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도적 대북협력 전략 구상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외 지음 / 인간사랑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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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기후 변화 때문에 몸살입니다. 한국은 그나마 영향이 덜한 편이지만, 북미나 유럽은 뜻밖의 혹서, 한파 때문에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현재도 겪는 중입니다. 이런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인류가 여태 가꿔 온 인프라나 발명, 시스템의 효용이 크게 떨어지며 현재까지의 기후에 맞춰 적응해 온 사람들의 건강이 버틸 수 없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의 작용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환경 오염, 오존층 파괴, 온실 효과 등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해 볼 수는 있는 요소입니다. 

우리 한반도는 압록강, 백두산, 두만강 등으로 대륙으로부터 지형상 어느 정도 분리된 지역이며 따라서 대체로는 반도 전역에 걸쳐 비슷한 기후현상이 나타나는 편입니다. 물론 배배 꼬인 산악 지형에 하천이 복잡하게 흐르므로 좁은 땅치고는 풍토와 기후 효과가 매우 다양하기는 합니다. 여튼 하나의 독립된 환경에다 그저 인위적으로 군사분계선만 질러졌을 뿐이므로 남북한은 기후 재앙을 겪든 혜택을 입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는 공동의 이익이 되는 어젠다이므로 괜한 신경전이나 이념 대결을 벌일 게 아니라 양측이 통크게 전향적으로 협력을 이뤄야만 합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공영을 도모할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복리에 이바지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교토 의정서가 2020년에 종료되었고 2015년에는 파리 협정이 체결되어 이후의 질서를 규율하는데 이를 신기후 체제라 부른다고 책 p27에 나옵니다. 다음 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교토 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의무를 부과했는데, 이 파리 협약은 개도국 역시 일정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대로 미국은 내내 서명을 거부했었으며 파리 협약도 오바마가 사인한 걸 트럼프가 탈퇴를 시도했다가 바이든이 원원상복했습니다. 이는 크게 보아 유엔의 최대 정책 목표인 SDGs의 한 항목이기도 합니다. 책 p32에 SDGs 각 항목들에 대한 알기 쉬운 인포그래픽이 나옵니다.  

p45를 보면 여기서부터 북한의 기후 문제가, 특히 SDGs 추진의 관점에서 그 현황이 어떠한지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됩니다. 인용되는 2002년 논문이 이른바 political ecology를 다루는데 용어부터가 무척 흥미로우며 당시 북한이 겪던 고난의 행군을 다룬다고 합니다(p81도 참조). 이 논문 저자 이름을 보면 Meredith Woo-cumings라고 책에 나오는데, 아마도 결혼 전 성씨일 Woo라든가, 남편 성씨 같아 보이는 Cumings가 한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이분은 남편과 서른 살 가까이 차이나는 그의 제자였으며, 한국인들 특정 세대에는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라는 저서로 너무나 잘 알려진 브루스 쿠밍스(=커밍스)의 부인 우정우 박사입니다. 그녀의 부친은 한국의 경제관료 고 우용해씨입니다. 아무튼 이 논문에서 우 박사가 지적하는 바는, 북한이 당시 겪었던 재난은 시스템상의 모순, 비효율이라기보다 기후 변화의 악영향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대체로 깨끗한 수자원이 풍부하다고 여겼지만 우리가 잘 알듯 자칫하면 물 부족 국가 대열에 낄 수 있으며 관점에 따라 이미 물 부족 국가라고 간주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물부족 상태라는 건 어떤 원초적인 지형, 기후 조건에만 좌우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정주하는 주민들이 어떠한 생활 패턴으로 땅을 이용하냐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사막은 지금처럼 광대한 사막은 아니었으며 인간의 지나친 관개가 사막화를 가속시켰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북녘에서 진행되는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여러 단계, 종류의 재해에 무관심하다면, 북측 영토와 자연지형적으로 연속된 우리 남녘에도 그 재앙의 그림자가 매우 자연스럽게 연장될 것입니다. 

최혜정 박사의 2021년 논문을 보면(이 논문은 정치생태계 등 다양한 논제와 관련하여 이 책 곳곳에서 인용됩니다) 북한 지역의 물 부족은 일차로 겨울철 연료 부족 때문에 벌어진 산림 자원의 남벌에 크게 기인합니다. 물 부족은 그저 물리적으로 물이 부족해지는 게 아니라 인간이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조선 숙종 연간 경신대기근의 경우에도 기후 변화 때문에 한반도 전지역이 흉작, 수해, 한해, 역병, 기근을 두루 겪었으며 특히 겨울이 혹심히 추워져 산에 나무가 남아나지 않을 지경까지 갔는데 북한도 지금 비슷한 상태로 보입니다. 

북한은 현재 자국이 겪는 경제적 곤경 중 특히 기후변화에 관련된 현상에 관해 다양한 연구 끝에 보고서를 내는 듯하며 이를 국제기구에 제출해 협력을 요청하는 것으로 책에 나옵니다. 언젠가는 남북이 하나될 날이 와야만 하고 그때의 숙제를 지금 미리 한다는 이유에서도 남북 간의 긴밀한 협력이 기후 변화 대응 과제에 이뤄져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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