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독학 새벽하늘 부동산 경매 첫걸음
새벽하늘(김태훈)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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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경매에 싸게 나온 양질의 부동산을 잘 노려 좋은 가격에 취득하려는, 전문가 아닌 일반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경매에 나온 것 중에도 이러저런 예상치 못한 함정이 붙은 게 많고, 까딱 잘못하면 오히려 덤터기까지 쓸 수 있습니다. 내가 나중에 감당할 수도 없는 비용이 줄줄이 지출될 수 있다면 이는 낙찰가만 낮게 받았다고 해서 낮게 구입한 게 아닙니다. 경매는 입찰 과정에서의 세세한 기술뿐 아니라 부동산 취득과 운용의 전 과정을 두루 이해해야 하는데, 이 책은 컬러 도판이 많고(부동산 취득에는 각종 서식과 증빙이 필요하므로 독학용 책에는 이런 견양, 견본이 많이 실려야 합니다), 경수와 하늘이라는 두 가상 인물이 우리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가므로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p45에서 하늘이 적절하게 말하는 것처럼, 경매 사건에 입찰하기 위해서는 "권리 분석"이라는 게 필요한데, 본래 이런 건 개인이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유료로" 발급받고 나서야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구독료 50만원 정도를 1년에 받고 제공해 주는 사이트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늘은 이걸 10명 정도가 아이디 하나를 구매해서 돌려쓰는 게 경제적이라는 충고까지 해 줍니다. 이용약관이나 기타 법규에 위배될 소지는 혹시 없을지는 물론 개인이 개별적으로 체크해 봐야 하겠습니다(물론 이렇게 책에까지 실었다는 건 문제가 없음을 믿어도 된다는 뜻이겠습니다만). 심지어 하늘은, 해당 업체와 제휴가 되어 있는 멤버십 가입까지 권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원스톱 서비스입니다. 그만큼 경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사이트까지 생기는 것입니다. 

가등기라는 건, 이런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정말 주의깊게 살펴야 할 권리사항입니다. 가등기는 책 p89에서 잘 설명하듯이, 쉽게 말해 "누군가와 매매계약이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현재의 등기 명의자는 조만간 명의자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인데, 잔금까지 다 치렀다고 해도 우리 나라는 명의가 넘어가야 소유권이 넘어가는 이른바 "성립요건주의"를 취하므로 매수자가 아직 (누구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 못 합니다. 그런데 계약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계약일 뿐이므로 그게 끝까지 쌍방이행으로 이어지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등기는 그저 가등기로만 해석되어야 하며, 다른 결과가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게다가 가등기에는 소유권 이전을 반드시 전제로 삼는 게 아니라 담보목적 가등기라는 것도 있으므로 더욱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경매에 낙찰되었다고 해도 그 물건의 가액이 모두 내 것이 되는 게 아닙니다. p118에서 하늘이가 말하는 것처럼 우선은 집행비용이 먼저 제해집니다. 원칙적으로 이 비용은 채무자 부담이지만 돈이 없어 집이 넘어가는 판인데 그 비용이 납부되었을 리가 없고 그래서 낙찰가에서 이걸 먼저 제하는 것이니 사실상 채권자가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에서 경수가 한탄하는 내용이 있는데, 경수는 까딱했으면 보증금 중 상당액을 그냥 날릴 뻔했으나 천만다행으로 위기를 면합니다. "왜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학교에서는 안 가르치는 걸까?"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정말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이런 것이기 때문이죠. 

사정이 이러니 채권자가 만약 낙찰이 되어도 선순위 물권자, 소액우선보증금 등을 다 떼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 이러면 경매가 애초에 기각이 되어 버립니다. 이걸 책 p158에 나오듯이 "무잉여"라고 부릅니다. 책에 나오는 예라면 3차 최저매각가격 5억 6350만원 가지고서는 오히려 8850만원 마이너스가 됩니다. 이때 무잉여가 안 되는 최저가격이 6.9억이라고 책에 나오는데 그 이유를 제가 좀 보충해 보자면 선순위 근저당액 6억 5천 2백에다가, 경매신청 채권자의 채권액 4천이 더해진 금액이라서이겠습니다. 

p204를 보면 여튼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있을 수 있으며(경매 절차 신고 여부에 무관하게), 따라서 그 점유자가 어떤 지위인지, 탐문을 통해서건, 금융기관이나 기타 이해관계자한테서건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고 하늘이는 경수에게 가르칩니다. 하늘이도 이야기하듯이 등기부상 권리 분석보다는 임차인에 대한 분석이 훨씬 어렵다는 게 현실입니다. 

가상인물 하늘이가 워낙 모르는 게 없이 가려운 곳을 쏙쏙 긁어주고, 경수도 우리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대변해서 필요한 걸 잘 물어 주기 때문에 독자가 대리만족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이런 책에서 그저 이름만으로 지적되던 걸, 이 책에서는 컬러 사진으로 각종 법적 서류나 건물들을 다 보여 주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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