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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3.0 - 우리는 차이나 3.0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덩 치는 큰데, 하는 짓은 성숙해 보이지 못해 뒤뚱뒤뚱거리는 거인한테 신경깨나 쓰이는 건 우리네 입장만이 아닌가 봅니다. 중국과 장차 지구의 패권을 놓고 다퉈야 하거나, 최소한 여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세계를 반분(反分)해야 할 입장으로 몰린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닌가 봅니다. 중국이란 나라를 그 덩치와 위상에 맞게 연착륙(軟着陸)시켜야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는 건, 오히려 산업 혁명 이후 본격적인 근대로 접어 들면서 더 오랜 시간 세계를 경영해 온 구(舊)세계, 유럽의 입장에서 더 절실한가 봅니다.
이 책은 그런 위기의식, 혹은 의무감에서, 최고의 서구 지성인들이 자진하여 연구하고, 그 결과를 깔끔하게 집필하여 낸, 압축적인 연구 보고서입니다. 중국에 대한 정보는 사실 양적(量的)으로는 많았으나, 그 방향과 관점이 너무도 혼란스러운 형편이었고, 때로는 기본 사실 관계마저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자의 시대 구분>
(직접 작성, 허락 없이 무단 전재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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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지도자 |
특징 |
비고 |
차이나 1.0 |
194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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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경제,
레닌주의,
공산혁명의
글로벌 확산 |
小康 |
차이나 2.0 |
1979~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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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치금융, 수출주도형 성장
* 대외적으로 저자세 외교, 평화안정 환경 조성
(이른바
도광양회 노선) |
溫飽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기점으로 정치 안정 추구 노선이 수뇌부의 합의로 자리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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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3.0 |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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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워싱턴 그 어느 컨센서스도 무너진 상황에서, 불확실성만이 상존.
*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이익 집단 타파에는 정파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음. |
大同
“개혁개방시대의 종언”,”사회주의 3.0”으로 규정하는 입장도 있음.
閻學通 등의 입장:
*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의 정치적 비전에 경제가 조력해야 한다.”
* 미-중 양극체제의 당연한 가정화
* 러시아와의 동맹
* 대외적 개입주의 노선 |
그렇다면, 시 진핑 영도 하의 이른바 차이나 3.0은, 앞으로 어떤 진로를 밟아 나갈 것이며, 그 전망은 과연 낙관적일까요? 이에 대해, 서방 어느 날카로운 안목과 감각의 지성인 못지 않은, 명철하고 중립적인 중화권 지성인 15인(한 사람은 필명을 서양식으로 쓰지만, 중국인입니다), 그리고 유럽인 3인(서문과 후기를 쓴 3인)이 내다 본 종합적인 비전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시진핑의 중국이 직면한 세 가지 위기>라는 제목을 단 서문이 상당히 길다는 점입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가 쓴 이 글에서는, 중국의 위기로 풍요의 덫, 안정의 덫, 힘의 덫 세 가지를 언급합니다. ㉠풍요의 덫은 주로 경제 성장의 문제를 가리킵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고도 성장이 가능할 것이며,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이고, 혹여 가능하다고 해도 더 나은 대안은 없을지를 고민하는 대목입니다. ㉡ 안정의 덫은 정치 체제의 진로 결정 문제입니다. 중국은 잘 알려진 대로 대중의 평등, 도농과 내륙-해안의 격차를 해소하자는 좌파와, 그 반대편에 선 우파의 대립상이 뚜렷하고, 현재는 후자가 주도권을 쥔 상활입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제 2의 천안문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인민의 정치적 욕구를 효윻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춥니다. ㉢힘의 덫은 당연히, 과거와는 현격히 위상이 달라진 중국이, 손에 쥔 막강한 힘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그 방향과 진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았습니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대륙 내에서, 또 홍콩이나 대만, 그 외 지역 거주의 화교들 간에, 첨예하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필자 마크 레너드는, 이 서문에서 전체 책의 논의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중립적 심판의 입장에서 유럽인이 관찰하고 전망하는 비전을 압축적으로 서술합니다.
<본문 내용 도식>
(직접 작성, 허락 없이 무단 전재 엄금)
범주 |
제목 |
논자 |
주장 |
경제구조 |
개혁의 고통, 그리고 구조조정 |
위용딩(余永定)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
무리한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지속 가능한 건실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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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될 성장, 그리고 잠재력 |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 |
향후 10년에도 중국은 고도성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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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경쟁, 특권사회에서 민권사회로의 전환 |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교수 |
기득권을 해체해야 하며, 자유,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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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사회주의 3.0, 복지의 시대 |
왕샤오광 (王紹光)
홍콩중문대 교수 |
중국식 사회주의는 인류 체제의 새로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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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여, 개혁을 멈추지 마라 |
후수리(胡舒立)
〈財新>발행인 |
문혁에 대한 반성의 기조는 계속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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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체제 |
우칸 모델과 중국 민주주의의 잠재력 |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교수 |
우칸촌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해결 모델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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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부활과 중국식 사회 안정 |
판웨이(潘維)
베이징대 교수 |
우시현의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의 중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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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없는 중국식 민주주의 실험 |
마쥔(馬駿)
중산대 교수 |
언젠가는 선거 중심의 체제로 이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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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의 미래, 대중의 힘 |
왕후이(王暉)
칭화대 교수 |
신좌파의 입장에서 충칭모델 부각. 신자유주의(신우파)를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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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홍위병, 웨이보크라시 |
마이클 안티(趙靜)
저널리스트 |
소셜 미디어의 중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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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노선 |
존중받는 외교, ‘창조적 개입’ |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 교수 |
이른바 창조적 개입을 통한 적극적 외교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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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극 체제의 도래, 그리고 중국의 탈도광양회 |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교수 |
초강경 민족주의
공격적 외교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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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외교, 문제는 중국 내부에 |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
중국은 소프트파워의 역량을 보강하고, 국제평화주의 신중한 노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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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모델 |
충칭 모델: 아직도 진행 중인 혁명 |
추이즈위안(崔之元)
칭화대 교수 |
대외 의존 탈피,
자생력 강화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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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 모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도전 |
샤오빈(肖濱)
중산대 교수 |
시장과 시민사회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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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記 |
차이나 3.0 시대와 西方 |
요나스 파렐로 플레스너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수석연구원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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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본 바처럼, 현재 국가의 원대한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서도, 각 정파와 논객들 간에 입장이 치열하게 대립합니다. 우리가 여태 추측해 온 것처럼, 주도권 다툼을 놓고 벌이는 단순한 양극 구도가 아니라(이런 병폐는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우리 나라에서 더 심하죠), 진지하고 애국적이며 전세계의 이해관계도 동시에 고려하는, 대국적 견지의 건설적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중국이 이만큼이나 이론적 근거를 갖춘 자신감을 회복했나 생각이 드는 치밀한 자국우선주의 이론가도 있도, 폐쇄적 민족 감정이나 쇼비니즘보다 국제 공영을 더 우선시하는 통 큰 국제주의자의 정의롭고 논리적인 주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기도 했습니다.(우리가 저 입장이었다면, 과연 저만큼이나 성숙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을까요?)
이 책 한 권에는, 어떤 의미에서 춘추전국의 재현이라 할 만큼, 나름의 확고한 정당성과 논거를 구비한 입장들이, 도도하고 정연한 논지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 중 어느 가닥이 향후 전개될 차이나 3.0, 나아가 신(新) 중화제국의 펀더멘탈을 차지하게 될 중심적 기조로 자리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이 중에 분명히, 이후 20년, 30년의 미래를 틀지을 거대 물줄기가 그 성장의 기운을 조용히나마 떨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속의 어느 태아가 용으로 승천하고, 어느 녀석이 이무기로 떨어질 지는 지켜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이 판도라의 상자 안에 그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책을 꼼꼼히 읽고 또 읽어서, 미래에 펼쳐지는 경우의 수를 최소한으로 압축하여 면밀히 주시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