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장 프랑수아 버네이 지음, 장영필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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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설이라고 하면 아직 우리에게 낯선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더 많았지만, 아 이분이 알고 보니 호주 소설가였고, 그 작품에서 채 읽어내지 못했던 맥락이 이랬구나 하는 점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호주 하면 대뜸 떠오르는 게 백호주의라는 단어지만(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여러 유로 징역형, 유배형을 선고받아 여기까지 온 이들이 백인 거주민들의 선조였고, 그 중에는 잡범들도 있겠지만 사상범, 반체제 운동가들도 제법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좌파, 진보 사상 풍조가 호주에서조차 그 나름 뿌리가 깊었고, 그 사정이 p82 이하에 자세히 나옵니다. 호주와 공산주의라는 두 코드가 쉽게 연결이 되시나요? 이런 의외의 속내를 배워가는 게, 멋진 책을 읽는 하나의 보람입니다. 

헤겔이 일찍이 지적한 대로, 테제가 있으면 안티테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p167 이하에는 이른바 반(反)정신분석 교리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여러 소설가의 작품과 주제의식이 소개되는데, 이처럼이나 독자적인 깊이를 지닌 거대한 볼륨이 있었구나, 또 어쩌면 본토(?)에서의 성취보다 더 깊고 더 풍성한 족적을 남겼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사실 본토 어쩌구 하는 말부터가 주변부 의식, 식민지적 강박의 소산에 불과합니다. 

태평양전쟁이 비로소 호주인들로 하여금 아시아인들과 대면하게 했다는 구절이 p272에 나옵니다. 이로써 호주는 아시아성(性)의 일부를 그 아이덴티티에 편입하게 되었고, 바로 이 지점에 우리 한국 독자들이 특히나 귀를 곤두세우고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여러 모로 재미있고, 교훈도 많이 남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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