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토익 스피킹 입문 - 21일 만에 끝내는 결정적 토익 스피킹
김소라 지음 / PUB.365(삼육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토익이 아주 요령 위주의 시험이라서 설령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 못 하더라도 그저 점수만 높이는 요령이 널리 통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점수따기 경쟁이 벌어지는 한국인들이 그저 요령만으로 시험 제도 하나를 유린하기란 그저 식은죽먹기였을 뿐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으나 토익 본부(주관 단체인 미국 ETS 등)에서도 이 점을 의식했는지 제도를 크게 개편하였습니다. 스피킹 같은 것은 예전 분들에게는 꽤나 낯선 파트이겠습니다.

외국어는 그저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가서 무수히 많은 접촉, 자극, 소통을 해야 발음도 나아지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발화가 바로바로 나오겠으나 그럴 여건이 못 되는 이들도 많고, 어쩌면 구태여 외국에 안 나가고 독학만으로 터득하는 게 진정한 능력이고 성취인지도 모릅니다(무엇보다 돈을 덜 들이는 게 메리트죠). 이런 토종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장벽이, 발음기호, 철자 따위와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듯한 발음 익히기입니다. 사실 국제음성기호는 "아, 에, 이, 오, 우"가 명확히 읽히는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에 영어에는 잘 통하지 않는 면이 많고, 미국, 영국 등에서는 아예 잘 쓰지도 않습니다. 프린스턴 리뷰 같은 데서 내놓는 영어 교재는 발음기호를 잘 쓰지도 않고, 한국어판에서 부랴부랴 국내 학습자를 위해 병기하는 해프닝이 벌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 김소라 강사님의 <결정적 토익 스피킹>에서는 단어나 문장마다 일일이 한국어로 발음을 적어 놓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영어 교재에 이렇게 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발음은 어디까지나 원어민의 발음을, 음원을 통해 익혀야 올바른 학습이 된다는 거죠. 그런데 초심자, 입문자에게는 아무리 그렇게 하라고 시켜 봐야 그 첫번째 장벽을 넘지 못하고 매번 그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레서 이 책 저자님처럼 최대한 한글로 원 발음에 가깝게 써 놓은 건 매우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생각되네요.

예를 들어 maintenance 같은 것은 [메인-는쓰]같이 쓰고, 강세가 놓이는 첫 음절은 볼드체로 굵게 써 놓았습니다. 책에도 여러 차례 강조되지만 t 발음은 특히 미국 구어에서 거의 발음되지 않습니다(정확하게는, 발음이 되기는 하나 성대가 긴장된 채 울리는 단계에서 그치죠. 아랍어에도 이런 발음이 있습니다).

operation, approach 처럼 첫 음절에 강세가 안 오는 단어들은 [어]처럼 발음을 써 놨지만, occasion 같은 것은(같은 o로 시작하는데도) [으]로 써 놓았습니다. 이건 사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실제 원어민의 발음을 들어 보면 그렇게 정말 들립니다. 저자의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죠.

토익 스피킹 점수 안 나오는 분들은 대략 두 가지 유형 같습니다. 1) 하나는 말하는 스크립트 내용 자체를 머리 속에서 바로바로 구성 못하는 경우이며, 2) 다른 하나는 문장은 잘 만드는데 발음이 나빠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점수를 다 까먹는 케이스. 물론 상당수는 이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합니다. 제가 2주 가까이 이 책을 "초보자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본 결과, 책은 한국 학습자들의 약점을 정확히 캐치하고 이 두 가지 학습자층을 집중 공략한 듯합니다.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점수가 안 오르는 사람한테 "점수 오르는 방법"만 딱딱 찍어서 컴팩트하게 정리한 책이, 수험서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답변에도 전략이 필요한데,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바로바로 말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가만있자, 이 말이 문법적으로는 오류가 없나?"라며 자체 점검을 하고 머뭇거리고 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때 저자는 앞에 나온 표현을 최대한 활용하라(p76), 어떻게 하든 내용 전체의 요지를 잘 파악하면 설령 몇가지 정보를 빼먹었다 해도 순발력 있게 재구성할 수 있다(p120), 그 와중에도 "묘사할 인물 등을 미리 정해 두라(p50) 같은 걸 전략으로 제시합니다. 이런 건 사실 영어뿐이 아니라 한국어로 진행하는 PT, 인터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 문단에서 1)이 안되는 이들은 사실 영어만 안되는 게 아니라 한국말도 잘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초보 스킬을 넘어 "문장들이 응집력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거나, "표의 정보가 일치하는 어휘가 들리면 위치를 바로 파악하라"거나 "한 가지 해결책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라" (p161)같은, 어떤 근본의 원칙을 분명히 강조합니다. 토익 단기 고득점도 고득점이지만, 언어 소통에 있어서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어떤 소통의 정석(언어 종류와 무관하게)을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어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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