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 국어 이의제기 분석 120제 (2018년) - 제대로 분석하고 훈련하는 수능국어 기출 N제 수능국어 기출 N제 시리즈 (2018년)
박우섭 외 지음 / 레드카펫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수능 국어 영역 대비용으로 시중에 참 많은 참고서가 나와 있더군요. 갈수록 해설도 충실해지고, 해설 속에 문제 푸는 기본 원리를 새롭게 담아 주는 시리즈가 레드카펫 기출보감입니다. 솔직히 작년에 나온 시리즈는 (순전히 제 개인 생각이지만)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 좀 있었는데, 올해판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저 압도됩니다. "과연 최고의 집필진이 참여하여 정성들여 꾸려진 책!" 인정 안 할 수 없습니다.

기출문제라 함은 국가기관인 평가원에서 시행하는 모의평가, 또 수능 실전 문제를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이 기출문제와 그에 딸린 해설은 평가원, 혹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무료로 온라인 혹은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배포합니다. 무료로 나눠 주는, 공신력 100%의 해설지도 있는데 뭐하러 따로 책을 사서 봐야 할까요? 그 해설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다음 학년도 문제에 기출이 또다시 등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출을 통해 배워야 할 건 "문제를 푸는 원리, 교과서에서 채 명시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으나 은연 중 숨어 있던 이치" 같은 것입니다. 이 점에서 매년 비슷비슷한 문제가 출제되는 공무원 선발 시험, 토익과는 차별화되죠.

여튼 저는 이 기출보감 시리즈를 보면서, 문제의 엄선도 엄선이지만 후반부의 해설 그 충실도를 놓고 거듭 감탄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어느 교수님(지금은 작고하심)께서 하시던 말이 생각나네요. "니네들 교양 국어 시간에 공부하는 책을 잠시 봤는데, 어쩌면 그렇게 좋은 내용만 골라서 담아 놨는지 보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이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학창 시절 바로 그 해당 교재를 공부할 때 나와야 그게 축복받은 인생인데 말입니다. ㅎㅎ 여튼 저도, 나이 먹고 내 국어 실력이 과연 정직하게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고, 동시에 어떤 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함께 열심히 이 책 문제를 풀고, 적잖은 고민도 했습니다(남에게 뭘 가르치려면 본인은 그 백 배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기가 왕년에 잘했다고 남한테 가르치는 것까지도 잘하라는 법,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역으로 가는 경우가 많죠). 지금부터 그 간단한 느낌과 평가를 리뷰해 볼까 합니다.

제가 역대 기출을 모두 살펴 보니까 국어 영역에선(예전 교육 과정에서는 "언어영역"이라고 했습니다) 거의 격년꼴로 "언어학" 토픽 지문이 나오더군요. 언어학 하면 역시 드 소쉬르가 빠질 수 없습니다.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국정 국어 교과서에 정면으로 언급되곤 했던 게 드 소쉬르의 이론이었습니다(원 그 어려운 걸 고등학생더러 어떻게 알아먹으라고 말이죠). 여튼 이 책 p200에 또 그 소쉬르 이론이 다뤄지(는 지문+기출문제가 나오)더군요. 나이도 넉넉히 먹었고 그동안 배운 지식도 있겠다, 일일이 지문 안 읽고 그냥 문제만 보고 답을 맞힐 수 있을지 한번 시험해 봤습니다.


답은 바로 ④라고 맞혔습니다. ㅎㅎ 그렇다고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문제를 그런 식으로 해결한 건 물론 아닙니다. 잘 아는 주제니까 가능했겠지요. 책의 해설을 살펴 보니, 이 문제를 "최고의 문제"로 (집필진이) 고르신 이유, 그리고 이 문제에서 어느 포인트에 유의해야 하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었습니다. 일단 집필자는, "언어학이다 보니 내용이 워낙 어렵다"는 점을 이유 하나로 꼽습니다. 백번 타당합니다. 그런데 p201의 05-1은, 사실 공시태/통시태의 구분만 확실히 개념 잡혀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점도 눈에 띄더군요. 설령 공시태/통시태가 뭔지 모른다고 해도, ①②③⑤는 분명 같은 개념표지를 품습니다. 방향이 다른 건 ④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종의 패턴 분석으로 회귀하는 셈이므로, 일반 IQ 테스트와 다르지 않게 됩니다.

혹 IQ에 자신 없는 학생이라면, 아예 평소에 이처럼 출제 빈도가 높은 학문상의 기본 주제에 대해, 정말 최소한의 시간만 투자해서 기본 개념을 미리 익혀 두는 것도 유익한 수험 대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OO동 학원가의 일류들은 워낙 촉이 좋아서 그렇게도 한다고 들었습니다(여기까지만).

비문학 중 과학 영역, 천문학(고교 과정에서는 물리와 지구과학 사이에서 겹치는 부분입니다) 관련 문제를 풀어 보았습니다. (p239)


지문 처음에는 행성과 위성 등의 공전 궤도를 설명하며, 이들이 타원 궤도를 그린다고 상술합니다. 타원의 개념이 여기서 나오는데, 제가 알아 보니 요즘은 이걸 고3 1학기에(이과 과정에 준하는 코스 학생들만) 배운다고 하네요. 저희들은 문이과를 나누기도 전, 고1 2학기 때 배우던 내용인데 말이죠. 여튼 수학 시간에 타원의 정의를 착실해 배운 이과생(에 준하는)이라면, 이 지문의 1/5 정도는 일일이 안 읽어도 건너뛰고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심률은 아마 고교 과정에서 안 배우겠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 가능한 개념입니다.

왜 슈퍼문이 그처럼 크게 보일까요? 지문에서는 "겉보기 지름, 각지름" 등의 개념을 통해 설명하며, 이는 위성이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에 도출될 수 있는 "실용적" 개념입니다.


저자는 해설에서 "새로운 정보 A(여기서는 "일식"입니다)가 등장하면 , 기존의 정보 B와의 연계점, 공통점부터 먼저 떠올려 봐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낯설고 생소한 정보를 지문에서 접했을 때, 이걸 새로 "공부"를 하라는 소린지, 아니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눈을 혹사하며 부호상의 짝짓기를 하라는 소린지, 그저 알쏭달쏭한 지식의 해일 속에서 갈팡질팡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분명한 전략적 지침을 갖고, 내가 기존에 공부해 오던 프레임 속에 어떤 문제라도 분해해 넣겠다는 의욕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정복할 수 있습니다.

이 보감 국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