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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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에 합당한 행복감이 찾아오지 않고, 그렇기는커녕 피로감과 허무함만이 엄습할 때 우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되짚게 됩니다. 이 책은 여성 저자 제이미 배런(그래픽 디자이너 등 많은 경력을 쌓은 분입니다)에 의해 쓰였으며 그녀는 자신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한테 아무 필요도 없었던 온갖 강박과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법을 독자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프랑스에서는 얼마 전부터 런웨이에 지나치게 깡마른 모델들만이 서는 관행을 금지하고 미디어에 너무 슬림한 여성들만이 노출되는 현상을 아예 법제 차원에서 막으려 들었습니다. 이런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저자가 몸매에 대한 강박을 완전히 버리고 자신에게 참된 자존감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물론 파리 한복판(p70)이 아니라 해도, 나의 자존감을 찾는 발버둥은 얼마든지 뜻깊어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세상 멋쟁이들이 다 모이다시피한 파리에서 다진 자존감이기에 마치 한겨울 강원도 최전선에서 유격 훈련이라도 한 듯 더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질 수도 있었겠네요.  

저는 우리 나라에서나 그런 종류의 강박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p100을 보면 저자 역시, 나이 몇 살 때까지 이러이러한 업적을 쌓거나 이 정도 지위에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 대부분은 사회가 개인들에게 부여한 저런 공연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가 비로소 해방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에게 괜히 가혹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외부에서 마련된 기준이 나한테 행복을 갖다줄 까닭이 없는데, 필요 없이 나한테 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다가 이루는 건 그것대로 없고,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상심리가 발동하여 엉뚱한 일이 몰입하다 다시 좌절을 맛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먼저 무엇이 내게 참 행복을 가져다 줄지를 먼저 성찰해 봐야 했었습니다.      

강박은 수치심(p146)을 낳습니다. 물론 수치심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줄을 당연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내 몸매가 저 깡마른 모델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강박, 매체나 어떤 상업적 이미지가 억지로 형성한 기준이 내게 부여한 수치심은 하루빨리 걷어내는 게 나 자신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애초에, 극소수만이 도달 가능한 몸무게와 체지방 지수를 내가 갖춰야 한다는 자체가 무리입니다. 날씬함은 그저 건강함을 유지할 정도로만 갖추면 충분하지 읺습니까. 

저자 제이미 배런의 근황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그리 뚱뚱한 분이라는 인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불과 3년 전인 코비드 팬데믹 시기에 폭식 장애를 겪고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이 수치심을 낳고, 억지로 버티다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목표를 어겼으며, 그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폭식으로 이어진다... 우리도 아주 익숙하게 겪었던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단 먹는 문제뿐은 아닙니다. 어떤 프로젝트(p176) 같은 걸 맞닥뜨렸을 때, 무작정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지배당하면, 그 성과라는 게 나의 포텐도 제대로 발휘 못 한 채 끝나버리기가 쉽습니다. 

남다르고 대단한 성과를 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보다, 작은 성취라도 꾸준히 내어 버릇하자는 다짐을 마음 속에 두고 작은 성취라도 끊이지 않고 이뤄낸다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남다를 수 있습니다. 행복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끊이지 않고 가꾸는 게, 나 자신의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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