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마케팅 - 인간의 소비욕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매트 존슨.프린스 구먼 지음, 홍경탁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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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브랜드가 어떻게 대중의 마음 속에 각인되어 명품으로 자리하는지 그 과정을 밝혀 내는 건 마케팅학, 나아가 경영학의 절대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어떤 제품은 성능이 우수하고 시장에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데도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지며, 다른 제품은 특별한 장점이 없는데도 롱런하거나 열광을 받는지는 정말 수수께끼라고 할 만합니다. 그 모든 것은 객체인 상품과 특정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어떤 힘을 갖는 게 아니라, 결국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밖에 안 됩니다. 


나이 든 뇌보다 젊은 뇌가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의욕적으로 흡수한다는 사실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타당하고 이미 오래 전에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p92에는 특히 미국에서 일정 사업은 어린이들에게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처럼 예민하고 왕성한 반응을 보이는 뇌에다 대고, 그처럼이나 자극성이 강한 상품과 그것이 안겨 주는(확실치는 않지만) 효능을 잔뜩 광고한다면, 아이의 정신 발달에 해로울 뿐 아니라, 한창 생산적인 정보와 지식을 머리 속에 정리해 나가야 할 어린이에게 얼마나 손해가 되는 결과가 빚어지겠습니까?(그런 거 "배울" 시간에 제대로 된 공부를 했었다면)


어리석고 기억력이 나쁜 사람일수록, 자기 머리 속에 남겨진 기억이 절대적이라고 착각합니다. 반면, 예리한 )기억력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기억에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자각하고 적절히 보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죠. p118에는 "기억은 부정확한 재구축 과정"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이, "어차피 머리 나쁜 나건 좋은 머리건 간에 기억은 똑같이 부정확하다"고 우기는 바로 같은 소리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기억 재구축 과정의 줄을 놓은 사람하고(되는대로 막사는 사람), 매 순간 애착을 갖고 소중히 기억을 가꾼 사람이 어떻게 결과가 같겠습니까? 


책에서는 여튼 이런 사실 때문에, 기억이 참된 것이 아니라 무엇에 의해서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것임을 전제로 마케팅에서 이를 집중 공략 중임을 지적합니다. 사실 이런 조작은 정치 세력이라든가, 연예 기획사 같은 곳에서 아주 집요하게 시도합니다. 우리가 포털 등에서 접하는 연예 뉴스 대부분은 어떤 정보나 뉴스 같은 것이 아니라, 상품화한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 조작입니다. 또 바보 같은 사람일수록, 냉정하게 정보와 지식을 가리고 분석하는 게 아니라 어리석은 대중이 휩쓸리기 쉬운 트렌드나 유행 속에 떠도는 바이럴에 몸을 맡기며 자신의 뇌를 망칩니다. 이런 조작 가능성의 증대는 특히 최근 들어 가상기술의 발전(p119)으로 더욱 커졌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행동경제학자 카너만의 대중서 중에 나와서 유명해진 말이 "패스트 씽킹"입니다. 사실 그 말은 이 책에서 쓰는 것처럼 "자동모드(반대말은 수동모드)"가 좀 더 정확하겠지요. 우리 사고는 지금 이 책의 용어처럼 자동모드로 진행되는 게 있고, 일일이 생각과 검토를 거쳐 진행되는 수동 모드가 있습니다. 자동 모드는 충동의 영향을 받기 쉽고, 수동 모드는 충동에 저항(p162)하는 것이라고 책은 정리합니다. 또 책에서는 스트루프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사실은 그리 똑똑하지 않은데) 우연히 그가 잘하는 일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동모드 적합 사무에 최적화되었다면, 실제 능력 이상으로 똑똑해 보이는 효과를 거두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대중의 이 무방비 상태 자동 모드 영역을, 어떻게 자사 상품에 유리하도록 조작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극소화하는 기제에 의해 행동합니다. 책에서는 마이클 랜디라는 어느 행동가의 예를 들며, 소유물을 모두 폐기하고 불태워버림으로써 획득하게 되는 자유로움이, 소유물을 모두 잃게 되는 고통(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겠죠)보다 컸기에 이런 행동을 감행했다고 말합니다(p197). 잘된 마케팅이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한때 세렌디피티라고 해서 우연히 발견한 쾌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유행이 있었습니다. 똑같은 쾌감이라고 해도 그것이 노력이나 계산이 아닌 우연에 의한 만남이나 발견이었다면 더 가치가 크다고들 여깁니다. 책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예가 나오는데 30일 동안 아이스크림을 계속 체험하게 하면 마지막에 가서는 얼마나 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게 될지를 노린 기획이었습니다. 답은? 제발 이 프로그램에서 빼 달라고 호소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는 거죠. 아이스크림은 대체로 이것을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우연히 누가 사다 줬다거나, 휴양지 등에 놀러왔을 때 우연히 마주친 현지 판매상한테 사 먹곤 하는 게 더 큰 효용을 가져다 준다는 거죠. 어느 특정 유명 브랜드가 "골라먹는 재미"를 강조하는 것도 아이스크림 자체가 워낙 지겨워지기 쉬운 상품인 이유도 있겠죠. 독자인 저는 개인적으로 탄산음료, 맥주 같은 것도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선택의 폭이 넓으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 과거처럼 제한된 선택 안에서 만족하던 시절에는 그렇다고 여겼으나, 요즘은 오히려 결정 장애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선택지의 폭이라는 것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쾌감을 감소시키고 행위자를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거죠. 기업은 또한 "참여"라는 말을 즐겨 쓰지만, 사실은 "중독"을 유도하는 전략(p231)이라고 책은 말합니다. 요즘 "구독 경제"가 부쩍 강조되는 시점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특정 브랜드에 미친 듯 몰입하거나 특정 상권(홍대 등)을 열광적으로 미화하는 사람을 보면 좀 많이 모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이나 주얼리의 특정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에 비해 자기 외모 가꾸기에 정성을 쏟는 사람은 차라리 일종의 자기계발(개발?)을 하는 셈이라 영리하게까지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여튼 자기 인생에 애착을 갖고 자기 삶을 사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책에서 소개하는 할리데이비슨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간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엔진의 힘이 모터바이크의 매력 본체인데, 이걸 전기 동력으로 바꾸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전환이 필연적이라면 오히려 좀 늦지 않았는가, 이런 문제들을 책에서는 제기(p311)합니다. 


생각해 보면 섬뜩한 일입니다. 광고를 보고, 혹은 연예인이 착용한 아이템 등을 보고 마음으로부터 그토록 큰 공감, 삶의 활력, 애정 등이 솟아올랐지만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정교하게 셜계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었다니.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쪼개서 퇴근길(뿐 아니라 있는 시간 없는 시간 다 내어서)에 들린 스OOO에서 홀짝거린 커피 한 잔의 여유, 낭만... 이런 게 모두 세뇌와 조작의 산물이었다니! 이런 좋은 책을 읽는 보람 중 하나는 첫째 미디어(매스미디어든 소셜미디어든 간에)의 영향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만의 소비 패턴이 무엇인지 재설계하는 바탕을 마련해 주겠고, 둘째 적어도 직장인이라면(자영업자라 해도 마찬가지) 실적을 내고 안 내고 그 모든 활동, 일의 기초가 결국은 마케팅이니만큼 어떻게 해야 영리한 마케팅이 되겠는지에 대해 인사이트를 제공해 준다는 점입니다. 무슨 일이든 간에 일 잘 하려면 결국 모든 걸 이 관점(이 책에서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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