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식사전 - 중국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중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를 한 권으로 끝낸다! 길벗 상식 사전
이승진 지음 / 길벗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인 상대란 참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관광지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추한 유흥을 즐기는 행태를 보면, 아 저 사람들 갈 길이 아직도 멀었구나 싶기도 하고, 불과 이삼십년 전 우리도 저런 모습이지는 않았던가, 심지어는 아직도 우리 속에 저런 뒤떨어진 행태가 남지는 않았을지 냉정히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됩니다. 헌데, 막상 대륙에 가서 일 때문에 사람을 겪어 보면 이런 생각이 확 바뀝니다. "그 사람들 보통내기가 아니다", 혹은, "역시 유구한 세월 동안 상행위에 종사해 온 이들이라서인지 몸에 밴 그 무엇인가가 있다"든지, 그 근원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능숙한 요량이 분명 풍기는 바가 있습니다.

이 책은 현지에서, 실무를 행할 때 중국인들 고유의 독특한 개성과 관습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우리 한국인 독자들에게 따끔히 일침도 가하는 내용입니다. 어느 민족이나 그렇긴 합니다만 우리도 참 자기 중심적으로 사는 맛에 길든 면이 있습니다. 우리 딴에는 멋스럽고 운치 가득한 행태들인데, 남들이 보기엔 매우 어색하고 스스로 바보  같은 수를 두는 듯만 합니다. 특히 중국 현지에 진출한 사업가들 중, 이처럼 한국 밖에서 잘 안 통할 법한 습성에 젖은 채 중국(과 중국인들)을 대하다가 큰 낭패를 보거나 하는 일이 꽤 잦습니다. 한국에서 영영 터잡고 살기만 할 것 같으면 문제가 없겠으나, 그렇지 않고 기어이 중국에서 승부를 볼 작정이면 이런 문제는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합니다.

사장님들이 보통 "중국인들은 개인주의"라고 자주 말하곤 하죠. 이 점에 대해 저자는 좀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우리도 퇴근 시간 후 업무상 카톡 안 하기 등을 회사 지침으로 정해 두는 분위기가 근래 확산되는 추세입니다만, 서양인들이나 (심지어) 중국인들이나 이를 잘 이해 못 하는 눈치입니다. 사실 회사 일에 전념하고 조직에 충성을 바치는 풍조는 그 자체로야 전혀 나무랄 게 아니나, 때로는 선을 넘어 공과 사를 모두 해(害)하는 결과까지 빚는 건 확실히 문제입니다. 이를 이해 못 하는 한국 사장님들을 중국인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건 또 그러려니 하는데, 심지어 서양인들조차 "기업 문화는 서양과 중국이 정상이며, 당신네들이나 일본은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건 확실히 우리가 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읽다 보면 속이 뜨끔해지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우리보다 못하다고 비웃곤 하던 사람들이, 알고보니 오히려 더 상궤와 정석에 충실한 길을 걸었더라는 깨달음이란 확실히 충격젹이긴 합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 유수의 우량 회사로 발돋움했고, 부자들도 셀 수 없이 양산되어 돈을 쓰는 스케일부터가 한국의 졸부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돈깨나 쓰며 행세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들 중국 부자들이 호기롭게 과시적으로 써 대는 돈 부스러기를 받아먹으며 잘난 체 하는 계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근래 반중 혐중 분위기가 부쩍 고조되는 것도, 우리보다 중국이 꼭 문화나 경제상의 단계에서 뒤쳐져서가 아니라, 우리 뒤를 바싹 추격해 오는 중국에 대한 경계의식이나 조바심 따위가 그 원인이 아닐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입니다." 사실은 급여를 넉넉히 주지 못할 때 구차한 변명으로 내거는 사탕발림에 불과하고, 급여도 시원찮으면서 이런 가당찮은 슬로건을 내세우는 한국 회사나 사장님들을 중국인들은 꽤 경멸한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직장, 회사 문화의 폐단이 누적되어 오다 작금의 갑질이니 미투니 하는 대혼란이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을 해 주고, 회사는 사원의 업적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 주며 서로 윈윈한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예쁘장한 여사원 하나를 옆에 두고 과연 통역 업무를 하기나 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장식품인지 모를 용도로 수행시키는 사장님들을 중국 현지에서 흔히 보는데, 한국 사람이면 그 심리가 뭔지 훤히 짐작(공감?)되고도 남지만 중국인(혹은 그 어떤 외국인이라도)은 무슨 생각으로 저 사람이 저러는지 그저 고개가 갸웃해질 뿐입니다. 꽌시 꽌시 하며 노래방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술자리를 강요하지만,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급할 때 중국 공무원을 찾아 청탁이라도 하면 어느새 딴청을 피우며 모르쇠로 나옵니다. 억울하게 뒤통수를 맞는 게 아니라, 겉발림 관계를 "꽌시"로 착각하다가 대가를 치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국 국기는 보통 오성홍기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공모를 통해 정해진 국가의 상징이라는 건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국기나 국가가 공산 혁명 완수 직후인 꽤 오래 전에 정해졌는데, 처음에는 도안이 그리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선정위원들이 고생깨나 했다고 합니다. 예선과 심사를 통과한 후보가 아니라 번외 군에서 골랐다는 배경 소개가 무척 흥미로우며, 당이나 국가나 매우 어려운 형편이었건만 당시로선 거액의 상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매우 놀랍게 다가옵니다.

중국을 세운 혁명 1세대, 그 중에서도 마오쩌둥이 이 나라에서 어떤 신화적 위상인지는 우리도 잘 압니다. 많은 이들은 덩샤오핑을 두고 과감한 개혁 개방 정첵을 이끌며, 마오의 독재가 낳은 폐단 때문에 해체 위기까지 몰린 국가를 구원했다고 여깁니다. 헌데 덩샤오핑은 정작 국가 주석직까지 오른 적이 없으며, 1세대인 양상쿤, 완리 등이 주요 공직을 수행했고, 이분은 사실 중앙군사위원회만 장악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유명한 말을 남긴 마오의 태도를 계승이나 하듯, 덩샤오핑은 그저 군대를 장악한 사실만으로도 중국을 능히 다스렸습니다. 현재의 시진핑처럼 국가 주석, 당의 수반, 군의 총수 등을 모두 겸직한 지도자가 나오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두 기를 연임한 후 한 peroid를 격하고선 다음 후계자를 지명하는 전통까지 처음으로 사라진 터라, 앞으로 중국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극히 불투명해진 상황이기도 합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중국은 지역이 너무도 광대하고 물류 등 인프라가 열악하여 시민들이 겪는 불편상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헌데 이런 악조건을, 알리바바 같은 영리한 전자 상거래 업체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의 사업 기회로 활용하여,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쓴 수완을 보면 사실 선진국이나 심지어 우리 한국에서도 일찍부터 개발 적용해 온 방식인데, 내수 시장이 워낙 크고 현지인들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니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중국은 기회의 땅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런저런 기업이나 CEO들이 어떻게 해서 그처럼 빛나는 성취를 거둘 수 있었겠습니까? 수억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인이라고 해서 그저 쉬운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한 것만도 아니라서, 같은 중국인 사업자끼리도 살인적인 경쟁을 벌였고, 유능한 현지 인재는 돈 아끼지 않고 영입하는 정성을 들였기에 오늘의 그들이 있을 수 있었지요. 현지에서 성공하겠다며 종래의 구태의연한 방식에만 의존하는 사장님들이, 소비자나 종업원들의 내심, 생리도 전혀 이해 못 하고, 지난 그들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소양도 부족한 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은 단지 중국인에 대한 상식만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한국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에 대한 반성에잠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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