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이 톺아본 세종실록 7인이 톺아본 세종실록 1
하강기획연구 지음 / 디자인밈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실록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입니다. 부끄러운 일이든 아니든 간에 있는 그대로 정직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후세에 물려준 후 귀감을 삼겠다는 마음가짐은 온전한 문명국가에서만 태동할 수 있는 증좌입니다. 물론 앞선 왕조 고려에서도 실록이 기록되었고 안타깝게도 원본이 오늘에 전하지 못합니다만 조선 초 아직은 시스템이 미비했을 무렵 이만큼이나 온전한 체제의 역사기록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죠.


이 책은 세종실록에 주로 초점을 둔 분석서입니다. 일반 독서 대중의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되도록 쓰여진 게 눈에 띕니다. 또, 실록 본문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그 집필 과정을 "메타적으로" 돌아보고 해설한 점도 빼어납니다. 저자들은 이런 말을 하고 있네요. 


"... 《세종실록》을 읽으면서 얻게 된 또 하나의 큰 소득은 역사에 대한 피상적이고 성급한 인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역사를 현재를 기준으로 성급하게 재단하고 심판할 것이 아니라, 있었던 그대로의 사실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고민과 역정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사실 그대로 만나려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이다....."


E H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이 말이 명언이긴 한 게, 저만해도 중2 과정에서 처음으로 "국사"라는 과목을 독립 이수 단위로 배울 때 담당 선생님께서 대뜸 가르쳐 주신 바가 저것이었습니다. 저 말은 물론 백 번 타당하지만, 자칫하면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자의가 합리화될 우려가 있죠. 역사는 기록된 그대로, 우리의 선입견이 개입하지 않은 채 기록자와 당대인들이 느끼고 생각한 그대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등용은 주로 선조 연간에 사림이 대거 관직에 오른 현상을 보통 거론하지만 이미 그보다 백여 년 전 세종에 의해 전국의 빼어난 인재가 기용된 바 있습니다. 이 흐름이 계속 이어졌어야 했는데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키고 자신의 거사에 협조한 공신(이후 훈구 세력으로 이어집니다) 위주로 정사를 펴는 바람에 유림들이 좌절한 바 있죠. 본래부터 조선은 "신진 사대부"가 건국의 한 축으로 크게 작용한 국가인데 이질적인 정치적 사변이 발생한 탓에 사림 중용이 그만큼이나 늦어진 겁니다.


이 책에서는 또한 역관 양성에 대해서도 주목합니다. 개인 사이이건 국가 간이건 말이 잘 통하면 큰 싸움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역관은 중인 신분에 지나지 않으나 기능을 잘 수행하면 큰 돈을 벌어 호의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직접 관계는 없으나, 세조 연간의 신숙주도 훨씬 후에 등장한 청나라의 권신 화신처럼 다국어 구사에 능통한 관료였습니다(물론 명문가 출신으로, 중인 따위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외교가 유능한 인재에 의해 잘 수행되던 시기에는 변란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순기능이 있기는 했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