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머니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투자전략, 젊음이 엣지다
패트릭 오쇼너시 지음, 한지영 옮김 / 새로운제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밀레니얼 머니"라고 해서 무슨 뜻인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일단 책을 보면 저자의 의도는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책 여러 군데에 걸쳐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해야 한다, ~가 어울린다." 같은 문장을 거듭 쓰니까요. 한마디로, 밀레니얼 세대에 어울리는 투자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투자 원칙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는, 혹은 변함 없어야만 할 사항들이 있고, 반대로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는 지양, 극복되어야 할 폐습도 있기 마련이죠. 이 책은 대체로, 가치 투자라든가, 멀고 길게 보는 건전한 투자의 대원칙을 누누이 강조하는 데에서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입니다. 그러나 예컨대 수수료가 싼 인덱스 펀드에의 기계적 투자는 가급적이면 재고해 보자는 식의, 공격적이고 기존의 틀을 깨어 보려는 패기 담긴 충고도 여럿 담겼다는 점에서는, "밀레니얼 투자"가 확실히 다르긴 한가보다 같은 자극도 독자들에게 적잖이 남기지 싶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알맞은 재테크라니, 나는 그 세대가 아니라서 관심 없겠는걸?"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해도 이제 적은 나이들이 아니며, 또 모든 밀레니얼 세대가 정말, 같은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기라도 해서, 어느새 이 책이 쓰인 투자법이 완전한 대세라도 타는, 그저 상식이 되어 버리는 날에는, 역시 혼자 소외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세대별로 다른 투자법이 존재한다"로까지 확장 해석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들 이렇게들 해왔으나 비이성적인 관행, 타성에 따랐을 뿐 현명한 투자법이 아니었다고 어느 정도 판명이 된 건, 과감히 떨쳐 버리는 게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살아남겠다는 데 세대별로 무슨 다른 비결이 처방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흔히 "시장에 대항하지 말라"는 금언이 모두를 묵직하게 구속하곤 합니다. 동양에도 "역천자는 망하고 순천자는 흥한다"는 격언이 있긴 합니다만, 체제가 시장의 지배에 따라 돌아가는 작금이라면 하늘이 곧 시장입니다. 적어도 돈을 벌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이가, 혼자만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승자가 되겠다는 요량이라면, 시장을 거스른대서야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저자는 "시장을 이기려면... 시장을 이기려면...." 을 책 여러 군데에서 거듭합니다. 사실 저자의 이 말과, 앞선 금언인 "시장을 이기려 들지 말라"는, 서로 표현이 반대로 되어 있을망정 결국 같은 이치를 깨우치는 말들입니다. 시장 원리와 분위기를 충실히 파악하되, 결국은 남들 버는 만큼보다야 수익률이 높아야 그게 승자이지,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 레밍스처럼 꼬리물기만 하려면 뭐하러 공부하고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정력과 시간을 쏟겠느냐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죠. 그래서 이 책은, 아직은 많은 이들이 낡은 고정관념에 파묻혀 있을 때, 나부터 과감히 합리적인 투자 습관을 몸에 배게 하여, 남들 백만 원 벌 때 일억 원 벌어보자는 투지를 배양하려는 의도라고 봐야겠습니다. 그 뜻이 "시장을 이기려면...."에 함축되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이 책은 "나만의 포트폴리오", "차별화한 투자안"을 무척 강조합니다. 개성과 자율, 주체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가치에도 부응하는 컨셉이기도 하죠.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게 중요하지 내가 속한 세대의 기치에 충실하고 않고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저자가 겨냥한 컨셉과, 그 권하는 투자의 정석이, 서로 같은 방향이기도 하니 역시 센스에 고개가 끄덕여지긴 합니다.

저자는 책의 제목이 드러내는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이며, 보통 투자 교리서들이 나이 지긋한 저자들 손에서 쓰여지는 관행에 비추면 확실히 젊은 편이긴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 답게, 감추고 싶은 실패도 과감히 책에서 털어 놓는 등, 솔직한 면도 돋보입니다. 책을 펴내며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충고를 베푸는 이들이 독자에게 거부감을 먼저 덜어내려는 전략일 수도 있으나, 여튼 "허, 한때 이런 실수도 범한 분이 여튼 확실히 각성하셨기에 이 단계까지 올 수 있었겠네?" 같은 느낌은 확실히 들게 하더군요.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대개 서툴고 확신이 없는 축이기에, "나도 할 수 있겠어!' 같은 자신감을 북돋우는 데에도 좋은, 진솔한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학교를 마치고 바로 투자 전문 기관에 취업했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이라면, 증권맨이나 이 업종 종사자들이 거의 떨치기 어려운 태도가, "혼자 튀지 말고 남 하는 만큼만 하자" 같은 보신주의입니다.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한데, 저자는 그 초년생 시절부터 "당장 단기에는 좀 손해를 보더라도, 길게 보면 이게 맞습니다." 같은 그 나름의 소신으로 열심히 고객에게 권했다고 합니다. 확신이 서 있으니 취할 수 있는 태도이고, 참 부럽긴 합니다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매우, 너무나도 힘든 처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망해도 대세 따라 망하면 욕을 안 먹거든요. 남들 다 망할 때 혼자 잘나가면 미래를 내다본 혜안이 아니라 욕을 혼자 먹습니다. 이런 비합리적인 풍조가 지배적이면 결국 같이 파멸하는 수밖에 없겠으니, "밀레니얼"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넘어 무엇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방안인지 개인 차원에서 각성이 정말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 <인플레이션의 시대>라는 책을 읽고 리뷰도 남겼습니다만, 노인층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08년 당시 혼쭐이 나고 나선 안전자산의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되었죠. 뭐 그런 재앙이 아니라도, 학부 교과서에서조차 투자의 ABC로 가르치는 대원칙이, "위험과 수익률 사이의 상충관계"입니다. 하나를 고르면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위험하다는 게 무엇인가? 남들 올릴 만한 수익률에서 한치도 못 벗어나고 매번 제자리만 지키는 그게 바로 위험이다. 쥐꼬리만한 이자만 주고 마는 국채만큼 당신의 미래를 위협하는 게 없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당신은 앉아서 재산을 까먹는 셈이니, 이보다 큰 위험이 있겠는가?"

저자 스스로도 위험을 재정의한다고 밝힙니다. 어떠십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릴 겁니다. 저자는 이런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투자태도를 두고 "밀레니얼 세대"에 어울린다는 컨셉을 정해 두고 책 한 권을 다 채우는 거죠. 물론 차별화한 포트폴리오를 마냥 예찬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대목에선 ".. 이 역시 차별화한 구성이긴 하나,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처럼 무작정 시장의 발걸음과 반대로 가는 선택은 역시 경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차별화한다는 그 발상만 놓고 보면" 평가할 구석이 있다며 여운도 남깁니다. 저자의 성향이 어떤 쪽인지 확실히  알 수 있죠.

그 외, 기업의 수익이란 얼마든지 "윤색"이 가능하므로, 회계담당자의 "의견"을 볼 게 아니라, "팩트"인 현금흐름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며 공시사항의 허와 실을 분명히 가려 살필 것을 주문합니다. 당연하고 또 타당한 말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당신은 몇 달 단위, 혹은 1년 단위로만 당신의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 단기 TERM에서 전투의 승자가 된 후, 정작 긴 전쟁에서 실속 없는 패자가 되어도 좋단 말인가?" 같은 반문을 제기하며, 2, 30년 단위로 길게 보고 투자의 성패를 평가하라는 주장은 물론 백번 옳습니다. 하지만 많은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아직 그런 여유를 가질 만한 자산 축적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너무 다그치듯 권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튼 저자의 개인적 체험담(정글에서 맹수를 잡은 사냥꾼 슈퍼의 이야기부터 해서)이 재미있게 곁들여졌고, 대체로 자신의 확신을 담은 진솔한 충고이기에 참고할 바는 많다고 봅니다. "위험"에 대해서는 그러나 독자 개인이 자신의 처지와 성향을 잘 고려한 후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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