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101
박동원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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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구미에서는 1990년대에 탄소 배출권 시장에 대한 구상이 이뤄졌고 이의 현실화를 위해 치열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1997년에는 교토 의정서가 발효되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탄소 배출권이란, 무작정 탄소 배출을 금지하면 이것이 현실화하기 어려우므로, 마치 종량제 봉투처럼, 탄소를 배출하려면 돈을 내고 시장(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에서 탄소배출권을 산 다음에 배출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되었습니다. 이것이 제도로서 완전히 정착한 후에는, 마치 유가증권을 투자하고 양도하듯이 장단기 가치를 보고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지금도 일각에서는 그렇게 하는 중입니다. 

여태 저도 여러 권의 탄소시장 관련 책을 읽고 리뷰도 써 왔습니다만 지금 이 책이 그 중 최고였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분야가 내용이 좀 어렵고 전문적일 뿐 아니라, 세계적 현황을 통계 자료만으로 바로 파악하는 게 까다로운데, 이 책은 일단 많은 통계가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인포그래픽화가 잘 되었습니다. 아무 지식이 없는 초보자라고 해도 책만 쑥 훑어도 이 시장에 대해 대략의 감이 잡힐 정도입니다. 올컬러 편집이어서 눈도 덜 피곤합니다. 뿐만 아니라 체계있게 각종 자료 출처 소개를 곁들이기 때문에 심화 서치를 위한 기초도 잘 놓아 줍니다. 여러 모로 너무도 마음에 들고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일단 우리가 한국인인 만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의 현실이 어떠한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지난 정부 때부터 재생 에너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지난 대선 토론회 당시 RE100이라는 아젠다가 거론되어 새삼 대중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더랬습니다.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고, 책에서도 특히 p71 같은 곳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용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022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9.2%라고 나오는데 사실 한국의 인식 미비, 낮은 참여도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그나마 낮은 편이라고는 못하겠다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2030년까지 21.6%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나오는데, 우리도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하루바삐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더 올려 우리와 후손들이 더 쾌적하고 안락한 상황에서 살 수 있게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신뢰와 연대의식으로 무장한 동료라는 점을 깊이 새긴다면, 이런 탄소 배출 자제의 컨센서스와 시스템이 마련되었을 때 그에 충실하게 적응하고 실천에 옮기는 이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에는 남의 선의를 악용하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친환경주의가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자 이제는 친환경도 아니면서 친환경인 척 가면을 쓰고 대중의 호감을 그릇되게 장악하려는 나쁜 행태를 그린워싱(p112)이라고 부릅니다. 너도나도 친환경을 입에 담고 외치고 다니니 대체 누가 가짜이며 누가 진짜 환경을 아끼고 걱정하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우니, VCMI(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에서는 그 진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CCP,  즉 무결성 이행지침을 마련하여 각 회사나 단체, 조직이 얼마나 실제로 탄소 저감을 실천하고 있는지 그 표준을 마련합니다. 

그 표준이라고 하는 건 CCP, claims code of practice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뿐아니라 표준적인 한국어 번역은 "무결성 이행 지침"인데, 아무리 봐도 "무결성" 부분이 안 보여서 제가 (이 책에서 가르쳐 준) 여러 소스 웹사이트들을 직접 찾아 봤습니다. 무결성은 VCMI에서의 I가, initiative의 약칭이긴 하지만 동시에 integrity의 앞글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또 그냥 code of practice라고 해도 될 것을 구태여 앞에 claims라고 붙인 게, 그만큼 이미 손상된 자연의 복구를 시급히, 행동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어떤 절박함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유가증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가격이나 시장에서의 평가도 천차만별입니다. p123을 보면 이제 교토 의정서를 대신하여 세계 기후변화 대처의 중심 규범이 될 파리 협정이, 새롭게 구체화한 여러 크레딧을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VCMI에서 맨 앞 V라는 글자는 voluntary의 약자인데, 이 책 p90을 보면 그 "자발적"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를 또 해명해 줍니다. "자발적"은 규제를 받아 억지로(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p92의 대조표에 잘 나오듯 할당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탄소 저감책을 마련하여 이를 인증 받은 다음 그 크레딧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입니다. 특히 CBAM이라는 것을 EU가 마련하여 탄소 저감에 미온적인 외국 기업에 대해 탄소 비용을 징구(徵求. p96)한다는 전망인데, 우리 기업들이 이에 특히 주의하여 앞으로 수출 대책을 잡아야 한다는 게 책의 심각한 제언입니다.    

친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국제 규범이 엄격하게 요구하는 당위규범입니다. 근본 규칙이 바뀌고 있는 만큼 우리들도 살아남기 위해 영리한 전략을 새로 치밀하게 수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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