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의 법칙 - 대한민국 0.1% 영재들의 교육 비법
송용진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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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하대 수학과 교수님이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팀을 20년 동안 이끈 분입니다. 그 어렵다는 위상수학의 권위자이며 해러의 추측 문제(Harer Conjecture)도 그 증명에 성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수학자로서 난제를 해결하고 연구 업적을 쌓는 것도 대단하지만 학교에서 지역에서 난다긴다 하는 영재, 수재들을 가르쳐 세계 무대에 내보내어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는 분이니 절로 존경심이 듭니다. 

이 책 p188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학생들에게 올림피아드란 단순히 경쟁하여 상을 받는 경시대회로서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아름답고 어려운 문제(어떤 난제는 어려운 만큼 아름답기도 합니다)를 다루며 열정도 불태우고 세계 각처에서 온 학생들과 문화적 교류도 나누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빛나는 재능을 가꿔 온 아이들이라야 커서 세계를 누비며 타국의 비슷한 또래들과 함께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우려스럽게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의대로만 편향되게 진학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대생들은 학과 공부와 전혀 무관한 수학 책(학부 2, 3학년 정도 과정. 실해석학이나 미분방정식 등)을 부모님 몰래(!) 공부하기도 하는데, 마치 읽다 만 소설책 후반부를 읽어나가듯 그들에게는 심화 고급 수학 문제 풀이가 그렇게나 재미난 것입니다. 일부 병적으로 과열된 사교육 클래스와는 달리, 진짜 영재들은 스스로 advanced course를 찾아가며 공부를 진행하는데 p189에도 그 얘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진심으로, 자연스럽게 자기 관심사를 진행시키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인내심도 키우고 나중에 송용진 교수님처럼 진짜 학자가 되고 나서 필요한 덕목들을 함양하는 거죠. 

이 책에서 제가 인상적으로 본 대목은 p87, 진짜 영재들은 겸손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영재들은 남 앞에 자신을 잘 내세우지 않을 뿐 아니라 남의 장점을 기꺼이 배우려 드는 열린 마음까지 가졌습니다. 이 책 곳곳에 설명되듯이, 요즘은 수학이라고 해도 분야가 너무 다양해지고 넓어져서 대체 "수학"이라는 전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학자가 잘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아무리 좋은 머리를 타고났더라도, 다른 동료의 의견과 장점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자신의 분야에서조차 대성하기 어렵지요. 학문적 완성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성공에 있어서도 겸손은 필수 덕목입니다. 

p117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참고해야 할, 특히 좋은 말씀이 나오네요. 영재가 성공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은 겸손, 개방성(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승부욕, 인내심, 체력 등이라고 하십니다. 승부욕과 겸손은 어찌보면 상충되는 가치처럼도 보입니다. 그러나 송 교수님은, 적절한 승부욕이 있어야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물고늘어질 수 있고, 겸손과 더불어 최종 목표에 이를 수 있게 돕는 상호보완적인 미덕이라고 강조하십니다. p95의 참된 자존심에 대한 언급도 같이 참조할 만합니다. 

수학만 잘하지 다른 분야는 영 꽝인 천재, 과연 그런 타입이 있을까요? 윈스턴 처칠도 역사, 국어(영어)를 빼고는 열등생이었다고 하며 아인슈타인도 자기 관심사 외에 별 소양이 없어 천재 티가 안 나는 괴짜 유형에 가까웠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이 별 근거 없이 자신의 희망을 담아 만든 편견에 가깝습니다. 저자께서는, 수학을 적당히 잘하는 레벨까지라면 모를까 아주 잘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역시 전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인식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쪽에 가까운 주장(p164)을 하십니다. 편향된 재능은 온전한 재능이 아니라는 뜻도 되며, 그래서 참된 영재일수록 겸손한 것입니다. p69에도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p89, p178, p242를 보면 최근 한국인 최초로 필즈메달을 받은 허준이 교수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뛰어난 수재 한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세우는 건 그 한 사람의 영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수만 명의 다른 사람들이 먹고살 거리를 만듭니다. p115를 보면 방 안에 앉아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신체 활동도 할 것을 권하는데 실제로 저자 송 교수님도 학문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에 능한 분입니다. p47을 보면 저자께서는 나이 50이 넘어 중국어를 공부하였으나 지금은 읽고 말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영재는 물론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두뇌의 뉴런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 가지 고정된 방법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천재더라 영재더라 하는 평판에 일일이 휘둘릴 게 아니라(이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인재들의 예도, 평자에 따라 과연 진짜 인재인지 아닌지가 의견들이 다 갈립니다), 정말로 행복하게 자신의 과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게 성공한 교육 아닐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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