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그릇 - 이나모리 가즈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나모리 가즈오 사장님은 워낙 CEO 리더십에 대한 책을 자주 쓰셔서 잘 모르는 독자들은 전문 저술가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저 역시 그분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이 블로그에다 독후감 여럿을 여태 남긴 적 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쓰셨으니 내용이 중복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제가 읽어 보니 별로 그렇지도 않고, 그래서 현역 CEO 경력을 통해 참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소중한 지혜를 쌓으셨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 챕터를 펼쳐 봐도 "제가 어느 시점에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했는데..." 같은 회고담이 일단 먼저 펼쳐집니다. 펼쳐지는 이야기 거의 모두가 다 자신의 진지한 체험과 성과에 근거했다는 점 확인 가능하죠. "왜 실적이 악화하는가?" 중간 관리자이건 최고 책임자이건 이런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 언제나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완 형사라고 해도 매번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듯, 노련한 사장 역시 때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 주저앉고 다음 과제로 넘어가야만 합니다.

대개 이런 경우, 저자는 이런 지향점을 갖고 문제 해결에 골몰한다고 합니다.

1) 가급적이면 긍정적 사고를 갖고 문제를 바라본다
2) 직원들은 의욕 충만, 향상심, 밸런스 감각이 있는 인재들 위주로 충원하고 활용한다
3)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을 도모하는 회사(직원 입장에서는 "자기 실현")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도 잘 나오지만 2세, 혈족 등은 언제나 회사 안에서 왕처럼 군림할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조직이라는 게 서열도 중요하지만, "숫자"도 중요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위에서 이끌어가는 사람이 많겠습니까, 아님 밑에서 "이끌어지는" 이들의 숫자가 많겠습니까? 리더십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밑에서는 비웃는 소리, 나아가 반감을 조직화하는 어떤 움직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2세의 경우, 여태 능력만으로 조직에서 그 어려운 "게임"을 해 오던 이들이 볼 때에는 명분도 없고 감정적으로도 꽤나 거슬리는 시선을 받는 게 당연하죠. 이 역시 그 2세들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시련"입니다. 저자는 (당연히) 창업자이니까 그런 2세의 고충을 모르지만, 만약 당신이 그런 입장이라면... 이란 역지사지의 시선에서 주장을 전개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저자의 책들은 이처럼 다양한 시선에서 전개되는 주장들이 큰 장점입니다. 제가 앞서서 "절실한 현장 체험"에 기대는 솔직한 깨달음이 장점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와는 다소 상충되는 이런 특징들도 저자 책의 뛰어난 개성입니다. "역지사지"는 어찌보면 성공하는 CEO의 필수 덕목입니다. 아니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대중의 트렌드를 읽겠으며 상대 기업의 전략 그 허를 찌르며 전쟁을 펼 수있겠습니까.

2세 혹은 누가 되었든 간에, 나에게 존중을 보내지 않고 고깝게 여기는 사람이 등장하면 CEO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자의 답은 그래도 "일단 설득하라"입니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일단 자신이 경영 최전선에서 부딪히며 얻은 체험과 지혜가 많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 상대 역시 현장에서 이것저것 겪어 보며 그 나름 체득한 지혜에 바탕하여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일 텐데) 그저 탁상 공론의 논리로 상대가 설득될 리 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손오공이 되고 싶었다." 성공한 기업들은 대개 독자적인 DNA를 가졌다고도 하며, 그 DNA는 창업자가 일궈 낸 개성, 노하우, 근성 따위의 응집체입니다. 그래서인지 현대나 삼성 등 대기업에서도, 그 성공하는 관리직들의 경우 창업자의 개성을 많이 닮았습니다. 심지어... 무슨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이 되거나(!) 할 때에조차 그 창업자의 못된 악행을 닮았다고나 할 정도입니다. (대신 뒤집어쓰는 경우는 일단 제외하고) 여튼 성공하는 기업가는 "제발 내 몸이 열 개라도 되어" 현장에 나의 복제품을 여럿 보내 나의 감각과 지식과 기술을 그 자리에서마다 펼쳐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입니다. 그런 후계자, 혹은 오른팔 왼팔을 여럿 잘 키우는 일 역시 CEO의 능력입니다. 이 역시 CEO가, 남들이 닮고 따라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가능한 일이죠.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자가 p143 이하에서 주장하는 게 바로 "시스템을 만들어라"입니다. 어떻게 일일이, 터지는 사태와 돌발 변수에마다 사람(그것도 뛰어난 사람)이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겠습니까? 잘 되는 기업은 그래서 노하우와 암묵지를 구체화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에 대응합니다. 이 역시 "비범하면서도 유연하며 낙관적인 사장의 그릇"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