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 비즈니스 캔버스를 만들기까지
정두희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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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조경으로 활용할 수도, 열매를 얻을 수도, 목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 애플리케이션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활용되게 할지, 이를 통해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게 할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다(p24)."

"사고하고 학습하고 발전하는 인간의 방식을 구현해 놓은 정보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이며, AI 혁신은 바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혁신(innovation)을 하는 것이다(p21)."

2016년 알파고가 인간 바둑 고수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생활 속에 AI가 부쩍 잦은 빈도로 침투해 들어왔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SF영화에서나 보듯 똑똑한 로봇의 시중을 받기는 고사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번역 서비스조차 그리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합니다.

이런 가운데, AI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방향성의 수익을 창출하거나 기존 사업의 혁신을 꿈꾸는 건 소비 섹터가 아닌 생산자들이어야 할지 모릅니다. 일반 소비자는 트렌드에 무심하다 해도, 경쟁자들보다 한 발 두 발 앞서가야 내일의 생존이 가능할 비즈니스맨들은, 4차 산업 혁명으로 게임 체인징이 이뤄지는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 분야와 전혀 관계 없어 보이던 AI를 이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단계인 듯합니다. 새로 창업하려는 젊은 도전자들이라면 AI를 도외시한 스타트업이 애초에 불가능하리라는 현실 정도는 당연히 자각해야겠고 말입니다.

p33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과거에는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how to solve)가 중요했던 반면, 앞으로는 어떤 문제를 푸느냐(what to solve)가 중요해진다." 즉, 우리는 수많은 문제들에 휩싸여 전전긍긍하지만 애초에 잘못 설정된 과제를 붙들고 비능률적인 싸움을 벌여 온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인공지능의 적극적 활용은, 아예 처음부터 올바르게 설정된 문제 개념 자체를 잡아 주며, 이를 통해 쓸데없는 시행착오나 비효율적인 우회 경로를 모두 피해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AI는 그만큼이나, 기존 사업의 판도와 구조 모두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혁신의 tool입니다. 제대로 정의도 되지 않은 문제는 애초에 잘 풀릴 수가 없습니다.

p48에는 AI의 5대 기능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5요소는 기능이기도 하고, AI가 어떻게 가치 창출을 하며 스스로를 진화시키는지 보여 주는 과정의 다이어그램이기도 합니다. 인식, 예측, 자동화, 소통, 생성의 5단계인데, 사실 그 하나하나가 기존 컴퓨터의 수동적, 기계적 장점으로는 완수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기능인 "생성"은 인간의 창조적 본성을 따라한 것으로, AI의 본원적 속성을 잘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예측 중에서 특히 중요한 건 맥락의 예측입니다. 다른 예측은 구세대 컴퓨터에서 그저 CPU 성능만 개선해도 어느 정도는 가능했었으나, "맥락의 해석"은 본격 인간의 고등지능에 도전하는 과제이겠기 때문입니다. 자동화 역시, 기존의 컴퓨터는 인간이 설정해 놓은 규칙 아래에서의 수동적 최적화인 반면, AI는 인간도 채 알 수 없었던 단계로의 자율적, 자가최적화입니다(p55). "자동탐색"의 좋은 예는 이미 알파고의 대국에서 우리 모두 잘 감상한 적 있죠. p60에는 기계적 생성이 아닌 심미적 생성(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겨 온)이 나오는데, 이 AI 화가 오비어스는 "생성적 적대신경망"을 탑재했다고 책은 설명합니다(GAN에 대해서는, "생성적 대립 신경망이라는 번역어도 쓰이는데, 이때 "대립"은 생성모델과 판별모델 사이의 대립을 뜻합니다).

"알고리즘의 정교함은 데이터의 부재를 구제해 주지 못한다(p105)." 아무래도 현대 AI의 발전은 빅데이터가 확보되고부터 그 든든한 기반 하나를 마련한 게 사실입니다. 다만 구세대 프로그래밍에서는 데이터가 빈약해도 정밀하게(사실은 그렇지도 못해서, 한국에서는 "돌아가기만 하면 프로그램"이란 잘못된 상식이 널리 통했었죠) 고안된 알고리즘이 더 중요히 여겨졌고, 데이터는 운용 후에 차차 확보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목도하는 AI는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자체 알고리즘을 AI 자신이 생성해 나가는 구조입니다. 이게 안 된다면 그건 이미 AI가 아니며 4차 산업혁명 양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구세대 IT 전문가라면 "데이터가 우선이고 알고리즘은 다음 문제"라는, 완전히 뒤바뀐 패러다임에 쉬이 적응하기 힘들 것입니다.

어떻게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가? 개발자(혹은 더 넓은 의미로 생산자, CEO)가 모두 무슨 포털 사이트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입수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가는 구글 같은 곳에서는 다양한 API를 마련하여 이용자들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 요모조모로 활용할 수 있게 이미 게시해 두고 있습니다. 윈윈을 추구하는 진정한 플랫폼 사업자임에 틀림없죠. 반면 IT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스타벅스 같은 기업도 고객의 취향에 대한 심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플라이휠"을 활용한다고 합니다(p108). 이것만 봐도, 빅데이터의 활용과 AI 중심의 사업 구조 구축이 몇몇 소수 뱅가드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이미 모두의 과제임을 알 수 있죠.

가장 골치아픈 일은, 효율적인 AI의 작동에 방해가 되는 이른바 "더티 데이터"를 어떻게 걸러냐느냐 하는 이슈입니다. 실제로 며칠 전 어느 신문기사에서도, 이런저런 데이터만을 잘 학습한 AI가 느닷 인종차별적 언사를 내뱉어 관계자들을 당황시켰다는 사건을 다뤘죠. 더티 데이터에 오염되어 그로부터 잘못된 학습을 하고 바람직하지못한 사고 패턴을 생성한 AI는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테크놀로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소양이 있어야 사업 모델 형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일단 주변의 사소해 보이는 자료, 자원부터라도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하며, "최소의로데이터도 전혀 없는 기업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로 유용한 소스로 바꿔 주는 API도 적잖게 나와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가치의 경로"를 시급히, 그러나 정확히 그려낼 것을 조언합니다. 기술에 대해 깊은 소양이 없더라도, "절실한 경험을 통해 자신도 미처 몰랐던, 그러나 대중이 간절히 원해 온 니즈를 발견"하면 가치 경로 역시 어렵지 않게 완성됩니다. 이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모든 세부 기술에 능통한 엔지니어는 아니었던) 故 스티브 잡스이겠습니다. 평생 스마트폰에 대한 컨셉 하나만 붙들고 산 그였기에 (자신이 아닌) 남들이 발견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누구보다도 빨리 상용화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AI의 5대 기능 중 첫째 순번에 놓였던 "인식(의 정확성)"은 종전 전문가들이 수행하던 많은 작업을 대체합니다. "인식"은 물론 다른 네 가지 기능과 서로 융합하여 AI를 완성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의학 등 핵심적 분야에서 인류에 큰 혜택을 이미 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가정의, 주치의 제도가 (예를 들어 미국에) 있다 해도 로컬 전체의 주민을 커버하기란 한계가 있는데, AI는 거의 완성에 가까운 "개인화"를 이루어 효용을 극대화합니다(p151). 책에는 프로 스포츠 구단에 "존 세븐"이란 시스템을 도입하여 부상 선수를 크게 줄인 사례가 나오는데, p151뿐 아니라 저 앞 p40에서도 언급됩니다. AI의 "개인화" 서비스에 크게 성공한 극적인 케이스입니다.

아마 개인화의 가장 절실한 니즈는, 온라인에서 골라 본 옷 등이 막상 배송 후 착용시 나에게 잘 안 맞았다든가 하는 당혹스러운 경험에서 잘 나타날 것입니다. p165에서는 "엘리먼트퓨어"라는 AI 시스템을 예로 들어 이런 고충을 말끔히 해결한 모범 케이스를 보여 줍니다. p186에는 아마존에서 시행 중인 프라임 퍼스널 쇼퍼가 나오는데, 퍼스널 쇼퍼(shopper이며, chauffeur가 아닙니다)는 쇼핑 갈 시간도 없는 바쁜 부자들을 위한 심부름꾼 비슷한 거죠. 이 아마존 서비스는 소비자가 뭘 주문하기도 전에(!) 그의 취향을 잘 파악하여 미리 상품을 배달해 주는데,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반품하면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치를 창출"한 예로 평가하는데, 이 책에서 염두에 두는 모든 사업 모델은 "탁월함"을 구현하며, 탁월하지 못한 건 미래(아니 현재)에 이미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암시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물론 (사업가가 완벽히 이해하고 개인화한) AI입니다.

저자는 책 내내 "네트워크 선순환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알고리즘을 구축하여 사용자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가 마련되면, 이에서 서비스를 소비하고 다시 체험을 공유하는 유저들의 (무의식적인) 기여 덕분에 다시금 양질의 Db가 높이를 쌓아가고, 다시 서비스는 좋아져서 소비자는 만족하고... 뭐 이런 식입니다. 이를 통해 AI의 5대 기능 중 하나인 "소통"이 더욱 내실화함은 물론입니다.

유능한 개발자는 기업 안에서 우대되어야 합니다. 파이썬, 텐서플로, 케라스 등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하며, R을 능숙히 이용하고, 기본적인 수학, 통계 지식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p202). 어떤 경우에도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준비임은, 뒤 p213에서도 다시 강조됩니다. 매뉴얼이나 훔쳐 보며 서투른 발걸음을 듬성듬성 떼는 사이비 인력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이런 기술 지식도 필요하지만,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며, 어쩌면 가장 중요할 "고객 지식" 역시 필수입니다. 사업이란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며, 혁신도 최소한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가능하므로 ROI 전략 수립(p208)도 필수입니다.

AI 전략이 비즈니스 전체 전략과 통합이 이뤄져야 합니다. 예전에 "하나를 위한 전체, 전체를 위한 하나" 같은 말이 유행했는데, 책에서는 이것과 비슷하게 "비즈니스를 위한 AI, AI를 위한 비즈니스"란 말이 나옵니다(p224).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전 부서의 협력 체계(p225)이며, 또한 리더십(p229)입니다.

AI의 경이적 기능은 누가 뭐래도 "예측"에 있습니다. AI와 무관해 보이는 할리데이비슨 같은 제조업체도 "AI 기반 마케팅 플랫폼인 '앨버트'를 도입하여, 세일즈 리드 고객을 무려 2930%나 확장시켰다"고 책에 나옵니다(p235).

일본에서는 AI가 사회 전반에 확산할 경우, 고대 신탁 관습처럼 아무 근거도 없이 "상서로운 새, 무당, 천체의 조짐 따위가 신의 뜻을 대신 전했다"며 정체불명의 권위가 이성과 논리를 대체할 결과를 몹시 우려한다고도 합니다. 이 책에서도 p238 이하에서, "AI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어떻게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엔지니어, 개발자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실, 앞에서 강조한 대로 뛰어난 개발자, 연구 인력을 확보하여 결국엔 "어떻게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을 구명해 내야 할 문제라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법적 책임을 가릴 때 결국은 법원과 소비자 앞에 설명을 해야 할 기업의 책무를 지적하네요. 현재 자율주행의 전면 도입이 늦어지는 것도, 기술적 완성도 문제보다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법적규율을 어찌 마련할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미비한 탓이 크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이 책도 결국은 기업이 매순간 직면하는 선택의문제를 빼놓지 않습니다. AI와 무관한 시대에도, 기업은 결국 비용을 최소화할지, 아니면 수익을 극대화할지가 문제였고, 이는 AI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재미있게도 연구조사결과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기업일수록 수익 창출에 무게를 두며, 후발주자일수록 비용을 아끼며 소극적 혁신을 한다고 결론냅니다(p262). 물론 저자가 높이 평가하는 건 전자입니다. 애초에 AI 자체가 혁신을 그 본성 중 하나로 삼지 않겠습니까.

책 말미에는 "독자의 회사에서 어느 정도 AI 친화, 내면화를 이뤘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항목이 나와 있고, 간단한 용어 설명이 정리됩니다. 아 그럼 "회사"를 갖지 못한 나와는 무관하고나 하며 안이하게 넘길 수 있지만, 미래는 대부분의 시민이 어느 특정 직장에 소속되기보다, 자신의 장기를 살려서 AI 시스템 하나를 끼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파는 생산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신문 방송 등은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며, 컨텐츠가 있는 개인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나를 봐 달라며 1인 방송을 하지 않습니까. 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도 일급 유튜버의 경우 엄청나죠. 모두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만인 생산자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일단 이 책을 통해 마인드셋을 하나 만들어놓아야 할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코딩도 배워야 하고, 이 책에서 강조하는 기술 소양도 쌓아야 하겠죠. 다시 강조하지만 "비즈니스(사업)는 이제 모두의 비즈니스(관심사)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사업가 아닌 사람은 못 살아남는 세상이 곧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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