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경영 - 선진기업의 조건
유한주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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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한주 교수는 선진기업의 기반요소로 3P를 꼽습니다. 이때 기반요소는 조직 레벨이라기보다,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에게 요구됩니다. 저자의 한 줄 요약은 "내가 변해야 나라가 산다"입니다. 


첫째 열정입니다. 열정은 요즘 enthusiasm이라고도 하지만 저자는 passion을 꼽습니다. 패션이라는 단어에는 "수난(受難)"이란 뜻도 있는데, 어떤 고초를 당연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각별한 열정이 내면에 자리해야 할 것도 같죠. 여튼 열정 없이 시간만 축내는 직원이 많은 조직이라면 그건 뭐 길게 볼 것도 없이 앞날이 뻔합니다. 열정은 평범한 사람도 빛나 보이게 만들며, 한 사람의 존엄과 가치는 무엇을 갖고 태어났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무엇을 향해 열정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긍정적 사고를 꼽습니다. 팩트만 정확히 소화하여 이에 적실히 대응하면 되지, 구태여 가치 판단, 주관이 개입한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하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지(人智)는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이런 제한된 지혜를 갖고 일일이 사리를 판별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은 잘 모를 때에는 가능한 한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주변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태도가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듭니다. 


하바드대의 故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을 연구했습니다. 얼마 전 타계한 이건희 회장도 "~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유명했죠. 상황이 너무 자주 바뀌고, 또 그 근본이 바뀌는 판이니, 기존에 잘 통하던 법칙과 툴도, 이미 효용이 다한 것과 함께 다 갈아치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잘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조차 고이 보존하길 좋아하는 일본이 지금 왜 저 모양이 되었는지를 보면 이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권한위임의 성공적 사례로 메릴린치 크레디트 코퍼레이션의 예가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MLCC라는 약어로부터 저 회사 이름이 아니라, 요즘 일반인들도 하우스홀드 네임처럼 자주 거론하는 적층세라믹컨덴서가 바로 생각납니다. 왜 일반인들이 반도체 공학용어를 대화에서 자주 이야기하냐면, 바로 주식 투자 때문이죠. 


한국이란 나라가 갖은 고초를 겪고 산업화, 정보화에 성공했으나, 1997년 외환 위기 후 사실 나라의 근본이 무너져 언제 후진국으로 도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위기를 구제한 건 정치인들이 아니라 삼성전자 같은 똘똘한 기업이었고 현재 한국 주식시장 시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한국은 삼성이 먹여살리고, 삼성을 먹여살리는 게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이 없으면 대체 한국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반도체의 성능과 효율은, 그 한정된 공간 안에 얼마나 많은 양을 쌓아올리느냐가 좌우합니다. 이뿐 아니라 소재, 부품, 장비를 만드는 기업들 역시 이런 대기업의 높은 요구 수준을 만족시켜야 영속이 가능합니다. ALD라는 장비를 들어 보셨나요? 우리 나라의 모 업체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장비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으며, 이 장비는 싱글형과 배치형이 있다고도 합니다. 


일본이 한국에 금수 조치를 취했을 때 오히려 우리 소부장 업체들은 공정 국산화의 계기로 삼았으며, 이런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자세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비단 해당 회사의 직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그 공정과 원리에 밝아야 아마 재테크도 원활해지고 자신의 소중한 재산도 어려움 없이 증식할 수 있겠습니다. 배워야 살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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