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농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36
의자 지음 / 책고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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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언젠가 열매를 맺을 그날만을 기다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농부를 본 적 있나요?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생명을 꽃피우고 이웃과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짓는 농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저기서 뭘 하는 거야?" 다들 농부를 비웃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농업이란 본시 고된 노동입니다. 일은 힘들어도 마냥 그 노동의 강도에 걸맞은 소출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일기도 적합해야 하고 관개시설의 도움도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땅이 비옥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에 씨를 뿌리는 농부라니요. 다들 입을 가리고, 혹은 멀리 손가락질하며 비웃을 만도 합니다. 세상은 본디가 이런 곳입니다. 남을 조롱하고, 교활한 꾀를 내어 가며 이익을 잽싸게 취하는...

"태양이 뜨면 좀 나아지겠지." 농부도 어지간합니다. "씨앗이 움트면 사막도 더 북적북적해질 거야." 그러고 보니 농부가 견딜 수 없어했던 건 고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원래 이웃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이웃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혼자 사는 사람도 화초를 재배하고, 반려동물을 들이고, 어떤 생물체를 곁에 두는 걸 좋아합니다. 사막은 본디 농부가 살던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아마 본디 정 붙이고 터잡아 살던 곳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사막을 보고서는, 그 황량함을 참고 보지 못했던 겁니다.

이곳이 이처럼 버려져서는 안 된다. 사람이 안 사는 건, 벗할 나무와 풀과 식량이 없어서이다. 이것이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네 그렇습니다. 아마 최초의 식물과 작물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겠지만, 사람은 특유의 지혜와 기술로 땅에 식물을 번성시킬 수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중국 고사에 나오던 우공 역시, 삽으로 한 줌 두 줌 퍼 날라 마침내 거대한 산을 옮기고야 말았습니다.

구약성서를 보면, 애를 쓰고 지혜도 충분하건만 악마의 장난으로 항상 시련을 만났던 욥이 나옵니다. 이 책의 농부 역시 "정말 너무해!"를 외치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원래 농업이란, 최적의 조건 하에서 영위하여도 풍년을 매번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사막 한복판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면 말할 필요도 없죠.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씨를 뿌린다고 반드시 과실이 거두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밭을 갈고 해충을 잡으며 잡초를 제거합니다. 일 년 간 고생하고 마침내 가을에 추수를 합니다. 이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과실로 보답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부단히 노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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