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하노이 - 최고의 하노이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해외여행 가이드북, ’24~’25 프렌즈 Friends 38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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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이며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오래 터잡고 살아 온 이들이 꾸준히 남진하며 자신들의 영향권을 넓혀갈 때 그 중심으로 기능하던 심장부였습니다. 하노이를 기반으로 삼았던 정치세력은 20세기 후반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현대 베트남 영토 일대를 석권했습니다. 이후 대외개방정책을 단행하여 경제적으로도 번영을 일정 부분 이루고 오늘에 이릅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현재 밀접하게 경제적 협력을 맺은 관계이므로 하노이에도 한국인이 다수 거주하며 교류도 매우 빈번합니다. 따라서 관광 목적이건 비즈니스 트립으로건 이 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한데, 언제나 믿고 보는 여행가 안진헌씨의 솜씨라서 특히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가이드북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하노이는 오랜 동안 북부의 중심지 노릇을 하던 유서 깊은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구시가(舊市街)"로 불리는 구역이 아직도 고유의 개성을 갖고 번영해 있습니다. 저자는 p73에서 매우 낭만적인 표현을 쓰며 이 지구(地區)의 매력을 요약합니다. 롱비엔 대교는 한자로 橋龍編(교룡편)이라 쓰는데, 베트남어는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오는 구조라서 이런 독특한(우리 입장에서) 이름이 되었습니다. 구태여 우리식으로 고쳐 읽으면 룡편교가 되겠습니다. 

아무튼 이 롱비엔 브리지에 대한 설명이 p82에 나오는데, 프랑스 식민 통치 기간에 건설되었으며 전쟁 기간 중에는 미군의 폭격에 시달려야 했다고 나옵니다. 북위 17도선 위로는 미군이 공격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미군이 북베트남의 수도 소재, 홍강(瀧紅. 농홍)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폭격할 수 있었나 싶지만, 남베트남 영역의 반군 베트콩을 돕는 보급로에는 공중 폭격이 가능했습니다. 이 부근에는 하노이 고유의 멋이 물씬 풍기는 야시장도 열리는데, "흥정이 기본임을 잊지 말고" 관광객들이 꼭 들러 즐겨 볼 만한 어트랙션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혹은 미국 영화에서 베트남타운 같은 곳이 묘사될 때 자주 들리는 단어가 "비아 허이(p110)"입니다. 이때 "비아"는 프랑스어 비에르("맥주". 영어의 beer와 어원이 같습니다)에서 왔으며, 허이는 기체라고 할 때의 氣를 베트남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기포가 녹아 뽀글뽀글 피어오르는 맥주잔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베트남 고유의 도수 약한 맥주이며 책에서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약간 무거운 생맥주는 "비아 뜨어이"라고 다르게 부른다고 가르쳐 줍니다. 뜨어이는 신선하다는 鮮을 역시 베트남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책에서는 또한 "네 칵테일 바" 같은 명소를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베트남인들이 천년고도라며 자랑스러워하는 하노이라서인지 도시 곳곳에 사연이 가득 서린 명소가 많습니다. p128에는 호안끼엠 호수가 소개되는데 "규모는 아담하다"는 게 책의 묘사입니다.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아담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잠실 석촌호수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죠. 그러나 명소의 가치를 그저 크기로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호안끼엠이라는 말은 "검을 돌려주다"인데 앞의 "호"는 한자로 湖입니다. 안끼엠이 還劍(환검)으로서 검을 돌려준다는 뜻이며, 베트남어는 앞서 말했듯 수식어가 피수식어 뒤에 오기 때문에 환검호가 아니라 호환검이 되는 것입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베트남은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p169에서 보듯 하노이에는 그래서 문묘(文廟)도 있으며, 대성문을 지나 공구, 안회, 증자, 자사, 맹자 등을 모시는 사당이 나오는 구조까지 우리네 서울의 그 구조물과 무척 닮았습니다. 고려에서 국립중앙교육기관을 국자감이라 불렀는데 하노이에도 옛 문화재로 비슷한 기능을 하던 국자감(p170)이 있습니다. 베트남은 프랑스, 미국과 대결하여 승전했다는 자부심이 무척 큰 나라인데 군사역사박물관은 그런 그들의 행적을 압축하여 전시한 뜻깊은 공간이겠습니다. 바딘 광장의 역사적 의의 역시 책에 자세하게 나오는데, 바딘이라는 이름은 하노이 내 구 행정구역이었던 巴亭(파정)에서 유래했습니다. 

p198을 보면 유명한 퍼꾸온 식당이 소개됩니다. 한국에서도 퍼꾸온을 즐겨먹는 이들이 많은데 퍼라고 하면 보통 국수지만, 퍼꾸온에서의 퍼는 만두피와 비슷하며 자르기 전의 국수 상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꾸온은 한자로 卷(권), 돌돌 말았다는 뜻이며 그래서 영어로는 보통 roll로 옮겨집니다. 확실히 안진헌 저자의 여행서는 식당, 맛집 파트가 강점입니다. 가 볼만한 식당은 웬만해서는 다 언급이 됩니다. 한국은 웬만해서는 그 단일민족성을 부인하기 힘든데, 베트남은 정말 다양한 민족들의 집합체라고 해도 됩니다. p212에는 민속학 박물관이 소개되는데 여기서 외국인들은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인접 하룽베이까지 해서 하노이 일대의 명소가 빠짐없이 소개된, 완벽한 여행서입니다. 이때 베이는 영어로 만(灣)을 뜻하는 bay이며, 유명한 통킹만 사건의 배경이 된 그 인접의 베이이기도 하죠. 책 말미에는 간략한 베트남 역사까지 실은, 여행서를 넘어 미니 인문서 구실까지 하는 정말 멋진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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