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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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23)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각처에 공격을 가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갑자기 긴박해졌습니다. 하마스가 이런 기습을 감행한 배경에는 중동 전체에 해빙 무드가 찾아오며 팔레스타인 실지(失地) 이슈가 잊혀지는 데 대해 경각심을 부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되었으며 실제로도 하마스 측에서 그렇게 밝혔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작년(2023) 5월에 발간되었으니 이-팔 간의 전면 재충돌이 벌어지기 훨씬 전에 완성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날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 상세하게 팔레스타인 이슈의 근원을 짚고 있으며, 왜 느닷없이 하마스 측이 기습공격을 가했는지에 대해 원인(遠因)을 상세히 파헤칩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의 기조에 의하면 오히려 가해자라 평가할 수 있는 혈통의) 유대계 저자에 의해 집필되었으며 따라서 그만큼 더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있겠습니다. 

p20을 보면 에드워드 자이드 교수의 의미심장한 언급이 눈에 띕니다. 중동에서 모든 분쟁의 배경에는 지난 시대의 잔혹한 식민주의, 제국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오리엔털리즘의 창시자로 인지도가 높은 자이드 교수는, 시온주의, 나아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던 일련의 움직임을 태동케 한 것이 결국은 서구열강의 제국주의라고 파악합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거세게 일어난 민족주의는 결국 반유대주의를 낳았고, 약육강식에의 무리한 옹호와 사회적 진화론이 가세하여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선주민에 대한 혐오에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오니즘 자체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데에 자이드 교수 견해의 독창성이 있습니다. 

p84를 보면 참으로 충격적인 서술이 나옵니다. 2021년에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여사를 구금하고 헌법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당시 세계적인 범위에서 지탄을 받았더랬습니다. 이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 고위층과 접촉하여 여러 군사 노하우를 전수 받았는데,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은 국가 내 소수 집단, 소수 민족을 집중적으로 탄압하여 하나의 주류만이 그 세력권 안에서 활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들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회동한 배경이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라는 점도 개탄스럽습니다. 나치로부터 홀로코스트를 당할 뻔했던 민족이, 이제 자신보다 약한 종족을 향해 훨씬 개량되고 교묘해진 절차와 기법으로 자국 내 소수 집단을 향해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려 들었다는 정황이 보이니 말입니다. 바로 앞에는 스리랑카 정부가 자국 내 반군(대립의 역사가 아주 깁니다)을 탄압할 때 역시 이 이스라엘로부터 유용한 전법을 전수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가 찹니다. 하물며 이 두 국가의 경우 중국 정부와 암암리에 협력하던 경향인데, 정작 이스라엘은 중국과 적대하는 스탠스이니 대체 국제정치에는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p193을 보면, 미국이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이 매우 위선적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있습니다. 왜 하나의 억압(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정당화되고 다른 억압(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규탄되어야 하냐는 골자입니다. 

드론은 한국에서야 취미 활동의 수단이지만 국제전에서는 이미 고도의 효율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정착한지 오래이며 사실 본래부터 전쟁 수단 용도로 개발된 면이 있습니다. p148을 보면 유럽의 프론텍스에까지 수출되는 고성능의 드론이 세계 각처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지에 대해 다양한 출처를 인용하며 독자에게 그 실상을 전달합니다.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로 삼고, 그간 온갖 무기와 전술을 개발하여 자체 전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타국에 수출까지 하여 자금까지 확충합니다. 무기와 전법의 수출은 효율적인 폭력 행사의 확산을 낳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사악하다 할 수 있습니다. 나치도 세계 전쟁을 일으키기 전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군 측에 대고 마치 실험실에서처럼 각종 첨단 무기와 전술의 활용을 테스트한 적 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멕시코와의 긴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재임 중 일부 실천에 욺긴 적 있습니다. p196을 보면 마갈 솔루션즈라는 글로벌 보안 회사의 행적이 자세하게 소개되는데 이스라엘에서의 분리 통치 과정에서 그 효능을 입증한 장벽 건설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며,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짓겠다던 시설 소식을 듣고 큰 기대에 부풀었다고도 나옵니다. 엘빗이란 회사의 행적도 소개되는데.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서 크게 활약하면 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건 아메리카 선주민 활동가들이라고 합니다. 과거, 레저베이션이란 미명 하에 설정된 좁은 구역에 몰려 겪었던 그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여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이지만 그 컨텐츠에 대해 적용하는 정책이란 모호하기 쩍이 없습니다. p270을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많은 영상들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구글 측에 의해 삭제되거나 기타 제재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자의 추측에 의하면 이스라엘 정부가 구글 측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동이라는 요건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한 나머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네요. 사실 팔레스타인 이슈를 떠나, 구글은 어느 나라에서나 컨텐츠 규제를 좀 모호한 베이스에서 돌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구제도 시원찮으니 과연 거대 미디어 그룹이 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어느 종족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명을 타자화하여 그저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 폭력을 가하며 그로부터 나온 성과를 이론화, 시스템화하여 타국에 수출까지 하는 행태는 만인의 규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화해와 평화만이 인류가 공영하는 길임을 명심해야겠으며, 아울러 하마스 측도 분쟁과 전혀 무관한 타국인들을 함부로 인질로 잡아 가해하는 못난 행태를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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