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서클 -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새 비즈니스 세계관
강호동 지음 / 북그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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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p36에 잘 나오듯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는 2010년대의 경리단길 사태입니다. 본래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래된 부심을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개발하여 유동인구도 늘게 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효율적인 개발 프로젝트였기에 많은 이들에게 기대를 모으는 사업으로 기대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존의 임차인들이 쫓겨나고 새로 입주한 이들도 너무 높은 월세에 신음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게 보통이 되었습니다. 어감, 어원의 마일드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면 주민들에게 불안, 공포감부터 안기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 책 뒤표지를 보면 "실컷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나면 쫓겨나는 현실을 임차인 스스로 바꾸는 방법"이란 문구가 나옵니다. 영원히 을(乙)로 살아야 할 것 같았으나 만약 가치관만 좀 바꾼다면, 자신이 창의력, 사업감각, 인맥으로 가꾼 삶의 터전을 어느 정도는 지켜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임차인들도 책 내용에 호기심이 물론 생기겠지만, 건물주들도 임차인 쪽 전략을 미리 읽고 대비한다는 면에서 역시 주의깊게 읽을 동인은 충분하지 싶습니다. 

"자영업자는 (알고보면) 누구보다도 건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p86)." 고액의 월세를 내고 근근히 버티는 고달픈 신세가 아니라, 자신만의 컨텐츠를 확실히 가꾸고 알토란 같은 수익을 올린다면 언젠가는 자기 건물에서 마음놓고 장사하는 진짜 사장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컨텐츠가 확실한 건물주라면 공실률도 최소화하며 은행 대출이자 걱정에서도 자유롭기까지 할 수 있다니 이 책은 진짜 건물주가 읽어야 하는 책이 맞습니다. 

저자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저 열심히 장사만 하는 걸 미덕으로 삼고(=푼돈을 열심히 모으고) 과감한 투자로 전략을 바꾸는 걸 허황되다며 꺼리는 분들이 많은데, 예전에는 이런 태도를 바람직하게 보았으나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쓰나미 앞에 영원한 을 신세로 살기에나 딱 좋을 뿐이라고 저자는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너무 열심히만 살아서 장사에만 매몰되는 사장님들을 모면 딱하다.(p91)" 고생 끝에는 낙이 아니라 골병만 찾아올 뿐이라고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나의 약점은 언제까지나 약점이 아니라 반전 끝에 강점으로 갑자기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내성적이고 친화력 부족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할 때 목 말고 눈을 봐!"라는 지적을 듣고 이런 단점을 바로 고쳤다고 하네요. 일단 시선을 바로 맞추고 난 후에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심리를 살피고 그에 맞게 소통하는 습관도 새로 붙었으며, 장사의 기법도 한 수 높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은, 누가 나에 대해 바른 지적을 하면 그걸 즉시 수용하고 내면화하는 자세도 있겠습니다. 

가난을 탈피하는 첫째 길은 일단 공부라고 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며 폭 넓게 여러 주제를 접하고, 그저 한 분야만 들여다보고서는 전체를 다 안 양 착각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한 권만 읽고 독선에 빠지는 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합니다. 부동산에 자신이 붙었다고 그것만 주시할 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자산도 살펴 보고 거시경제 전체를 조감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제와 사회는 모든 섹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므로 한 섹터만 보지 말라는 충고는 참으로 타당합니다. 

p176에는 링컨의 명언 하나가 인용됩니다. 그만큼 무엇을 사전에 준비하는 자세, 정보 서치를 통해 철저하게 현황을 파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의 상권정보시스템, 마이프차 같은 프롭테크 사이트를 수시로 참조하라고 합니다. 모든 자산이 그렇지만 건물 역시 싸게 사서 가치를 불린 후 비싸게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노른자만 애써 찾아다니지 말고 남들이 잘 안 보는 흰자에도 신경을 써서 용케 캐치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도 충고합니다. 당장은 가치가 낮아도 경험 많은 눈에는 아 이건 이렇게 키우면 되겠구나 하는 게 변두리 구축을 보고서도 생각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p198에는 라라브레드 공릉점을 이런 식으로 멋지게 키워낸 저자의 사례가 나옵니다. 

현상에 머무르기만 하면 영원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실속 있는 정보를 꾸준히 수집 정리하고 과감한 실행에 옮기는 게, 을에서 갑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게 책의 결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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