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 개정판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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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고차방정식보다 어려워서, 퍼즐 한 구석을 맞추고 나면 다른 구석이 틀어지기 일쑤입니다. 또 나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 공감이 안 되는 사람이면 내가 일방적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관계에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나만 상처 받고 끝날 가능성도 많습니다. 

저자 박상미 교수님은 여러 팟캐스트라든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카운슬러로 출연했기 때문에 우리들한테도 얼굴이나 목소리가 익숙한 분입니다. 이 책도 작고 컴팩트한 분량 안에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때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서 좋았습니다. 이야기들이 잘 읽힐 뿐 아니라, 책을 다 읽고 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내가 상처를 안 받고 나만의 좋은 기운이 잘 유지될지에 대해 어떤 결론이 잡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역시 상담의 대가가 들려 주는 교훈은 남다르게 와 닿는 면이 분명 있습니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라는 게 내가 내 마음도 정확히 모르는 판에 남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야 없는 노릇이며, 사소한 말 하나가 결정적으로 상대의 자존을 긁어 관계가 파탄나는 건 흔히 보는 일입니다. p43을 보면 3초를 못 참아 내뱉은 말이 30년 인연을 망친다는 저자의 충고가 나옵니다. 이런 건 실제로 그런 언행으로 관계가 파괴된 걸 겪어 봐야 실감이 나는 법이죠. 또 반대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여튼 꾹 참고 그 국면을 넘긴 사람도 나중에서야 "아 그때 잘 참았지"라며 당시의 선택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잘 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생존의 스킬 중 큰 것 하나를 아주 잘 익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저 무작정 참으라고만 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6초의 호흡 조절을 통해 효과적으로 화를 참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p48을 보면 저자분의 부친께서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매우 큰 곤란을 겪은 일화가 소개됩니다. 우리가 흔히 보증 잘못 서서 패가망신했다고 하는데, 이 보증이라는 게 물적인 금전채무 보증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신원보증(인적 보증)이라는 제도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은 (역시 책에 나오는 대로) 신원보증보험 제도라는 게 따로 있어서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능합니다만 과거에는 이런 다소 전근대적인 제도 때문에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죠. 아무튼 저자가 이 대목에서 강조하는 가르침은, 사람 사이에서는 "잘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야 나중에 바람직한 결과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저 결론만 툭 던지는 식이 아니라 경우를 나눠 요령껏 거절하는 노하우도 함께 알려 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타인과의 사이에서 내가 너무도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면 이것이 마음 속에 상처를 넘어 분노로 자리잡고 두고두고 당사자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폭발시켜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나 자신을, 예측 불가능한 위험 안으로 던져 넣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일일이 통제하고, 계획을 세워 상대의 빈틈을 노려 바로 파멸로 몰아넣는, 아주 치밀한 복수(서양 속담에 "복수는 차게 식혀 먹어야 더 제맛"이라는 게 있죠)를 기획할 능력이 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저자의 말씀입니다. 다음에는 "무의식(분노)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오자"는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는데, 이 역시도 저자의 치밀한 학문적 배경이 잘 뒷받침해 주는 아주 실용적인 처방 같았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그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만 갈 것 같아도, 이 역시 사람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작용인 만큼 우리가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제어할 수가 있습니다. p130 이하에 그 방법론이 잘 나오는데, 일단 우리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생각과 감정이 훈련 대상이라는 말씀부터가 꽤 낯섭니다. 나는 피해자다, 왜 이렇게 나만 힘들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나를 사실 더 힘들게 만들 뿐이며 세상 모든 일을 선과 악, 흑과 백으로 이분화하여 보게 하는 아주 비생산적이고 극단적인 인격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직장이건 학교건 이런 현실부적응 스탠스가 한 명만 있어도 모두가 힘들어지죠. 물론 나에게 부당한 피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합당한 응징이 가해지는 게 맞겠으나, 세상사 남들도 다 겪는 일을 나만 겪는 양 과장하고 자기연민에 빠지는 건 대단히 불건강합니다. 남한테는 전혀 없는 나만의 무늬가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소중하게 가꿔 나가는 노력이야말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그런 노력은 결과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p235에는 복역 중인 어떤 독자분이 교도소에서 저자께 보낸 편지의 사진이 있습니다. 저자 같은 분들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사회로부터 단죄를 받아 교도소 같은 데 격리되어 있다면 그 자괴감과 회한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 과정을 거쳐 죄를 회개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데 내가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생각은 계도자 본인에게도 큰 자긍심과 보람을 심어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자살에 대한 교훈, 지침이 곳곳에 보이는데 아마도 저자께서 남다른 성찰과 연구가 있으셨기에(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눈치채게 됩니다) 이런 실감 나는 가르침이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책 외관도 예쁘고 내용도 매우 알찼습니다. 별책으로 요약집 겸 필사노트가 함께 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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