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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러시아어 문법 - A1 - B2 필수 문법 완벽 정복 ㅣ GO! 독학 시리즈
최수진 지음, Kaplan Tamara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6월
평점 :
러시아어 공인인증시험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토르플(TORFL)이라 부릅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어는 문법이 까다로운 만큼 A1에서 B2단계에까지 두루 수험생의 발목을 잡는 게 이 문법입니다. 사실 시중의 교재들이 불필요하게 어려운 구성이나 서술을 취할 때가 많은데, 처음부터 체계만 잘 잡으면 독학으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전에도 GO! 첫걸음 교재를 통해 러시아어 공부를 비교젹 덜 부담스럽게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등급을 떠나) 문법 전체를 이처럼 개관할 수 있는 교재가 나왔기에, 그동안 부족했던 대목, 잘못 알고 있었던 대목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упражнениа(우쁘라즈녜니아)는 "연습"이라는 뜻을 지닌 러시아어 단어입니다. 모든 단원이 끝날 때마다 이 코너가 학습자를 기다리며 앞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게 돕습니다. 어떤 외국어라고 해도 나의 이름, 그 사람의 이름을 알려 주며 소개를 나누는 표현을 맨 먼저 배웁니다. 제1과(p14~)에서는 "이 사람은 안톤입니다"라며 이름을 가르쳐 주는 문장으로 수업을 시작하는데, 그 문장은 Зто Антон(에토 안톤)입니다. 보다시피, 영어 등의 be 동사 노릇을 하는 계사가 없는 게("이 사람, 안톤[이다]") 또 러시아어의 특징입니다. 이 교재에서는 딱히 그 점을 지적하지는 않는데, 학교 다닐 때 이 언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마 선생님이 가장 먼저 일러 주는 포인트 중 하나이므로 알고들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어에는 성(性. gender)가 있습니다. 러시아어뿐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인도유럽어족은 거의 모두 이 문법적 성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므로, 이를 크게 신경 안 쓰는 영어가 오히려 예외적이고 이상한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p15를 보면, 원래는 -а, -я(아,야)로 끝나니까 여성명사로 취급되어야 하는데, 남성으로도 쓰이는 명사들이 따로 있고, 이걸 총성명사라고 부른다고 가르칩니다. 한국의 많은 러시아어 초보 학습자들이 좌절하는 대목이기도 한데, 이 책은 정말 이 부분을 최대한 쉽게 가르쳐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에서 그 예로 드는 단어는 коллега(깔례가) 같은 게 있는데, 영어의 colleague하고 거의 뜻이 같습니다. 모두 고전 라틴어에서 유래한 어휘라서 그렇습니다.
러시아어는 동사도 1식, 2식 하며 불규칙 동사가 있습니다. 교재 p38에 나오듯이 원형의 어미(ending)가 주로 -ись, -еть로 끝나는 것들이며, 이 역시도 러시아어 초보 단계를 거친 이들이라면 많이 배워 봤을 부분입니다. 다만 이 교재만의 특징이라면, 설명이 매우 엄격하면서도, 초보자들을 배려하여 앞에서 배운 1식 동사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꼼꼼하게 짚어 준다는 점입니다.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점은, 이 2식 동사 중에서도 규칙이 있고 불규칙이 따로 있다는 점인데, 이 교재는 학습자가 더 이상 헷갈리는 점이 안 남을 만큼 싹싹 훑어가며 가르친다는 점이 좋습니다. 또 p38 하단을 보면, г, к, ж, ш, щ, ч의 여섯 개 자음에 대해, 이들 뒤에는 모음 ы가 못 오고 и가 오며, 모음 ю 대신 у가, 또 모음 я 대신 무조건 а가 온다고 가르칩니다. 저들 자음이 연음이라서인데, 사실 뒤의 두 경우는 앞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사정이 있어서 저렇게 되는 것입니다만 초보 단계에서는 그냥 그렇다고 알아 두면 될 듯합니다.
러시아어는 격(格, case)이 많은 언어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p86에 나오듯이 러시아어는 대격(4격, 목적격)에서 명사의 의미에 따라 활동체냐, 아니면 비활동체냐를 구분하는데 서유럽 언어에서는 이런 태도를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활동체 남성의 경우 그 대격이 생격(물론 남성)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비활동체라면, 대격이 따로 없고 주격과 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여성은 이런 활동체/비활동체 구분이 대격에서 없고, 본래의 여성 대격 어미를 그대로 따르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집합수사라고 해서 러시아어의 수를 가리키는 단어는 좀 독특하게 쓰이기도 하는데, 다른 언어는 이런 수사가 어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러시아어는 어미 변화를 할 때가 있습니다. p118에서 들고 있는 예문을 보면, У мена трое детей.가 나오는데, 이때 아이들(детей, 제쩨이)은 물론 생명이 있는 대상이지만, 이 용법에서는 내 슬하에 아이들이 정적으로 놓이는 것이므로 비활동체 취급을 합니다. 그래서 трое가 주격에서와 똑같은 모습인 것이죠.
러시아어의 문법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좀 쉽게 설명하려면 정확성이 희생되고,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초보자 입장에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어떤 딜레마가 생깁니다. 제가 이 시원스쿨 러시아어 교재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쉬운 설명과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최대한 다 잡으려 노력하는 교재라는 점이었습니다. 문법은 표 같은 게 깔끔해야 독자 눈에 잘 들어오고 시각적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데, 이 책은 올컬러 편집이고 표 구성도 깔끔해서 최고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