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스토리의 쓸모 - 인문학에서 배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상헌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깊은 속내를 꿰뚫어보고 그와 깊은 공감을 시도하거나 팀원들과 심도 있는 호흡을 맞춰 가는 일은 어느 직장인에게도 힘듭니다. 역으로,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일수록 기업의 상위직으로 잘 승진하고, 부하직원의 고충을 잘 돌보거나 거래 상대방의 니즈를 빠르게 알아채며 프로젝트를 기어이 성사시킵니다. 이런 자질은 역시 인문 고전을 읽고 선현들이 남긴 지혜를 고루 습득한 사람에게 함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인문이 스토리의 보물 창고이며, 홍보에도 도(道)가 있고 정의(正義)가 따로 있겠는데, 일류 브랜드 역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스토리로부터 탄생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합니다. 지금 이 책에도 고금의 위인 그 성공사례로부터 추출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전국시대 연횡책을 설파하고 다녔던 장의(張儀)는 초 회왕의 태도가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 북방의 선진 문명을 지닌 위나라로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p46 이하에는 왕, 왕의 총애를 받던 남후와 정수 두 여인, 심지어 장의 본인까지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고사가 등장합니다. 확실히, 미천하던 시절 세도가의 집에서 몰매를 맞는 봉변을 겪고도 "내 세 치 혀만 붙어 있으면 아무 문제 없소!"라고 아내에게 큰소리쳤던 그답게, 탁월한 변설 솜씨로 일국의 왕과 왕후를 사로잡는 과정에 감탄이 나옵니다. 사람은 때로, 아무 실리 없이 물러나면서도 속으로 크게 만족하여 어떤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옛 속담에도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무엇이 주효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렸습니다. p106 이하에는 홍보의 핵심 중 하나인 칭찬의 요령에 대해 다섯 가지가 정리되었습니다. 첫째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을 칭찬하라, 둘째 현재를 칭찬하라, 셋째 좋은 점만 칭찬하라, 넷째 변화에 관심을 가져라, 다섯째 눈을 보고 말해라 등입니다. 특히 마지막 사항,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라는 아이 컨택(eye contact)의 의의에 대해, 저자는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본다는 자체가 이미 그 상대방을 칭찬하고 들어간다는 태도의 표명이라고 강조합니다. 

리더는 남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p120을 보면 "사람을 남기는 것은, 우리가 꼭 리더가 아니라 해도 평생의 목표로 삼을 만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저자는 사람을 대하는 데 정답이라는 게 꼭 없다고 할 수 없으며, 그 핵심은 소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합니다. 그 소통이라는 게 잘 이뤄지려면 우선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실시간 정보의 습득, 전문가에 의한 의사결정, 갈등의 조정 등이 높은 순위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나옵니다. 나를낮추고 남을 높이는 처세와 품성(品性)의 함양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왜 인맥이 잘 형성되지 않는가? 처음에만 번드르르한 말로 잘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내뱉은 말이 지켜지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사람, 이런사람한테는 인맥이라는 게 만들어질 수가 없다고 합니다. p138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Joe Girard)의 사례가 나오는데, 누구에게라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인맥의 수는 250명이며 이에 못 미치면 그의 인맥은 아직도 더 개선될 여지가 있고, 그를 넘는 수라면 이미 통제불능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적인 모든 면에서, 라이벌인 항우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 유방이 어떻게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요? 저자는 그의 장점 중 하나가 "잘못을 즉시 인정하는 솔직함"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 점은 특히 그가 상대한 세 사람의 사례에서 잘 드러나는데, 첫째 역이기(酈食其. "이"라고 읽습니다), 둘째 유경(劉敬), 셋째 육가(陸賈)의 에피소드입니다. 이런 이름난 사람들을 감복시켜 휘하에 두었으니 천하도 긍를 보고 사람됨의 비범함을 짐작한 것입니다. 

가방 하나가 한국돈으로 삼천만원을 넘어간다니 놀랍지만 이 치열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에 의해 그런 가격이 매겨졌다면 아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겁니다. p235에는 에르메스 대표 제품인 켈리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20세기 중반을 주름잡았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공의 아이를 임신하던 중 그 백으로 배를 살짝 가린 모습이 잡지 LIFE에 실린 게 그 유래입니다. 명품이 명품이 된 건 이처럼 스토리의 힘이 엄청 크게 작용한다는 실례가 되겠습니다.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며 자신의 삶을 빛나게 만들 의욕과 열정으로 충만합니다. 발군의 홍보 전문가가 들려 주는 소통의 비결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고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