아 있는 문제들이라서 한 문제만 풀어도 문제 대여섯 개 푼 효과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해설이 좀 더 첨가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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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러시아어 문법 - A1 - B2 필수 문법 완벽 정복 GO! 독학 시리즈
최수진 지음, Kaplan Tamara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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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공인인증시험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토르플(TORFL)이라 부릅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어는 문법이 까다로운 만큼 A1에서 B2단계에까지 두루 수험생의 발목을 잡는 게 이 문법입니다. 사실 시중의 교재들이 불필요하게 어려운 구성이나 서술을 취할 때가 많은데, 처음부터 체계만 잘 잡으면 독학으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전에도 GO! 첫걸음 교재를 통해 러시아어 공부를 비교젹 덜 부담스럽게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등급을 떠나) 문법 전체를 이처럼 개관할 수 있는 교재가 나왔기에, 그동안 부족했던 대목, 잘못 알고 있었던 대목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упражнениа(우쁘라즈녜니아)는 "연습"이라는 뜻을 지닌 러시아어 단어입니다. 모든 단원이 끝날 때마다 이 코너가 학습자를 기다리며 앞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게 돕습니다. 어떤 외국어라고 해도 나의 이름, 그 사람의 이름을 알려 주며 소개를 나누는 표현을 맨 먼저 배웁니다. 제1과(p14~)에서는 "이 사람은 안톤입니다"라며 이름을 가르쳐 주는 문장으로 수업을 시작하는데, 그 문장은 Зто Антон(에토 안톤)입니다. 보다시피, 영어 등의 be 동사 노릇을 하는 계사가 없는 게("이 사람, 안톤[이다]") 또 러시아어의 특징입니다. 이 교재에서는 딱히 그 점을 지적하지는 않는데, 학교 다닐 때 이 언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마 선생님이 가장 먼저 일러 주는 포인트 중 하나이므로 알고들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어에는 성(性. gender)가 있습니다. 러시아어뿐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인도유럽어족은 거의 모두 이 문법적 성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므로, 이를 크게 신경 안 쓰는 영어가 오히려 예외적이고 이상한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p15를 보면, 원래는 -а, -я(아,야)로 끝나니까 여성명사로 취급되어야 하는데, 남성으로도 쓰이는 명사들이 따로 있고, 이걸 총성명사라고 부른다고 가르칩니다. 한국의 많은 러시아어 초보 학습자들이 좌절하는 대목이기도 한데, 이 책은 정말 이 부분을 최대한 쉽게 가르쳐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에서 그 예로 드는 단어는 коллега(깔례가) 같은 게 있는데, 영어의 colleague하고 거의 뜻이 같습니다. 모두 고전 라틴어에서 유래한 어휘라서 그렇습니다. 

러시아어는 동사도 1식, 2식 하며 불규칙 동사가 있습니다. 교재 p38에 나오듯이 원형의 어미(ending)가 주로 -ись, -еть로 끝나는 것들이며, 이 역시도 러시아어 초보 단계를 거친 이들이라면 많이 배워 봤을 부분입니다. 다만 이 교재만의 특징이라면, 설명이 매우 엄격하면서도, 초보자들을 배려하여 앞에서 배운 1식 동사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꼼꼼하게 짚어 준다는 점입니다.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점은, 이 2식 동사 중에서도 규칙이 있고 불규칙이 따로 있다는 점인데, 이 교재는 학습자가 더 이상 헷갈리는 점이 안 남을 만큼 싹싹 훑어가며 가르친다는 점이 좋습니다. 또 p38 하단을 보면, г, к, ж, ш, щ, ч의 여섯 개 자음에 대해, 이들 뒤에는 모음 ы가 못 오고 и가 오며, 모음 ю 대신 у가, 또 모음 я 대신 무조건 а가 온다고 가르칩니다. 저들 자음이 연음이라서인데, 사실 뒤의 두 경우는 앞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사정이 있어서 저렇게 되는 것입니다만 초보 단계에서는 그냥 그렇다고 알아 두면 될 듯합니다.   

러시아어는 격(格, case)이 많은 언어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p86에 나오듯이 러시아어는 대격(4격, 목적격)에서 명사의 의미에 따라 활동체냐, 아니면 비활동체냐를 구분하는데 서유럽 언어에서는 이런 태도를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활동체 남성의 경우 그 대격이 생격(물론 남성)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비활동체라면, 대격이 따로 없고 주격과 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여성은 이런 활동체/비활동체 구분이 대격에서 없고, 본래의 여성 대격 어미를 그대로 따르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집합수사라고 해서 러시아어의 수를 가리키는 단어는 좀 독특하게 쓰이기도 하는데, 다른 언어는 이런 수사가 어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러시아어는 어미 변화를 할 때가 있습니다. p118에서 들고 있는 예문을 보면, У мена трое детей.가 나오는데, 이때 아이들(детей, 제쩨이)은 물론 생명이 있는 대상이지만, 이 용법에서는 내 슬하에 아이들이 정적으로 놓이는 것이므로 비활동체 취급을 합니다. 그래서 трое가 주격에서와 똑같은 모습인 것이죠. 

러시아어의 문법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좀 쉽게 설명하려면 정확성이 희생되고,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초보자 입장에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어떤 딜레마가 생깁니다. 제가 이 시원스쿨 러시아어 교재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쉬운 설명과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최대한 다 잡으려 노력하는 교재라는 점이었습니다. 문법은 표 같은 게 깔끔해야 독자 눈에 잘 들어오고 시각적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데, 이 책은 올컬러 편집이고 표 구성도 깔끔해서 최고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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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루 뚜루 상어놀이북 - 상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괜찮아! 시리즈
스쿨존에듀 편집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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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는 아이들한테 은근히 인기있는 동물 같습니다. 대략 십 년 전에 저는 어느 초등학생과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무슨 뉴스를 봤는지 어떤 컨텐츠에 빠졌는지 하루종일 상어에 꽂혀서 정신을 못 차리는 통에 그 말상대해 주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어는 돌고래나 댕댕이처럼 인간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동물도 아니고, 친숙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에게 큰 위해를 끼칠 수도 있으며,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인기가 많은 건, 그 예리하고 강인한 본성, 치명적인 공격무기 등이 그 이유일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인간은, 어떤 강한 것에 끌리는 동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기왕 애들이 끌리는 동물이라면, 상어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며 인지능력도 키우고, 지식도 쌓으며, 손근육 발달도 꾀하고, 창의력이나 상상력, 색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자존감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죠. 일단 애가 상어에 꽂혔다면, 하루종일 이 상어책을 통해 색깔도 채워넣고, 그림도 따라 그려가며 아주 상어와 영혼 레벨까지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뭐 모든 척추동물은 아기 시절이 있겠고, p5에 보면 1에서 6까지 적절한 색 배치를 통해 아기상어(!)를 찾아내게 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색을 안 칠해도 아기상어의 윤곽은 보입니다만, 색을 다 칠하고 나면 뭐가 기분이 좋은지 혼자서 씩 웃고 있는 아기상어의 모습이 더 뚜렷이 보입니다. 색깔 배치에 정답은 딱히 없지만, 아무래도 상어가 바다에 사는 동물이니만큼, 가장 넓은 배경은 파랑색(바다색)으로 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어는 어류이니만큼 알에서 태어나는데, p6에는 그런 상어의 생태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설명이 있습니다. 이런 지식이 어린이들에게는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대개 한 배에 한 명씩의 아기만 태어나는 게 보통이지만, 상어는 보통 한 번에 두 마리가 태어난다고 하네요(어른인 저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또 책에 보면 아기상어의 크기는 대략 90cm라고 하니, 사실 그리 작다고도 못합니다. 그림을 보면 활짝 웃고 있는 두 마리가 보이는데, 물론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서 이리저리 몸도 놀려 보고 재미가 나겠지만, 여튼 좀 비현실적일 만큼(?) 크게 웃는 중입니다. 아이들도 저 아기상어들처럼 밝고 건강한 심성을 지니게 자라나야 하겠습니다. 

백상아리는 정말 무서운 동물입니다. 그러나 교재 p12 이하에는 (책도 그렇게 설명하지만) 그 모습들이 다 귀엽게 묘사됩니다. 이 페이지에서도 뭐가 기분 좋은지 씩 웃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상어의 번뜩이는 이빨은 너무 무서워. 입을 벌리고 헤엄치는 건, 다른 친구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걸까?" 알 수 없습니다. 호랑이나 사자의 포효 소리는 파장도 깊고, 이를 듣는 다른 동물들에게 큰 두려움을 준다고도 알려졌습니다. 우리 아기상어, 혹은 다른 어른상어들도, 부디 나쁜 마음 먹지 말고, 약하고 작은 다른 동물들한테 겁을 안 주고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사람) 어린 친구들은 상어를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말이죠. 

책 p12에 보면 "상어는 생김새와 이빨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을 습격하는 상어의 종류는 많지 않다."고도 합니다. 또 다음 페이지에서는, "먼저 상어를 공격하지만 않으면, 위험할 일은 없어."라고도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책이나 미디어에서 이렇게 배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인간이 다른 생물들의 생태계를 자주 침범하며, 그만큼 다른 동물들의 행태도 많이 변한 바 있으니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p17을 보면 자외선 보안경(모노타입)을 쓴 어떤 남자애가 막 상어를 약올리면서 수상스키를 타는데, 약이 바짝 오른 상어가 애를 맹추격 중입니다. 음,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면 이런 행동은 정말 삼가야 하겠습니다(ㅋ). 

교재 p9를 보면 상어의 몸 구조 명칭이 나옵니다. 주둥이, 눈, 아가미, 이빨, 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등.. 이 명칭은 대개 다른 어류에도 공통적이므로 잘 알아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p11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70년대 블록버스터 <죠스>도 짧게 언급됩니다. 우리들도 너렸을 때 여러 점들을 이어 물체의 선(외형)을 완성시키는 놀이를, 그림책을 통해 자주 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코너가 많습니다. p15에는 유선형이라는 단어가 니와 해양동물의 특징 하나를 가르쳐 줍니다.   

p30에는 컬러 그림 두 편이 나오는데 서로 틀린 부분을 찾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답은 책 맨뒤인 p40에 따로 나오는데 어디 바로바로 찾아지는지 어른들도 한번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p32에는 미로찾기가 나오는데, 상어를 주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포맷은 다 나오는 것 같아 애들이 안 질려하고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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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서 더 빛나는 너에게
성유나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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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학교나 직장에서 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물론 직장동료나 학교 친구가 남달리 예민하다면 우선은 그 주변사람들이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예민한 분, 당사자 역시도 남들이 나를 그리(=예민한 사람이라고) 본다는 걸 알기 때문에, 본인이 예민해서 겪는 불편 외에 2차 아픔(?)을 겪는 셈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체질이나 성격을 바꾼다는 건 거의 블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책 저자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독자들에게, 당신의 예민함은 예민함대로,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장점이니, 이런 축복(p85)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오히려 키워 가라며 여러 가지 유익한, 실용적인 충고들을 들려 줍니다. 내용도 유익하지만 충고를 들려 주는 어조도 차분해서 그냥 따라 읽어 가는 자체가 힐링입니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그냥 성격만 예민한 게 아니라, 그 부작용으로 몸이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이런저런 통증으로 고생하는 게 어쩌면 이런 이유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께서도 그전부터 몸이 아프셨는데, 일단 독자 입장에서 뭔가 각성이 되는 점은, 몸이 아프다고 그냥 체념하거나 병원의 처방에만 의존하지 않고, p69에 나오는 것처럼 5km 마라톤 완주 같은 제법 큰 도전에도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책에도 나오듯이 저자도 병원, 한방병원 등 갈 만한 곳은 다 다녀 보고 의학적 구제에 최대한 기대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이런저런 불편이나 질환에 내가 굴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복해 나가겠다는 어떤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건, 문제를 더욱 키우는 자충수일 뿐입니다. 

북유럽이나 브리튼 섬 일부에서는 일조량이 부족하여 많은 이들이 맑은 날 일부러 햇살을 쬐러 많은 수고를 들이기도 합니다. 햇빛이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여도, 알고보면 이처럼 소중한 것입니다. 책 p97을 보면 라이트테라피라는 말이 나오는데, 세로토닌, 멜라토닌 합성을 돕는 조명 장치라고 합니다. 사람이 만약 천성이 밝고 긍정적이라면 구태여 돈까지 들여 이런 애를 쓸 필요가 없을 텐데,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침체된 기분의 극복이 어려우니 뭐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p96에 나오는 저자의 말을 보십시오. 예민한 기질 때문에 특수 조명 장치 아니면 수면을 제대로 취하는 일도 어려우면서,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통해 밝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저렇게나 노력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나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니, 결코 불공평하지 않으며 나의 노력만 추가되면 다 이뤄질 것이다." 아무리 피해의식을 갖고 앙앙불락해 봐야 돌아오는 건 좌절, 실패, 스스로를 좀먹는 자기혐오와 비관주의밖에 없습니다. 

p141을 보면 작년에 큰 화제를 모았던 넷ooo 컨텐츠 <더 글로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들 알다시피 학교 폭력이 주된 소재인데, 세상이 취하는 본래 모습 중 하나가 약육강식이다보니 약한 자를 괴롭히고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며 쾌감을 느끼는 나쁜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예민하고 소심하며 남들 앞에 과감하게 나서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꼭 보면 학폭이나 조직 내 괴롭힘의 희생자가 되기 쉬운데, 저자는 거의 필사적이라 할 만큼 이에 저항하고 드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는 점입니다. 사회나 학교에는 주동적으로 나서서 남을 괴롭히는 자가 있고, 남을 도와 주는 척하면서 곁에 들러붙어 세뇌하며 상대에게 더러운 이익을 뽑아내려는 악질 사기꾼이 있기 마련입니다. 지능이 낮아서 자기가 열심히 세뇌를 하면 상대방이 반드시 넘어올 것이라고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좋아합니다. 일종의 자기만의 연극에 몰입하는 셈인데, 이런 인간 쓰레기가 접근해 오면 단호하게 뿌리치며 (저자처럼) 자기 방어를 해 내야만 합니다. 그게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예민한 사람은, 예컨대 두 세력이 대립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양쪽의 입장 모두를 이해하며 조직이 더 파탄 상태로 흐르지 않도록 잘 중재하는 재주가 있기도 합니다. 예컨대 이 책 p196에 나오듯 저자는 팀 안에서 의견이 극력대립할 때, 잘 절충하여 생산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애쓴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너무 예민한 사람은 그 성향 때문에 조직 내 적응이 힘들어, 취업 등을 아예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취업은 생계 해결은 물론 개인이 사회 안에서 참된 자아를 실현하는 가장 보람된 방법이며, 직장이 없다면 그 사람은 또래 사이에서 합당한 대접을 받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여러 어려움을 딛고 사회 생활도 치열하게 해 본 분이라서, 이제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많이 담긴 책이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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