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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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구절이 나와 있습니다. 위에 독일어로 인용된 건(von  einem tage zum andern sich durchhilft...) 마지막 줄의 원문입니다. 번역에서 생략이 되긴 했으나 von einem tage zum andern는 "하루하루", andern sich durchhilft라는 구절은 "스스로 만족을 느끼며... "에 해당합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우리가 불행한 건 어떤 욕구, 현실에서 만족되지 않은 어떤 헛된 욕망에 우리가 부질없이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기대치가 낮으면 어떤 것에건 우리가 실망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힘든 일상을 마치고 곤히 잠을 청하며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날 수만 있어도 그것이 곧 행복입니다.

p77에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으로부터 한 구절이 인용됩니다. 경제관념이 불명확한 이는 "수입과 지출이 불명확한 상태에 있어야 행복을 느끼고..." 경제관념이 뛰어난 사람은 매일 불어나는 행복의 총합을 보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고 합니다. 뒤의 구절은 우리가 당연히 공감할 수 있는데, 앞 구절도 과연 그럴까요? 하긴 경제관념이 불확실하니, 현실적으로 대부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것이며, 따라서 이런 위험하고 불리한 현실을 구태여 알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이건 보통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현재 유독 지출이 많았다면, 은행 잔고와 카드 청구서 내역을 구태여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영리하게, 예를 들어 정부 외식 쿠폰 이벤트 등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카드 앱에 들어가서 이제 얼마만 더 쓰면 요건 충족인지 매일 뿌듯해하며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캐시백이 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좋아서 시선을 고정시키겠죠. 사실 요즘은 18세기가 아니라서 경제관념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터라 안 저런 사람이 없을 것도 같습니다.

p157에는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 나옵니다. 인용된 독일어 구절은 "위대한 목표는 처음에는 미친 짓 같지만..."의 원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Ein großer Vorsatz scheint im Anfang toll)에는 "미친"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또 Doch 앞에는 어떤 문장부호가 생략된 것처럼 보입니다.

p165에는 다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으로부터 한 구절이 인용됩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어떤 다양한 열망이 불씨처럼 살아 있습니다. 이것은 대체로 젊었을 때에는 쉬지 않고 불타다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약해지는 게 보통이죠. 이것을 영어로는 flickering이라 표현하고, 요즘 자주 들리는 경제용어 tapering의 원 뜻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는 "쉬지 않고 불씨를 살릴 것"을 충고합니다. 아무리 집요한 집념이나 강렬한 욕구라고 해도 어떤 시련 때문에 좌절할 수 있고 이럴 때 불씨는 일시적으로라도 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p230에는 이런 말도 나오는군요. "내가 가진 그리움을 헤아려 순순히 내게 손을 다오. 우리 둘을 잇는 이 끈이 부디 약하디약한 꽃잎으로 만든 끈이 아니길 바란다." 역시, 인용된 독일어 원문은 후단만에 해당합니다. Sei는 독일어 동사 sein의 명령형으로 쓰였습니다. kein은 부정(否定)어입니다.

p278에는 <파우스트>에서 다시 한 구절이 인용되네요. 독일어 원문은 "공로가 있어야 행복이 따라온다는 것을 저 바보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라는 중단만의 원문입니다. 독일어 공부해 본 적 있는 분들은 바보들이라는 뜻의 Toren, 복수 3격이 아마 눈에 익을 것입니다.

역시 괴테의 수많은 명작에는 우리의 삶에 어떤 소중한 교훈이 될 만한 명언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명문장들이 독일어 원문과 함께 책에 실렸기에, 독자들이 독일어 공부와 함께 진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번역도 훌륭하지만 우리는 원문과 함께, 그 독특한 풍취를 느끼면서 괴테의 깊은 가르침과 통찰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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