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MB재산답사기 - 안원구의 쇼미더머니 시즌1 도곡동 땅, 다스 그리고 BBK
안원구.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직 대통령들의 비위, 직무 유기, 수뢰 등의 행태가 구속 수감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한국 사회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국민 소득 3만불을 눈 앞에 두었으나 아직도 이런 후진적 행태가 만연하다는 사실 앞에, 많은 시민들은 크게 상심하거나 분노를 느끼는 중입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BBK 스캔들과, 저 법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주)다스 관련 투명하지 못한 회계, 자금 처리로 인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추징받거나 장기간의 복역이 예상되기까지 하는 형편입니다. 투표장에 가서 그를 찍은 적 없는 국민도, 어쩌다 대체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저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우선 BBK 스캔들에 대해 예전, 대략 4년 전쯤에 저는 네이버 블로그에다가 https://blog.naver.com/gloria045/100204819396 이런 서평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서평의 결론은, "에리카 김의 주장은 무척 설득력 높고 매끄럽기는 하나, 확증은 없는 가설에 아직은 머무르고 있다."였었는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당사자 중 한 명의 증언이 이렇게나 구체적이라면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갈 만한 조건은 충분하지 않은가, 행여 정권이 바뀌거나, 심지어 정권이 안 바뀌어도 언젠가 한 번 큰 사건이 터지긴 터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당시에도 들었더랬습니다. 결과론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어느 정도 세상을 겪어 본 사람이면 다분한 정황 증거만 갖고도 진실에 대한 가늠이 어느 정도 오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안원구 구영식 두 분입니다. 구영식 기자도 <표창원, 보수의 품격> 같은 저서로 일반에 널리 알려졌고, 예전에 <사회 평론 길>이라든가, 월간 <말> 등에 몸 담았던 비판적 언론인의 모범과도 같은 분입니다. 월간 <말>은 지금 제가 과월호를 몇 권 소장하고 있습니다만, 그 서슬 퍼렇던 군사 정권 시절에 어쩜 이런 잡지가 간행될 수 있었는지 지금 봐도 놀랍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단연 눈길이 가는 저자는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입니다. 그는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차 출신이고, 관료로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파 경제 관료입니다. 이런 그가 2009년 뜻하지 않게 옥고를 치르게 된 건, 바로 MB의 석연찮은 재산 관리 사항을 지적하고 논란의 대상에 올렸다는 "괘씸죄"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구 기자가 질문하고, 안 전 청장이 그에 상세히 대답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는데요. 비교적 중립적인 눈으로 봐도 안 전 청장의 진술, 팩트 지적, 추론, 전망 등이 워낙 구체적이고 논리 정연해서 반박 지점을 찾거나 의문을 새로 제기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독자로서 여튼 예단을 갖지는 않고(힘듭니다만), 혹시 그 주장에 허점이 없을까 꼼꼼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언론에 비교적 소상히 보도되었습니다만 외견상 비밀이 철저히 유지될 듯 보였던 (주)다스의 소유 지분 관계 균열은 2010년 이 전 대통령의 손아랫처남이자 재산관리인인 김재정 씨의 사망에서 비롯했습니다. 김윤옥 여사의 동생인 그가 사망함에 따라, 그의 부인인 권영미씨에게 전 지분이 상속되었는데, 유언 상속이 아닌 법정 상속이라면 본디는 그 자녀들에게도 상당 부분이 물려져야만 합니다. 그러나 자발적 상속 포기인지, 혹은 어떤 경위를 알 수 없는 채 권씨에게만 모든 지분이 돌아갔고, 이 부분이 상식에 맞지 않다는 데에서 의혹의 작은 씨가 틔워졌습니다.

안 전 청장은 대개 소유관계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근저당권 설정이나 지상권(물권 보호를 받는, 더 장기의 임대권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이 등기되는 게 보통이라며, 김재정 씨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원인관계가 불명확한 이런 물권이 설정된 게 이상한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뿐 아니라 "한국자산관리공사 직원이 방문할 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은 청와대가 아니고서는 결코 확인할 수 없다."고까지 안 전 청장은 의견을 개진합니다.

어떤 경우에 물납이 가능한가? 안 전 청장은 국내 최고 세무 전문가답게 그 요건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런 요건이 정해져 있다는 건 "원칙적으로는 세금의 물납이 꽤나 어렵다는 점"을 뜻하기도 합니다. 웬만해서는 물납을 받아 주지 않고, 비상장 등의 이유로 현금화가 쉽지 않은 주식은 국세청이 더군다나 까다롭게 취급합니다. 왜 여러 부동산으로 물납하지 않고, 구태여 주식(잘 받아주지도 않는)을 썼는가? 이 역시 부동산들의 실소유자가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기에 물납이나 기타 매도 처분을 할 수 없었고, 상속자가 배우자 한 사람으로만 정해진 것도 관리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이 역시 재판 과정에서 진부 여부가 철저히 다퉈지겠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박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안 전 청장은 "국세청이 꽤나 편의를 봐 준 듯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독자 입장에서도 국세청이 얼마나 깐깐한지를 안다면 여기 동의하지 않기가 어렵네요.

본 사건과는 다소 거리를 두었으나, 안 전 청장이 이 책 중에서 여담처럼 들려 주는(물론, 꼭 여담만도 아닙니다) 사실에 의하면, 대기업들이 참 악랄한 행태를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로채거나 업체 자체를 탈취한다고 하네요. 뭔고 하니, 일단 하청을 주어 대량 주문을 맡긴답니다. 이러면 중소기업에서는 신이 나서 설비를 대거 늘려 앞으로도 이 정도 일감이 들어오겠구나 싶어서 대출도 받곤 한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슬슬 그 업체의 기술력 실태를 파악한 다음, 다른 산하 업체를 하나 차려 그쪽으로 일감을 돌립니다. 영문도 모르고 꿈에 부풀었던 중소기업은 점차 주문이 줄고 설비는 유휴가 되고 자금은 경색되어, 끝내 헐값에 회사를 내놓고 대기업은 이를 사들인다는 거죠. 세상 돌아가는 게 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 공정한 룰이 보장되는 자유경제체제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현대자동차가 굴지의 대기업이 된 후, 이명박 전 회장 등 창업 초창기 멤버들에게는 "퇴사 후 부품 업체 하나 정도를 만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전합니다. 그 자체는 문제될 것 없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싸라기 부지 등을 관계자에게 우선 매도하고,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가능성이 크거나 세금 탈루 등을 위해 타인 명의로 위장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행태가 만연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당시에는 다들 그렇게 했으므로" 혐의를 받는 많은 분들이 어떻게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억울하다, 보복이다" 등 추상적인 변명에 그치는 게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고작 그 정도로 형사소추를 모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꿈이 크다. 이제부터는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출마 몇 년 전 측근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안 전 청장은 전언합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은 좀 더 이른 시기에 손을 떼셨거나, (기대하기 힘들 수 있지만) 아예 의혹이 낄 수 있는 불투명한 일에 착수를 않으셨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꿈이 큰 분은, 주변에 한 점의 의혹도 없어야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안 전 청장은 사견임을 전제하며, "mb는 아마 현대가와 맞먹는 재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그렇다면, 청렴 결백해야 할 공직에의 야망과 그런 꿈 중, 둘 중 하나는 버렸어야 현명한(도덕까지는 차마 바라지 않더라도) 처신이 아니었을지요.

시대가 바뀌었으면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가, 학자, 공직자, 언론인, 나아가 평범한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윤리의식과 행동 준칙이 합당하게, 부응하여 바뀌어야만 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고 추상 같은 징벌 부과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런 일이 설마 벌어지겠나 싶어서 일단 저질러 놓고 봤다는 식의 태도는 말이 안 됩니다. 며칠 전 모 증권회사 직원들의 "점유이탈물 횡령 사건"도,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런 미개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소회가 들게 한 어처구니없는 반면교사였습니다. 일주일 전 청와대 논평대로, "잊어버리면 이런 일이 또다시 반복된다"는 점 우리들 시민들부터가 모두 명심해야만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