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의 완벽한 탈출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신지호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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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케빈의 활약상을 지켜 본 독자들도 솔직히 말해서 그의 행보를 마냥 마음 편하게 구경하고 동참한 건 아닙니다. 이 녀석은 뭔가 사람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밉상은 아니고 우리는 여튼 케빈을 끝까지 응원하고 감정 이입하게 됩니다. 케빈이 사람 마음을 이끄는 이런 비결이 무엇일지 저는 이번 편을 보고 어느 정도 알게 되었네요.

엄마, 버즈, 맥스, 데이지, ... 이들이 케빈을 대하는 태도? 혹은 살가움? 이런 건 조금씩 차이가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닮은 구석도 하나는 아주 뚜렷하죠. p24를 보면 엄마의 말,

"우리는 케빈을 팔지 않아요."
가 있습니다. 이 말에 저는 약간 뭉클해지기도 했는데, 그렇죠. 우리 케빈은 누군가가 그 존재를 대신할 수 없는 녀석입니다. 어떤 뜻에서건 "얘를 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늘을 나는 말, 그 심상의 원천은 페가수스입니다. 페가수스는 페르세우스가 아끼던 천마인데, 신으로부터 이 날개 달린 말을 선물 받은 후 그는 인간의 자식(반인반신)으로서 할 수 없던 과업까지 멋지게 해 냅니다.

어찌 보면 이 조랑말 케빈은 징구에게 찾아온 도라에몽 같기도 합니다. 혼자 힘으로는 그저 무력하고 때로는 또래보다 더 무기력한 느낌에 젖는 건 사실 어린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갖는 공통적인 기분일 겁니다. 그런 때에 초능력 비슷한 걸 가진 한 어깨를 빌려 주어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 주는 친구. 이런 존재를 두고 돈 몇 푼, 혹은 무슨 대가를 치르건 간에 "판다"는 건 있을 수 없죠.

"누가 알겠니? 지금 이곳에는 온갖 종류의 괴물들이... "(p58)

그렇습니다. 도라에몽이 찾아 도와 준 진구의 세계에도 그저 착한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었죠. 아니 원래는 착한 이들만이 관계와 공간을 채우는 세상이었을 겁니다. 그러던 게 나쁜 친구, 친구들을 괴롭히는 친구, 자기 욕심만 채우는 친구, 나쁜 어른들... 이런 게 진구의 시야와 세상에 서서히 들어오는 거죠. 세상에 그저 엘프나 천사만 가득하다면 고민할 일도 없고 머리를 쓸 일도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악한 존재들 덕에 우리는 성장하고 더 성숙해지며 바른 마음도 다지는 것입니다.

케빈도 감정이 (당연히) 있습니다. 케빈도 "남들이 나를 이런 쪽으로 봐 주었으면" 하는 에고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대목에서 미소를 머금게 되죠. 약간의 자뻑은 케빈도 차마 떨칠 수 없고 이런 약점? 개성? 때문에 우리는 케빈을 사랑하게 됩니다.

"어린이는 계약서에 사인을 못해. 누나는 어른이 아니니까 그 계약은 효력이 없어."(p73) 여튼 못된 인간들은 무엇을 손에 넣기 위해 잔재주를 부립니다. 어린 누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 줄도 모르고 나쁜 어른의 마수에 놀아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케빈도 만능이 아니기에, 마치 예전 미드 <전격 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처럼 나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 꼼짝도 못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구해 와야 합니다. 우리들이요.

여튼 이런 뜻밖의 전개에서 저는 작가 필립 리브가 혹시 <전격 Z, 작전>의 어느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이 편을 완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마이클이 키트를 구하러 악당들의 "회사"에 잠입하여 결국은 구해 내죠. 만능일 것 같아도 의외의(사실은, 우리 독자들이 일찍이 혹시 이렇지 않을까 하고 의심은 해 본) 약점이 있어서 이처럼 한번 걸렸다 하면 답이 없을 것 같은 그런 함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뽀빠이 아저씨가 시금치를 먹고 힘을 내듯, 혹은 렉스 루서의 마수에 걸린 슈퍼맨이 클립토나이트 목걸이를 떨쳐 내고 제 기력을 찾듯, 케빈은 잎사귀를 우걱우걱 먹으며 힘차게 발을 내딛습니다.

인생에는 이처럼, 비밀 통로와 같은 어떤 미궁이나 곤경이 반드시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개는 신(혹은 부모님의 DNA?)이 준 선물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지혜는 우리 스스로가 짜 내고 실행에 과감히 옮겨야 합니다. 우리 케빈의 성공적이고 "완벽한 탈출"은 이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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