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놀이의 기적
박성찬 지음 / 라온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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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타고난 솜씨가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자신을 어떻게든 표현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이 마음을 달래고 자존을 되찾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쓴 조각가 박성찬씨는 미술도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으며, 이 놀이가 "자기주도성과 내적 동기를 깨우는"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교육자이기도 한 그가 지향하는 목표는 "영감을 통한 창의력, 감수성, 상상력 증진"이며, "미술을 통한 다양하고 전인적인 교육"을 추구한다고 나옵니다. 말씀만 들어도, 이미 성인이 된 독자마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선생님으로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고 영감 넘치는 예술가로 자라나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사람의 지능을 IQ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감성지능을 뜻하는 EQ로도 함께 측정하여 보다 종합적인 능력, 역량을 재고 나아가 갖출 것을 두루 갖춘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는 학계 일각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 주장은 거의 발표되자마자 세계적 호응을 얻었는데, p62에는 "정서 지능은 교감으로 높아진다"는 말이 나옵니다. 바로 저자의 어린 따님 이야기로부터 추출한 교훈인데, 확실히 이런 이야기를 보면 어린이에게는 뭔가 애착(p65)을 갖고 오래 보살필 수 있는 대상 같은 게 필요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정서 지능은 사람 인격과 감정의 기초 공사와도 같다. 어렸을 때 정서가 올바로 성장하지 못하면, 마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상의와도 같아서 모든 게 틀어지고 만다." 

인간은 예측 불허의 모험, 위험을 피하고 안정을 지향하는 특징도 있지만, 정반대로 낯선 곳을 찾아 생소한 환경을 맞딱뜨리고 무엇인가를 정복하는 쾌감을 맛보는 성향도 있습니다. p96에는 "도전의 산" 조형물에서 색다른 재미를 맛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을 지나치게 감싸고만 돌면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라는 걸 모르고 자랍니다. 낮은 단계에서부터 하나하나 마음 속에 쌓아가는 성취감, 그 짜릿한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이루려 듭니다. "좀 위험하게 놀아도 됩니다(p102)." 뿐만 아니라 약간은 위험성도 있는 놀이를 즐겨야만 신체 제어 능력도 길러지는 것입니다. 근육이라는 것도 너무 정해진 과정에만 길들여지면 볼품 있게 자라지 못하며, 남다른 운동능력이나 반사신경도 뜻밖의 상황을 자주 마주치며 몸과 마음이 그에 적응되어야 제대로 발달하는 것입니다. 

"놀다보니 토론하게 되고, 토론하다 보니 놀게 되고(p122)" 아이들은 역시 함께 자라야 사회성도 길러지고,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나와 다른 정신과 어떻게 교감하는지도 배우게 됩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고, 판이한 성격과도 때로 타협하고 때로 투쟁하면서 원만한 사회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저자는 조형 전문가의 입장에서 우리 나라 놀이터들이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상상력을 못 일으키게 설계되었다고 비판합니다. 또 아이들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안전 위주로만 설계되어 아이들이 쉽게 지루해하고 아무런 창의력도 자극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적합니다. 

"놀이를 통해 세상의 지식을 배우다(p152)." 교육은 그저 지식만 머리에 장착하는 게 아니라, 인격을 함께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바깥에서의 놀이는 실내와는 달리 에너지, 칼로리 소모량부터 다르다고 합니다. 이렇게 밖에서 신 나게 에너지를 소모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하며 근육과 운동신경이 발달해야 건강하고 외적으로도 보기 좋은 아이로 큽니다. 신체 운동은 곧 마음의 운동도 된다는 게 데이빗 엘킨드(p153)의 주장이며, 탁 트인 공간에서 해방감도 느끼고 인지 능력도 쑥쑥 자라날 수 있다고 저자는 알려 줍니다. 

회복탄력성, 유능감, 자존감... 이런 것들은 사람의 업무 능력과는 또 별개의 개념입니다. 아무리 회사에서 일을 잘해도 매번 번아웃이 오고, 타격을 입으면 쉽게 원상회복이 안 되고, 경쟁에서 이겨내려는 의욕이 쉽게 안 생기고 비관적인 느낌에 쉽게 빠지고... 이런 체험이 반복되면 당사자가 행복해지기란 참 힘듭니다. 아이는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 놀면 자존감도 함께 높아진다.(p177)" 미술 역시도 따분하게 테크닉만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놀이처럼 매 순간 아이한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게 하는 그런 과정이어야 합니다. 미술이 놀이가 되고 교육이 되는 마법을, 다양한 실제 사례와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컬러사진과 함께 목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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