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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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는 제왕학의 교본이라고 불리는 고전입니다. (사냥)반려조를 완롱하던 당 태종이 느닷 출현한 재상 위징 때문에 소매 속에 이를 감추었다가, 일부러 시간을 끈 위징의 수작으로 기어이 질식하여 죽게 만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오히려 하례한 장손 황후의 일화가 유명하듯, 제왕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절제하고 자성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이처럼, 스스로 냉철해지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제왕의 자질을 논하는 내용입니다.


창업과 수성 중 어느 편이 어려운가? 이는 <삼국연의>를 유독 즐겨 읽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주제입니다. 삼국시대는 당 태종의 치세로부터 근 4백 년을 거슬러올라갑니다만 당 태종과 그의 동시대인들 역시 삼국시대의 군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논쟁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벌 주지 않을 테니 직간하라" 그래서 요즘도 익명게시판이라는 게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익명성 뒤에 숨어 온갖 못된 협잡질을 하거나 더러운 감정을 배설합니다만 이 익명의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는 이를 유지합니다. 익명의 100가지 발언 중 단 두어 가지만 쓸만한 게 있다 해도 조직의 리더는 이를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리더는 바보의 지나가는 헛소리로부터도 영감을 추출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불필요한 관리를 줄여라" 청말에 서양인들이 중국을 반식민지 상태로 만들 무렵 그들에게 큰 인상을 준 게 바로 관료주의였습니다(물론 나쁜 의미에서). 물론 유럽에도 관료제가 그 나름 큰 뿌리를 갖추고 발달했으나 중국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애초에 유럽의 관료제라는 것부터가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과거제를 통해 능력 위주의 인재 채용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자체가 대단히 뛰어난 혁신의 산물이었습니다. 과거제는 당의 직전 왕조인 수나라에서 정착시킨 제도이며, 당이 망하고 난 후 들어선 5대의 마지막 왕조 후주에서 귀화한 쌍기라는 인물이 고려 광종을 통해 한반도에 이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태자에게 올바른 간언을 올려라" 전제 군주제에서 여튼 시스템의 후계는 혈통상의 비속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습제라고 하여 모두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건 아니며, 아들만큼 그 부친의 장점을 근거리에서 모두 배울 수 있는 유리한 위치는 없습니다만 단점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대처럼 혈통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이라면 세습 후계자에게 훌륭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게 현실적인 방도이며, 이 책은 통치자뿐 아니라 그 통치자의 직계승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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