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서통합 의료인가? - 만성 불치병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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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는 한국에서 최초로, 대중적으로 성공한 자기계발서를 저술한 분이고 예전에는 매스미디어 출연도 자주 하여 인지도가 매우 높은 분입니다. 그 본분은 역시 많이들 아는 대로 정신과 의사이며 뇌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유독 의학과 한의학이 직역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여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시형 박사는 지금 이 신저에서 동서의학의 통합을 주장합니다. 한의학의 빼어난 점은 의학계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는 게 그 요지로 보입니다.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기(氣)입니다. 제2장(p54 이하)을 보면 오스트리아 수도 Wien 병원의 박우현 교수가 소개되는데, 이분은 2018년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전통통합의학을 TCM이라 부르는데, 그는 매주 서양의학자들에게 이 TCM을 강의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챕터 2 전체가, 그의 온갖 활약상을 담은 컬러사진들과 함께 그의 화려한 경력 설명으로 채워집니다. 박 교수는 기(氣)를 에너지로 번역하여 그의 강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삼는데, 일단 사진들만 봐도 그의 명망과 평판이 짐작됩니다. 혁명이 끝난지는 오래되었으나 프랑스 왕족 후손의 주치의와 찍은 사진도 있고, 합스부르크, 호엔촐러른 황실 후손의 주치의분도 보입니다. 박 교수는 이 책의 서문을 쓴 분이기도 합니다. 

기는 에너지로도 표현됩니다. 이 기가 환자나 기타 누군가 이것이 필요한 이들에게 불어넣어지면, 그 사람은 종전에 느끼지 못하던 무엇인가를 감지하게 되는데, 서양인들은 이를 something great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이런 기 치료라는 걸 행할 수는 없고, 저자 스스로도 말하지만 서양(이미 practice하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중 어떤 이들이 하는 방식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도 합니다. 반면 박우현 교수의 메서드는 대단한 반응이니, 기 치료라는 건 확실히 어떤 포뮬라로 정립하기 어려운, 오묘한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저자께서는 동양식과 서양식 접근법(물론 기 치료, 대체의학)의 특징을 각각 다르게 파악합니다. 서양은 주로 입(入)을 중시하며, 동양은 출(出)에 초점을 둡니다. 물론 대체로 기(氣)의 출입을 두고 말하는 것이며, 박 교수님 특유의 "풋(phut)!"하며 기를 불어넣는 방식은, 박 교수님 고유의 방식만 그리 효과를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많은 서양인들은 이를 더 이상 신비하다거나 기적처럼 여기지 않고 이미 기성 의학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또 동양의 특징은 연속성, 서양의 특징은 비연속성에 있다고도 합니다. 

제3장은 김의신 교수와 SB주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김의신 교수는 이 책 추천사를 쓴 분이기도 한데, 박 교수가 국내 학부는 경희대 한의대를 나온 것과 달리 이분은 서울대 의대 출신입니다. p106을 보면 말기암 환자가 복수, 흉수가 가득차 더이상 장래가 없어 보일 때 그가 개발한 SB주사(알파K)가 효과를 보았다고 책에 나옵니다. p111을 보면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가 이 주사를 뇌종양 환자에게도 적용하여 일정 효과를 본 사례가 나오며, 자궁경부암. 담도암 등에도 경과가 좋았던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p122를 보면 재미교포 치과의사 이상덕씨의 DDS학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환자가 송곳니 하나가 빠진 후 온몸에 통증이 확산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비단 이 환자만의 특수한 것이라기보다는 아마 우리들도 그 비슷한 체험을 한 번 정도는 해 봤음직한 것입니다. 서양의학은 대체로 국소적인 질환에 집중하고 특정한 효과가 날 것을 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동양의학은 인체 전체를 모두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보며, 종합적인 처방을 하는 게 특징이라고 하죠. 앞에서 이야기한 연속성이라는 개념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농법은 땅을 병들게 하며 이후 세대가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의학자들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홀리스틱한(p125) 접근 방식을 가져 동양의학의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흡수한다면 무엇보다 환자의 편익과 복리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처방은 개인 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거칠 필요가 있겠음은 물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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