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미경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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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호흡, 취향, 기호에 맞춰 한 번뿐인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현실은 남의 눈치도 봐야 하고, 내 소신을 언제 어디에서나 내세우고 살 수는 없습니다. 더 슬픈 건, 나 스스로도 과연 본래의 내가 누구였는지 뭘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잊고 사는 것입니다. 나로 산다는 것, 살 수 있다는 건 그래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경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께서는 6년차 바리스타이시며, 보험 경력도 오래되셨고, "바람의 시대 지구별 여행자"라고 자신을 밝히십니다. mbti는 ENFP이며(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100%죠), 무엇보다 독자인 제가 눈이 크게 떠진 대목은 "며느리를 둔 엄마, 어머니, 할머니"라고 쓰신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들 누구라도,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자랑스러운 포인트가 이 대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걸 다 가진 인생이라 해도 정작 내 주변에 사랑하는 가족이 없다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누구나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여깁니다. 어떤 분들은 "나도 나 자신을 모르는데..."라 하시지만, 이런 말도 그 안에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깔고 남이 나를 함부로 못 본다는 일종의 선포를 하는 것입니다. 문면대로 모른다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셈이죠. 책을 읽으면서 이 저자님께서는 정말로 자기 주장 확실하고 어디서건 소신대로 사시는 인싸 타입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p68 같은 곳을 보면, "나는 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는 대목이 있습니다(없었어도, 그런 분이시겠다는 게 충분히 짐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나를 알았다기보다는 나를 포장하고 있는 육신의 껍데기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인식에 도달했을 때 우리들은 정말 허탈해집니다. 저자님처럼 자기 확신에 가득한 유형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사람들도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석가모니는 제법무아 제행무상을 논했습니다. 자의식도 없고 그저 동물처럼 감각과 감정의 덩어리로 살다가 비로소 자아가 생겨 사람이 되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자아라는 게 허상이었다니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이미 깨달음이 왔으니 이를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육적인 나와, 무의식의 끌어당김까지 포함한 진짜 내면의 나를 구분하여, 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내가 원하는 삶은 결국 평온한 삶이었고 행복한 삶이었다(p94)." 물론 성공을 위해, 큰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치열하게 앞으로 달려가는 삶도 멋집니다. 21세기 한국에서 우리는 대부분 그런 생각으로 살고들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손에 넣고 보니, 이제 건강도 상했고,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곁을 떠났다, 이러면 그 이룬 성취라는 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가진 것 없어도, 나만의 공간에서 자녀, 손자, 같이 늙어가는 배우자와 오순도순 사는 게 사람으로 태어난 가장 큰 낙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더 나아가 내 자신을 이제 새로 정의한다. 나는 책 쓰는 보험설계사이자 국민작가 The 이미경이다(p120)." 인용문 중 정관사 the는 저렇게 대문자로 시작하셨기에 저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개성과 존재감을 가진 분이라는 뜻이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갈수록 빈껍데기만 남는 느낌이다, 이런 위기감이 올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고비를 못 넘어 번아웃, 무기력증, 공황장애가 오기도 합니다. 남의 일 같겠으나 이런 끔찍한 공포는 아무도 예상 못 한 시점에 벼락같이, 누구에게라도 엄습해 옵니다. 이때 필요한 게 저자님 말씀처럼 재정의(re-define), 리모델링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칭찬이라고 다가 아니며, 그 안에 진정성과 긍정의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말씀이 정말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우선 진정성이 없는 칭찬은 칭찬도 뭣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듣는 사람이 오히려 김이 빠지기도 합니다. 진정성은 어떻게 해야 갖춰질까요? 남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게 딱 맞는 칭찬을 하려면, 남의 내면을 꿰뚫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남의 내면을 알려면, 먼저 내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아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자가 "껍데기 아닌 진짜 나를 알자"고 한 게 이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령 진정성이 갖춰져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저자가 별개로 덧붙이는 건 "긍정의 에너지"입니다. 어떤 사람이 설령 사람 속을 정확히 다 캐치한다 해도, 그 안에 불순한 의도가 들어있다거나, 듣기먄 해도 힘이 빠지는 재수없는 소리만 일삼는다면 그런 사람과의 소통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긍정의 에너지는 그 사람이 타고났건, 노력이나 각성으로 쌓게 되었건 간에 그 사람의 자산을 다른 이들이 나눠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 받아 간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아무한테나 아무때나 쓰는 말이 아닙니다) 인기 강사라는 사람들을 보면 특별히 말을 잘하거나 다른 데서 못 들어본 말을 해서가 아니라 연단에서 그 사람만이 뿜어내는 어떤 긍정 에너지가 있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긍정의 에너지는, 무엇보다 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최소 조건이므로 우리들은 먼저 진짜 나와 대화를 열어 봐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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