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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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도 이제 도처에서 애완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개는 제 목줄을 쥔 주인이 가라는 길은 가지 않고 도중에 다른 사람을 보고 꼬리를 치며 따라오는 등 엉뚱한 짓도 하지만, 여튼 개는 사람이 그리 길을 들인 후 인간의 영원한 친구가 되었고, 관련 산업도 엄청나게 번성하는 중이죠. 일본도 우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개 때문에 생기는 애환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소설만 읽어 봐도 그 사정이 짐작 가능하죠.

이 책에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맨마지막에 실린 <소년과 개>가 나오키 상 수상작이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도 모두 제목에 "개"가 들어갑니다. 개와 나란히 일컬어지는 이들은 남자, 도둑, 부부, 매춘부, 그리고 노인 등입니다.

사람은 나쁜 환경에서 그 영향을 극복 못하고 살아가면 반드시 저 미겔 같은 범죄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범죄자가 보통은 일반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이 역시 무서운 겁니다. 그가 저지른 범법을 경멸하고 단죄하고 하나씩 하나씩 증거를 잡아 옥죄어 오는데 무섭지 않겠습니까? 또 범죄자끼리 서로 협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끼리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니 더할 것입니다.

이런 미겔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개 "쇼군"입니다. 그런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어서, 쇼군은 미겔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고, 이제는 가족 이상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사람이 개보다도 못할 수 있구나, 또 개 역시 자신의 감정과 노선(?)을 갖고 일관성 있는 길을 걸을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유독 지난 2011년 터진 동일본 대지진이 배경이 된 게 많습니다. 그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 절반이 박살날 수 있다"고 경솔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는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정보를 솔직히 공유하지 않고 밀실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현 정부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개가 인류의 친구가 된 건 아득한 예전부터 그리 된 것이지만,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고 생존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 중 상당수가 개를 벗으로 삼아 갖가지 사연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세상에는 잘해줄 것처럼 접근해서는 제 잇속만 채우고 상대를 완전히 파멸시킨 후에 버리는 아주 악종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악질)만 간신히 면했다고 마음을 놓을 게 아니라, 마땅히 베풀어야 할 공감과 동정에 무감한 채 내 세계에만 머무는 것 역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매춘부와 개>에서 우리는 그런 인간형에 분노하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연대 능력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를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런데 역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고 돌아다보지 않고 내팽개치는 패륜아들도 역시 세상에는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가끔은 치매를 핑계 삼아 정당한 충고와 훈육을 하는 데도 귀도 기울이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못된 아들, 딸도 있습니다 아들의 패륜도 기가 막히지만 딸들이 그러는 것도 장난 아니게 쇼킹하죠. 아무튼 그저 우리 일상의 모습처럼 약하고 힘 없는 가즈마사 앞에 나타난 다몬.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때로는 수호천사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 존재일까요? 어떤 때에는 길을 정처 없이 지나는 고양이, 개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개와, 고양이와 혹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인생의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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