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당신께, 다르마 톡
영화 지음, 대지 외 옮김 / 어의운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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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전쯤인 4월 12일에 영화 스님의 <선 명상(운주사 刊)>를 읽고 서평을 올렸습니다. 이 책은 스님이 미국에서 포교 활동을 하며 남긴 대중 법문 모음입니다. 그래서인지 문체가 매우 쉽고 형식이 자유롭습니다. 읽다 보면 스님이 특유의 그 자애로운 웃음을 웃으시며 내게 말을 건네는 듯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말씀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고, 세상의 티끌에 찌든 마음이 깨끗이 씻어지는 듯합니다. 과연 고승의 높은 경지는 말 한 마디로 중생의 번뇌를 잠재우는 것인가 봅니다. 

p72 등에서 영화 스님은 자신의 스승인 선화상인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이 종교라는 걸 갖게 된 동기는 불멸(immortal)에의 지향이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몸에 아픈 데도 없고 매일매일이 즐거우며 신체 기능도 정점에 달한 듯합니다. 물론 어린이는 근육도 약하고 잦은 전염병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대신 몸에 기운이 넘쳐나고, 쓸 수 있는 힘에 비해 몸이 참 작습니다. 그래서 열심히도 뛰어다니고, 적게 먹어도 활력이 폭발할 듯 생성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스님도 책에서, 인체는 13세가 절정이며 이후로는 그저 쇠퇴할 뿐이라고 하시는데 어떤 의미에서 정곡을 찌르신 듯합니다. 

아무튼 선화상인께서는 도교의 가르침을 예로 들며, 사람은 무려 일만년을 살 수 있는 비결이 있으며, 이는 수련자가 일생을 걸고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말씀을 했다는 게 영화 스님의 증언입니다. 만 년이라니 너무 허황되지 않은가? 게다가 정통 불도도 아닌, 인접 종교의 가르침이라니 말입니다. 다만 만 년이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구애받기보다, 바른 호흡과 명상의 수행으로 몸에 잔고장 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또 번민과 증오, 불안, 걱정, 강박 같은 것 없이 편안한 생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신선이라든가 천계인의 삶을 사는 것에 근접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성격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1년은, 아프고 괴롭고 불안한 십 년보다 더 가치있다고 볼 수도 있죠. 

관음보살은 세상 사람들의 근심과 고통과 신음과 애로를 멀리서 눈으로 보듯이 들으며 챙기신다고 해서 이름이 그리 지어졌습니다. p126에서 영화스님은 스승인 선화상인에 대해 회고하며, 자신만 아프다고 힘들다고 울면서 불평하는 속 좁은 염원을 관음께 보낸다면, 과연 이를 보살님이 미쁘게 보시겠냐며 이기적이고 소견이 좁은 우리들을 비판, 질타합니다. 세상 곳곳에서는 부조리와 잔인함과 탐욕이 판을 치며, 간악한 자들이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을 괴롭히고 착취합니다. 부처님은 제법무아(諸法無我)라 하며 세상에 나만의 의지, 욕망, 집착이라는 게 다 허상임을 일찍부터 가르치셨거늘, 자신의 작은 불편을 침소봉대하여 떠드는 짓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미숙합니까. 

참된 행복이란, 그래서 일체를 놓아버려야 비로소 내 손에 남는다고 스님은 말합니다. 안 잡히는 걸 애써 쥐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행복은 나로부터 점점 멀어집니다. <선 명상>에서도 스님께서는 결가부좌의 미덕을 설명하며,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할수록 몸의 고통은 점차 잊혀지는 놀라운 이치를 체험하라고 권했습니다. 이 책 p175에서도, 스님은 우리가 몸을 꼬아 가부좌로 앉을 수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이냐고 가르칩니다. 아파서, 혹은 그렇게 태어나서, 몸 하나 뜻대로 가눌 수 없는 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다르마라는 게 알고 보면, 우리한테, 일체의 잡되고 삿된 걸 버리고 진리를 향해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인 줄 알게 된 우리한테, 다 이익을 주게끔 애초부터 설계가 된 것(p242)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출산의 고통이 그렇게나 심했는데, 아이를 또 낳을 수 있겠어요? 부처님이 산모에게 이리 묻자, 산모는 "내 아이가 다르마를 말할 수 있다면, 앞으로 일곱 번은 더 낳을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답니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고 순수함을 지킬 수만 있다면 자신의 어떤 아픔과 고난도 감내하겠다는 게 어머니의 마음이요, 또 곧 부처님의 대자대비함입니다. 스님은 지극히 오묘한 궁극의 이치를 가장 쉬운 말로 전달하며, 청중들도 행간에서 군데군데 등장하여 열렬히 영화스님에게 호응하는 듯한, 어떤 현장감까지 담긴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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