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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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에 정신과 의사 토미님이 쓴 <1초 안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을 읽고 리뷰를 썼었습니다. 저자의 본국인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끈다는데 그 전작이나 지금 이 책도 과연 읽으면서 그럴 만하다 싶었습니다. 모두 4챕터로 이뤄졌고 각 챕터마다 여러 꼭지의 좋은 말들이 실려서 우리 독자들의 마음음을 달래 줍니다. 특히 저는, 정신과 의사라든가 이 부류에 속한 다른 책들이, 으레 하곤 하던 말과는 크게 다른, 일종의 반전 매력을 풍기는 조언들이 꽤 있어서 책을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어떤 지인의 동기분이 소속 모임에서 따돌림을 당한 일을 겪고 크게 분노하여 타 모임을 바로 주선해 주고 마음의 상처를 바로 잊을 수 있게 그 지인이 조치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론 기민하고 단호하게 잘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가 쉽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런 일은, 당사자가 확고한 자존을 가진 분이라면 별 타격 없이 넘어갑니다(따돌림 같은 유치한 짓을 한 자들이 물론 나쁜 거겠고요). 저자는 p46에서 이런 일은 그냥 쿨하게, 내가 저 사람들과 처음부터 잘 안 맞나 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조언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기도 해서,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면 쿨하게 잘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아는 독자들은 따로 사정을 알지만, 저자는 한때 이보다 더 심한 일을 겪고도 결국 일어선 분이라서 이런 충고가 더 진정성 있게 와 닿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인싸"라고도 하는,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은 어느 집단 안에서나 인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p72 같은 곳에서 이런 사람들이 꼭 좋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알려 줍니다. 이런 사람들이 무조건 옳고 이 사람들에 의해 배척당하면 내가 잘못이었던 거다, 이런 생각을 단호하게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저도 중학생 때 반장한테 크게 면박당한 어떤 애가, 평소에는 제법 강해 보이다가 유독 그 일을 겪고 정말 서럽게 울던 걸 보고 의아했었는데 그 애는 그저 한 명의 친구한테 당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는 느낌이 지금 드네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인싸도 그저 한 명의 인간일 뿐이며 때로 억텐을 통해 분수에 넘는 영향력을 유지하려 애쓰는 불쌍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하물며, 흐름을 잘못 타면 한순간에 아싸 내지 왕따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한테 타격을 받았다고 해서 그걸 "1인분 이상"이라고 과대평가할 필요는 전혀 없겠습니다. 다만, 나 역시 객관적으로 잘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겸허하게 돌아볼 필요는 당연히 있겠지요. 

p120을 보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쓰지 말고, 내가 무엇을 지금 해야 행복해지는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합니다. 얼핏 보아서 "무슨 뜻이지?" 싶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짧게 덧붙입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생각해 보면, 남을 의식하는 사람은 자신이 남들의 생각을 다 계산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남들도 그 사람의 그런 계산은 다 읽어 냅니다. 결국 자기가 제 꾀에 넘어가는 셈인데, 반대로 남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일 신명나게 하는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에게는 진짜 뭔가가 있나 보다 하며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고 동경의 시선을 보냅니다. 이게 대중적 관심의 역설인데, 그런저런 사정을 떠나 순전히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내 일에 전념하는 게 결국 승자의 선택 아니겠습니까. 이 말도 저자 자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더 공감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다툼이 없을 수 없고 가까움 사람 사이라고 해도 언쟁이라는 게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이 부분도 참 역설적인데, 언쟁이 없다고 그게 문제가 없는 관계가 전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일방 당사자가 꾹 참고만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게 우리 나라도 약간 좀 이렇고, 특히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입니다. 을의 입장에서 그저 자제만 하다가 어느 순간 문제가 크게 터질 수 있다는 건데, 설령 안 터진다고 해도 한쪽만 부당하게 화를 참는다고 그게 올바른 상황이겠습니까? 저자는 과감하게 말하기를 아니다 싶으면 그냥 터뜨리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다고 과감하게 충고합니다. 심지어 의도적으로라도 말입니다. 마치 막장드라마에서 불륜 파트너가 일부러 상황을 들키는 것과도 비슷한데, 물론 이런 걸 마냥 환영할 수는 없어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p52를 보면 "지나침"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지나침이라 하면 extreme이 아니라 lookover, pass를 뜻합니다. 친절한 사람들(그렇게 평가받는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받는 비결은 뭐냐, 친절하게 굴지 않고 따지고 다투고 상대를 뒤집어 놔야겠다 싶은 "건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결코 그들이 착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냉정하게 따져서 내 실리에 영향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라는 겁니다. 만약 이렇게 안 하면 당사자가 당장 살아남기가 어려운 지경까지 갑니다. 깡패 앞에 서면 분노조절장애가 바로 치료된다는 우스개가 있듯, 괜한 일에 일일이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사소한 일은 그냥 지나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얼핏 보면 상처를 달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을 지르는 듯한 역설적인 충고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들이 무책임하게 그냥 지르는 게 아니라, 잘 살펴 보면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는 진리들입니다. 책 전체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나치게 잘 가꾸려고만 들지 말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대로 흐르게 놓아두라"는 결론을 저는 마음에 남겨 두었습니다. 사람 마음은 engineering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잠언집 답게 말들이 짤막짤막하게 던져지면서도 울림은 묵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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