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즐거운 말을 먹고 자란다 - 아포리즘 행복 수업
김환영 지음 / 이케이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아포리즘은 경구(의 모음)인데요. 처음에 책 소개에 아포리즘 책이라고 해서, 그리고 받아 본 책의 디자인이 너무 예쁘기도 해서 저는 달달한 내용만 가득 담긴 청소년용, 혹은 중년 주부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예를 들어 <자기계발 대사전>에서 수록하고 있는 다양한 격언, 지침들처럼, 스스로를 다잡고 처세의 지침으로 쓸 만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더라고요. 최근에 저는 <고수>라 는,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께서 쓰신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만, 그 책이 수필에 가까운 형식으로 처세의 원리를 친절히 해설해 놓고 계셨다면, 이 책은 아포리즘의 비중이 보다 강하고, 수록된 명언의 수가 더 많으며, 게다가 저자 김환영님의 평론, 의견 개진, 젊은 세대와 동시대인에 향한 충언이 가미되었다는 게 차이가 아닐까 해요.


다시 말해서 이 책은, 겉모습은 따스한 인생 가이드, 정서 함양에 좋을 말랑말랑 컨텐츠로 가득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속 내용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입니다. "일침"에 가까운 뜨끔한 격언도, 저자 김환영 선생의 요긴한 코멘트와 함께 잘 담아져 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출처,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인, 혹은 익명의 입에서 나온 여러 명언들은, 가능한 경우에는 그 언어의 원형이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편의상 영어로 대체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아포리즘을 읽으면서 영어 공부도 함깨 할 수 있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책 p24에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사랑 빼놓고는 모두 바꿔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같지 않으세요? 회장님께서 아주 창의력이 뛰어난 분은 아니셨군요, 최소한!


제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모든 저작에서 냉철하고 도덕적인 서?D에 곁들여, 위트와 유머를 잊지 않으시는 분이죠)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명언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책 그 다음 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것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증명이란 얼마나 어렵습니까? 영어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prove it!'이죠, 못 하면 앞으로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후자를 선택한다."


마음을 바꾼다는 것, 기존의 어리석은 실수를 흔쾌히 인정하고 들어가는 일을, 사람들은 자존심 때문에 가장 꺼려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체면이 깎이고 자존심을 상하느니 차라리 생고생을 사서 하겠다는 말이죠. 저부터도 이런 자세를 갖지 않도록 정진해야 할 것 같아요.


조직과 개인에 대한 재미있는 말도 있습니다. 49p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경쟁은 반목을 낳고 사기를 저하시키지만,

조직과 조직 사이의 경쟁은 사기를 진작하고 창의성을 고무한다."


하지만 이 말이 무한정으로 적용 가능, 타당한 건 아니겠습니다. 국가와 국가 사이처럼, 중재자가 없거나 포괄적 룰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난 세기의 역사에서 보듯 전쟁으로 치달을 위험도 상존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에 읽은, 이숲의 <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을 즈음해서 세시 풍속의 일환으로, "석전"이라고 불리는 패싸움을 즐겨 했다는군요. 건전한 상식이 부재한 형편이라면, 조직이건 개인이건 그 경쟁이 반드시 건설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참고로 위의 저 말은 서양인의 명언인 것 같기는 하나, 김환영 선생은 출전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p53에 보면 오히려 조직 무용론 같은 입장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조직은 참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조직이 뭔가 위대한 일을 하려면, 위대한 개인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 말은 미 육참총장, 국무장관을 역임한 콜린 파월의 말입니다. 저자 김환영은 "이 말에는 다소 과장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뿐 아니라 책 전체에 소개된 명언 여럿을 두고 김환영 선생은 이 점을 지적하는데, 수사(레토릭)은 속성상 본디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과장 없이는 멋진 말이 안 나오니까요.


사랑에 대해 프랑스의 작가 앙리 드 몽떼를랑의 말도 좋습니다. p61입니다.

우리는 무엇무엇 때문에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무엇무엇에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논리적으로 두 진술을 양립하기 힘들지만, 두 진술은 저렇게 나란히 붙어 있을 때 더 그 진가를 크게 발하네요.


훌륭한 사람의 말만 실린 게 아닙니다. 깡패의 명언(?)도 있습니다. (p65)

"상냥한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칼과 총이 덧붙여졌을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알 카포네)


이 책에는 없습니다만, 카포네보다 한 40살 정도 더 먹은 귀족 정치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you will go far." (말은 상냥하게 하되, 큰 몽둥이를 하나 지니고 다녀라. 멀리멀리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아프리카 속담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사파리를 무척 즐겼다고 하니까요.


이 책의 좋은 점은, 책 뒤에 인덱스가 따로 실려 있어 사람 이름을 찾아 보고 싶을 때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멋진 말 유식한 척 인용하면 폼 나겠다 싶을 때, 이 책 하나 있으면 효용이 쏠쏠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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