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본질 - 세계적 투자자들이 공유하는 성공 사업가의 4가지 핵심
앤서니 K. 찬 외 지음, 김인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승자의 본질>이라는 제목을 보고 뭘까 했습니다. 알고 보니 작년 겨울 쯤에 제가 읽은 원서가 번역된 책이더군요. 책 표지가 완전히 달라서, 몰라 본 것 뿐이었습니다.

원서의 표지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큐볼 닷컴)

저 사진의 표지에도 잘 나와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HEART, SMARTS, GUTS, LUCK 이 네 가지 요소를, 성공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으면서, 이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거의 500명에 이르는 CEO들과의 인터뷰를 거쳤습니다. 항상 영미권 저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사실인데요. 대륙(유럽)권 저자들의 저술태도와는 달리, 설사 어떤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결론을 미리 상정해 두었다고 해도(아니라면 책을 내려는 계획부터에 차질이 올 겁니다), 그 결과의 확증과 근거 제시를 위해 반드시 이런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귀납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입니다. 세 분 저자는 과연 "가슴, 두뇌, 배짱, 용기"라는 요소의 추출에 대해, 이들 "성공 DNA 보유자들"과의 인터뷰 이전에는 어느 정도나 확신하고 있었을까요? 저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어떤 특정 교훈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전 작업과 선지식 어느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가 매우 궁금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이름하여 HSGL! 가슴, 두뇌, 배짱, 용기 이 네 가지 요소는, 보스턴에 자리한 굴지의 벤처캐피탈인 큐볼 닷컴에서 일종의 기업 정신으로 강조하는 도그마입니다. 이 굴지의 업체에서 현재 CEO를 맡고 있는 토니 K 찬은 본업 외에도 이런 자기계발, 경영학 각론의 유용한 교리를 창의적으로 개발해 내 일반에 보급하는 일에도 열심입니다. 그 배경에는 스스로 믿는 바에 대한 투철한 확신이 있어서이겠으나, 그 외에도 주로 법률서적, 경영학 서적을 발간하는 톰슨 코퍼레이션(제게 매년 캘린더를 국제우편을 통해 개인적으로 보내 주는 출판사이기도 합니다)에 몸 담았던 경력이 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온화하고 평범한 인상을 풍기지만, 사실은 손에 거부를 쥔 막강한 영향력의 인사입니다. 부자는 이 분의 회사가 자리한 보스턴에 워낙 많고도 많으니 신기할 게 없다 하더라도, 이 분의 직함은 그에 그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수적으로 귀하며, 경영학계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 받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고정 필진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는 잘 모르시던데요, 이 저널에 기고할 자격과 기회가 되는 인사는 그야말로 극소수입니다. 그가 재계, 학계에 고루 미치고 있는 영향력의 범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 사진을 보면 어느 쪽 혈통을 받은 인사처럼 보이세요? 그는 물론 책에 나와 있듯이 캐나다 토박이(뉴펀들랜드는 美 보스턴에서 지척의 거리)입니다만, 그의 윗대는 인도네시아계 화교의 혈통을 받았습니다. "찬"은 한자로 증(曾)이라고 씁니다. 공자의 제자 증삼,  역사가 증선지 등이 다 이 성씨 출신입니다.


책은 전체 10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중 본론이라 할 수 있는 2,3,4,5 장은 하트, 스마트, 거츠, 럭의 네 가지 요소에 대해 구체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승자의 본질을 이룬다고 할 이 네 가지 요소가, 이 책의 입장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우리들의 동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들 생각하실 거에요. 하지만 이 개념에 대한 찬의 정의는 우리 상식이나 선입견과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먼저 가슴입니다. 여기서의 "가슴"은, 바꿔 말하면 기업가의 사업에 대한 집착, 열정, 집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 2장에 나오는 그 숱한 기업가들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우리 시대의 거인으로 꼽고 있는 고 정주영 회장이라든가, 이건희 현 총수 같은 사람들이, 절대 자신의 영역에서 남에게 지려 하지 않는 무서운 집념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머리인데요, 여기서 "머리"란 우리가 아는 지능이나 IQ 같은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합니다. 사업가에 있어서 중요한 능력은, 간단히 말해 패턴을 잘 발견하고, 서로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물들을 연결 짓고 통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도 못 하며, 실제로 증권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언제나 아는 지식이 많아도, 도저히 감이 뛰어난 큰 손 고객의 수완을 못 넘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분석의 과잉은 사업가에 이'있어 그리 결정적인 덕목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번째로 배짱입니다. 이 배짱은 사업을 침체하고 퇴화하는 유기체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아주 결정적인 동인입니다. 첫번째 요인 가슴의 인자가 충분하다고 해도, 이는 보수적, 현실 안주적 경영으로 언제든지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배짱은 가슴과는 완전히 독립된 요소이며, 어떤 의미에서 가슴을 도미네이트하는 우월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역시 한국에서는, 성공한 대표적인 CEO인 고 정주영, 이건희 두 분의 예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네번째는 행운입니다. 이것은 얼핏 보아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행운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리는 축복인데, 그걸 사람이 어떻게 좌우하겠습니까? 그런데 찬은 이 요소를 두고, 행운 중에는 상황의 행운이라는 게 있어서, 이는 인간이 직접은 아니라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 통제 기제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요, 개인을 벗어난 차원에서는 그가 쌓은 인맥이라고 합니다. 이건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 말입니다. 마음이 부정적이면 될 일도 안 되게 마련이고, 평소에 잘 다져 놓은 인맥은 전혀 예측 불허의 순간에서 결정적 한 방을 돕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행운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아 벌써 그것은 노력의 결과일 것입니다.


모든 기업가들은 결국 우상을 파괴하는 아이코노클라스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혁신이 강조되는 생태계에서라면, 기존의 낡은 관념은 더군다나 혁파되어야만 합니다. 책 말미 10장에는 자가 진단용 테스트가 실려 있는데요, 비슷한 평가를 큐볼 닷컴에서 직접 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창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나 자신의 가능성과 자질, 그리고 포텐셜에 대해 유용한 시사를 던져 주는 책입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무엇보다 그 말을 하는 저자가 어떤 이력을 쌓은 사람인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해 주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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